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평균시청률 42.1%로 7주연속 주간 시청률 1위라고 한다. 이 드라마에 대한 관전평이 올라올 때마다 드라마를 보지 않은 나는 완전히 왕따 당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분기탱천하여 열 일을 제쳐두고 1회부터 보기 시작하여 드디어 따라 잡았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단연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이요원 분)이다. 수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극적으로 공주로 등극한다. 그 다음은 미실(고현정 분)이다. 출신성분도 별 볼 일없는 여인이 미모와 지략하나로 진흥왕 때부터 신라의 왕실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신랑(엄태웅 분)이다. 김유신은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자타가 공인하는 신라의 명장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한꺼번에 보며 느낀 것은 이들 주연보다도 더욱 빛나는 조연이 있어 자칫 지루하기 쉬운 사극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1) 교활하고 간사한 미실의 동생인 미생(정웅인 분)
미생은 미실의 남동생으로 예부령(예부의 장관)이다. 누이인 미실이 가장 믿는 측근이다. 미실의 남편인 세종(상대등)과 그의 아들 하종(조부령), 그리고 미실의 정부인 설원(병부령)과 그의 아들 보종(일월성도 리더)과는 경쟁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일이 잘못되면 가차없이 이들을 꾸짖지만, 이들과 협력하여 정적(政敵)인 김서현 장군(김유신의 아버지)과 덕만을 사지로 몰아 넣는데 앞장선다.
특히 일이 잘 되어 갈 때 그가 터뜨리는 간사하면서도 호방한 웃음은 정웅인이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것이다. 그는 항상 부채를 살랑살랑 흔들고 다닌다. 꼭 드라마 천추태후에서 거란 성종의 어머니인 소태후의 정부(情夫)인 한덕양(추밀원사)이 항상 부채를 흔드는 모습과 흡사하다.
(2) 덕만을 따르는 정체불명의 죽방거사(이문식 분)와 고도(류담 분)
죽방은 덕만이 천신만고 끝에 중국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계림(경주)으로 돌아와 만난 인물이다. 덕만에게 사기를 치려다가 서로 알게 되었고 나중에 덕만과 함께 김유신의 낭도가 되었다.
죽방은 사기를 치고 달아난 인물로 묘사되었지만 김유신 휘하에 들어오고 난 이후에는 고도와 단짝을 이뤄 유신과 덕만을 도운다. 미실의 측근에게 붙잡혀 덕만의 유모인 소화와 같은 방에 감금되기도 한다. 죽방 특유의 표정과 유머감각은 권모술수가 판치는 사극을 감칠 맛나게 만드는 청량제이다. 소화가 다시 덕만공주의 시녀로 복귀하자 죽방이 소화에게 보내는 은근한 눈길은 여색을 탐하는 건달의 기질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한편 죽방과 늘 함께 있는 고도가 뚱뚱한 몸을 이용해 옥사의 문을 단 한번만에 부수고 나오는 장면은 코미디를 연상시켰다. 류담이 누구인가? KBS 개그콘서트의 "달인"편에서 김병만과 짝을 이뤄 진행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이제 그는 코미디언으로서만 아니라 연기자로서 거듭날 것이다.
유담(고도 역)과 이문식(죽방 역)
(3) 미실이 버린 아들로서 덕만을 돕는 비담(김남길 분)
비담은 진지왕과 미실이 사통하여 낳은 아들이다. 그래서인지 미실은 이 아이를 버렸다. 그런 그가 국선 문노의 제자가 되어 나타난다. 비담은 미실의 무리로부터 덕만을 구해준다. 덕만은 쌍둥이 언니인 천명공주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자 미실의 권력을 약화시키려 한다. 그 첫 번 째 시도가 미실이 가지고 있던 천신녀의 지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덕만은 미실의 편에 섰던 천재적인 과학자 월천대사와 담판을 벌여 그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다음 곧 일식이 있을 것을 확인한다. 유신과 비담에게는 실제로 일식이 없음을 알리고는 미실에게 일식이 있을 것이라는 강한 인상을 준다. 미실은 이들이 일식을 있음을 믿도록 시사하는 것은 속임수임을 알고 일식이 없다고 공포한다.
비담은 나정(신의 우물)앞에서 간절하게 기도를 드리지만 일식은 발생하지 않는다. 비담은 혹세무민한 죄로 다음날 화형에 처해질 순간 갑자기 일식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미실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천신녀의 지위마저 덕만에게 내 주고 만다.
이에 크게 공을 세운 인물이 바로 미실의 아들인 비담이다. 비담은 국선 문노의 수제자로 무술이 신기에 가깝다. 비담은 자신의 출생배경을 알았다. 그는 미실의 아들임을 알았으니 덕만을 배반하지 않을 까! 또 미실은 나중에 자신이 버린 아들 때문에 가슴을 치고 통곡하지 않을 까! 아니면 피는 물보다도 진하니 비담이 미실을 도울까!
앞으로 비담이 덕만과 미실에게 어떤 태도를 보일지 무척 흥미진진하다. 이런 점에서 김유신이 풍월주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하며 비재에 참가하려고 불쑥 나타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이는 미실보다도 덕만을 선택한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그는 스승 문노가 가르치지도 않은 신기의 무술로 무패의 보종(미실의 아들)을 보기 좋게 따돌리고 결선에 올라 유신과 대적한다. 그가 냉소적인 웃음을 지을 때마다 시청자들은 오금을 저린다.
(4) 신들린 무술가인 국선 문노(정호빈 분)와 미실의 호위무사 칠숙(안길강 분)
국선 문노 역의 정호빈
국선 문노는 화랑의 전설이다. 덕만을 칠숙으로부터 구해주며 미실이 버린 비담을 키운다. 그는 유행병이 창궐해 죽어 가는 사람들을 치료하다가 최고의 화랑을 뽑는 대회장에 혜성 같이 나타나 모든 화랑들을 눕히고 그 동안 비워둔 국선(國仙)의 자리에 앉는다.
칠숙은 진평왕이 버린 쌍둥이 덕만과 시녀 소화를 제거하라는 미실의 명령을 받았으나 문노의 방해로 실패한다. 그 후 중국 타클라마칸의 한 사막의 여곽에서 덕만과 소화를 발견한다. 그는 사막으로 도망친 이들을 추격하다가 홀로 남은 소화의 목숨을 구해준다. 그로부터 칠숙은 소화에 대한 연정을 품고 중국 상단에 끼여 계림으로 돌아온다. 미실은 월천대사로 하여금 칠숙의 시력을 회복하게 하고, 칠숙을 화랑을 가르치는 교관(원상화)으로 화려하게 복귀시킨다.
이제 앞으로는 문노와 칠숙의 불꽃 튀는 경쟁이 큰 볼거리가 될 것이다. 이미 문노는 풍월주 비재를 주관하는 것으로 그 임무를 시작하였고, 34회에서 칠숙은 결선에 오른 유신과 비담 두 사람이 맞붙었을 때 이들이 속임수를 쓴다고 일갈하였다.
칠숙 역의 안길강
뒤늦게 드라마 선덕여왕을 본 사람으로서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 보았다. 지금까지의 줄거리를 잘 모르거나 새로 보려는 사람에게는 위와 같은 점을 주의 깊게 관찰할 경우 드라마의 재미를 더욱 만끽하게 될 것이다. 이제 바야흐로 김춘추(유승호 분)가 등장하므로 모두들 기대에 차 있다. 앞으로는 미실이 어떻게 몰락하는지, 그리고 덕만공주가 어떻게 선덕여왕으로 등극하는 지 사극은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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