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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본 "찬유", 국민드라마를 해부한다.


무려 50%에 근접한 시청률(47%)을 올려 성황리에 막을 내린 SBS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이 끝난지도 약 40일이 지났다. 찬유 방영당시 드라마를 보지 않은 글쓴이는 사람들이 왜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1회를 보고 난 후 바로 드라마에 빠져들어 지난 일요일은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 무려 10회분을 보기도 했다. 그 후에도 하루에 3∼4편씩 보면서 "찬유"광이 되었다. 

이 드라마의 성공 요인에 대해 진혁 PD는 "사회적 의미를 담은 것도 아니고, 그저 단순한 구조로 시작한 드라마다. 주위에서 돈 때문에 가족이 붕괴되는 안타까운 사연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착한 사람이 복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드라마를 만들었다. 돈 때문에 흩어지는 가족이 아닌, 가족이라는 끈 때문에 헤어질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단다. 

이 드라마는 백성희(김미숙 분)의 두 번째 남편인 고평중(전인택 분)이 회사부도 후 화재로 숨지자 계모인 백성희는 고평중이 데리고 온 고은성(한효주 분)과 고은우(연준석 분) 자매를 그냥 내 쫓으면서 시작된다. 자다가 뒷북치는 격이지만 왜 이 드라마가 국민드라마가 되었는지 살펴보고 옥의 티를 지적하고자 한다.



① 가수 이승기(선우환 역)의 화려한 무대

선우환의 역할을 맡은 이승기는 가수이다. 설렁탕 제조판매회사인 진성식품 장숙자(반효정 분) 사장의 손자로 유일한 후계자이다. 그러나 그는 사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천방지축인 젊은이이다. 할머니에게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은 점도 그의 망나니 기질을 반영한 것이다. 그는 백성희의 친딸인 유승미(문채원 분)와 학창시절부터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이다. 

그런데 백성희 남편의 딸인 고은성(한효주)은 길에 쓰러진 장숙자 사장을 살려준 생명의 은인으로 장사장 집에서 함께 생활하게되고, 장 사장이 막대한 유산을 고은성에게 물려주려 하자 선우환은 심기일전하여 일을 시작한다.

이승기의 무뚝뚝한 얼굴표정과 연기는 신세대 반항아의 기질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그가 이토록 반항아가 된 것은 자신을 구해주려고 하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아버지에 대한 몸서리치는 추억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회사의 몇몇 주주들이 제기한 사장해임결의안이 주주총회에 상정됨을 계기로 고은성과 합심하여 종업원들을 설득하여 이를 부결시킨다.

선우환은 고은성과 티격태격하면서 미운 정과 고운 정이 들어 나중에는 악행을 저지른 유승미를 내치고 고은성을 선택한다. 고은성이 각종 의혹에 시달리며 방황하고 있을 때 선우환의 한마디는 명대사 1위에 올려도 좋을 것이다. "내가 믿는데, 너 좋아하는데, 갖고 싶은데"  




② 들꽃 같은 여자 한효주(고은성 역)의 열연

고은성 역할의 한효주는 비록 청순하고 착한 이미지를 가졌지만 불의를 꿋꿋하게 헤쳐나가는 당찬 처녀이다. 건설회사 사장인 아버지회사가 부도나면서 아버지도 화재로 숨지자 계모인 백성희는 남편이 데리고 온 고은성과 고은우를 거리로 내몬다.

사실 고은성의 아버지는 회사부도 후 실의에 빠져 만취했다가 윗옷과 시계를 강탈당했다. 실제 화재사건의 사망자는 이 절도범이었던 것이다. 친구인 이혜리의 도움으로 거처를 마련한 후 만두장사와 우유배달 등을 하면서 악착같이 생활비를 마련한다.

어느 날 자폐아인 고은우가 실종되자 동생을 찾기 위한 눈물겨운 여정이 시작된다. 실제로 동생은 계모인 백성희가 대구로 보내버린 것이다. 장숙자 사장의 생명을 구한 덕분에 장 사장이 직접 인원을 동원해 동생을 찾지만 헛수고이다.

고은성은 진성식품의 2호매장을 2개월만에 20%의 매출을 신장시키고, 알츠하이머 초기증세 진단을 받고 퇴원한 정숙자 사장 해임안을 부결시키는데 앞장선다. 전 재산을 상속하겠다는 유언도 거부한다. 나중에는 죽었던 아버지와 다시 재회하게 되고, 동생도 찾게 된다. 또 계모의 딸인 백성희 대신 선우환의 사랑을 차지한다. 자폐아인 동생에 대한 고은성의 지순한 사랑은 핏줄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또한 그녀의 착한 심성은 모든 이의 심금을 울렸다.   


         



③ 현모양처형 김미숙(백성희 역)의 악녀 변신

김미숙은 냉정하고 싸늘한 백성희의 역할을 몸서리치도록 잘 소화했다. 두 번째 남편이 부도를 내고 사고로 죽자 남편의 자녀인 고은성-은우 남매를 내쫓는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만난 자폐아인 은우를 멀리 대구까지 데려다 놓는다.

남편의 사망보험금도 따로 챙겨 자신이 데리고 온 친딸 유승미 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한다. 천사의 탈을 쓰고 고비고미마다 고은성을 괴롭히는 백성희는 악마의 화신이다. 나중에 살아서 나타난 남편 고평중에게 고은성과 고은우 자매를 위해 숨어서 살 것을 종용한다. 

진혁 PD는 "찬유는 권선징악을 표현하려던 드라마가 아니라며 극중 김미숙이 맡은 백성희는 결코 악인(惡人)이 아니라 물질만능주의에 짓눌린 평범한 사람일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아무리 물질 만능주의에 물든다 할지라도 이런 악행은 시청자의 분노를 야기했을 것이다. 김미숙의 악행은 결국 탄로나 나중에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만다. 드라마를 보면서 어찌 사람이 이다지도 잔인할 수 있는지 치를 떨었다. 백성희는 자신과 자신이 낳은 친딸을 위해 남편과 그의 자녀를 무자비하게 짓밟는 독한 여자였지만, 김미숙의 실감나는 연기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④ 기업가정신을 실천한 반효정(장숙자 역)의 경영철학

설렁탕회사인 진성식품 사장인 장숙자는 맨손으로 회사를 이룩한 여성사업가이다. 자신의 사업을 이어받을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후 손자인 선우환에게 가업을 물려 주려하지만  선우환은 설렁탕 냄새도 싫어하는 망나니이다.

장 사장은 계단에서 쓰러진 후 고은성에 의해 병원에 옮겨진 다음 며칠 동안 기억을 상실했다. 그런 장사장을 고은성은 친구의 도움으로 마련한 집으로 옮겨 정성스럽게 간호한다. 고은성의 마음씀씀이에 감복한 장사장은 고은성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서 함께 생활한다. 장사장은 고비 때마다 고은성을 편들고 심지어 전 재산을 고은성에게 상속하기로 유언장을 작성한다.

장사장은 자신의 사후 사업을 물려받아 잘 키워낼 인물로 고은성을 채택하지만 착한 그녀는  재산에 대한 욕심이 없다. 이를 계기로 손자인 선우환이 정신을 차리게 되고 나중에는 전 재산을 종업원에게 나누어준다. 기업가의 정신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이다.        
 

                                                                              (자료 : 헤럴드 경제)



⑤ 정의의 편에 선 배수빈(박준세 역)의 헌신적인 봉사

박준세는 진성식품 박태수 이사의 아들이다. 진성식품에 입사하라는 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하고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그는 고은성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격려하고 도와주는 든든한 후원자이다. 자폐아인 그녀의 동생이 실종되자 전단지를 만들어 거리마다 골목마다 붙인다. 때로는 고은성이 하는 우유배달을 대신 해주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그는 고은성을 좋아하게 된다.

그는 봉사급식소에서 만난 한 남성(나중에 고은성의 아버지 고평중으로 판명)을 친구를 통해 일자리를 알선해준다. 또 그의 아버지인 박태수가 중심이 된 장숙자 회장퇴진주주총회에서 아버지의 간곡한 권유를 물리치고 기권함으로써 아버지의 기대를 져버린다. 그러나 박준세는 아버지에 대한 배신이라기보다는 정의의 편이 선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고은성의 마음은 선우환에게 넘어가고 만다. 그는 고은성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만 하고 끝내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⑥ 어머니의 악행에 동조한 문채원(유승미 역)의 비참한 종말 

유승미는 고은성의 계모인 백성희의 딸이다. 학창시절부터 선우환과 사귀었다. 돈에 눈이  먼 백성희는 남편의 소생인 고은성과 고은우를 내쫓고 유승미를 위해 모든 것을 올인 한다. 유승미는 어미가 내쫓은 고은성이 자신의 애인인 선우환의 집에서 나타나자 기절초풍한다.

어머니인 백성희의 악행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던 유승미도 선우환이 고은성에게 마음이 쏠리자 어머니의 악행에 점점 동참하게 된다. 그리고 고은성의 이메일을 도용하여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 고평중에게 숨어서 살라는 거짓말을 한다. 유승미의 거짓말을 알게된 선우환은 결국 그녀를 버리고 고은성을 선택한다. 이로 미루어 보면 이 드라마는 우리사회에 권선징악적 메시지를 던졌다.          





⑦ 중견 여배우 유지인(오영란 역)의 푼수연기

오영란은 장숙자회장의 며느리이자 선우환의 어머니이다. 고은성의 계모인 백성희와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다. 세상물정 모르고 돈 쓰기만을 좋아하는 그녀는 같은 입장의 자녀와 함께 부자 시어머니인 장숙자 회장으로부터 사사건건 닦달을 당한다.

1970년 초 은막에 데뷔한 유지인은 정윤희 및 장미희와 함께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다. 그런 그녀가 30년이 지난 지금 나이 값을 전혀 못하는 철딱서니 없는 며느리와 어머니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잘 소화해 낸다.

시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유산을 상속하려는 고은성을 미워하다가 나중에는 친구인 백성희와 그녀의 딸 유승미의 모함에 빠진 것을 알고는 고은성에게 사과하는 일도 벌어진다.      

 
 
⑧ 여고 짱이었던 민영원(이혜리 역)의 참된 우정

이혜리는 고은성의 고교동창이다. 박준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일한다. 고은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항상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둘도 없는 친구이다. 또 언제나 고은성의 어려움을 자신의 일처럼 걱정한다. 우리도 현실 세계에서 이런 친구 한 사람쯤 있기를 소망한다.      



⑨ 악행에 대한 죄 값을 용서한 피해자들

장숙자 사장은 이중장부를 만들어 회사자금을 빼돌리고, 자신을 퇴임시키려고 한 박태수 이사를 사법당국에 고발하지 않는다. 그의 아들 박준세는 손녀인 선우정(한예원 분)이 좋아했던 젊은이다. 박준세는 아버지의 불순한 기도를 방지한 공로도 있다. 그가 아버지의 명예로운 퇴임을 건의한 것도 작용했으리라. 횡령한 공금을 반환하는 조건으로 용서한다.

고평중-고은성 부녀도 아내이자 계모인 백성희가 가로챈 사망보험금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이들을 용서한다. 엄밀히 따지면 당연히 죄 값을 치러야 하겠지만 만신창이가 된 모녀를 벌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글쓴이는 불과 며칠만에 이 드라마를 전부 보았다. 모든 드라마는 가장 극적인 순간 다음회로 넘어간다. 한꺼번에 보니 기다리는 지루함이 없어서 좋은데 다만 극의 전개가 너무 빨라서 기억의 한계를 느낀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왜 가수인 이승기가 국민가수가 아닌 국민배우가 되었는지 알게 되었고 출연진 모두가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별도로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고은성의 동생인 고은우를 연기한 연준석도 실감나는 천재 자폐아의 모습을 잘 소화해 내었다.

고은성이 해피엔드로 막을 내린 찬유는 몇 년 전 가수 장나라와 배우 장혁이 출연했던 "명랑소녀 상경기"와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찬유는 훨씬 극의 전개가 복잡하고 극적인 요소가 많다는 게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토록 인기리에 끝난 드라마지만 몇 군데 옥의 티를 발견했으니 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모든 드라마 제작진들은 이런 점을 유념하였으면 한다.  


(1) 지나친 자동차 질주장면

외국 특히 자동차문화강국인 미국에서는 자동차를 이용한 범죄와 자동차를 타고 서로 상대방을 추격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찬유에서도 드라마 초기에 외국에서 귀국하는 고은성과 다른 차량이 서로 질주하는 장면이 나왔다. 또 극의 중간에 급히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무려 시속160km를 질주하는 화면을 보여 주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높은 국가이다.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인적요인에 기인하는데 그 중에서도 과속이 중요한 원인이다. 그런데 시청률이 높은 인기드라마에서 과속을 하거나 경주하듯 달리면 드라마의 극적인 효과는 거둘 수 있겠지만 교통안전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이런 장면은 지양하기 바란다.     


(2) 위험한 성곽 위에서의 촬영

고은성은 계모인 백성희에 의해 집에서 쫓겨 난 후 서울의 한 성곽에 올랐다. 성곽은 안전상 문제로 사람들이 오르지 못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고은성과 고은우는 성곽 위에 올라가 곡예하듯 서 있었다. 또 고은성이 백성희 모녀의 모함으로 일부러 장숙자 회장과 선우환에게 접근한 나쁜 여자가 되었을 때 세상을 원망하며 홀로 성곽 위에 앉아 있었다. 행여나 이 드라마를 시청한 사람들이 서울성곽에 들러 성곽 위로 오를지 우려된다.        
 

(3) 가슴을 쓸어 내린 백성희의 자살미수

백성희는 자신의 거짓말이 모두 탄로나고, 박준세의 아버지인 박태수와 공모하여 시작한 장숙자 회장의 대표의사퇴임결의안이 주주총회에서 무산되자 죽음을 결심한다. 그녀는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신발을 벗고 뛰어내리려 한다.

그 순간 어머니가 없어진 것을 안 딸 유승미가 어머니를 찾아 헤매다 옥상에서 자살하려는 그녀를 발견하고 눈물로 호소한다. 그래서 백성희의 자살시도는 미수에 그쳤다. 글쓴이는 이 대목에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특히 유명인사들의 자살로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한 사람이 비록 극이지만 자살할 경우 그 후유증은 매우 클 것이다. 백성희가 자살 미수에 그친 것은 대행이지만 자살이든 자살미수이든 이런 장면은 드라마에 포함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드라마시청 후기를 쓰고 보니 너무 길어 졌다. 교장선생님 및 목사님의 말씀과 결혼식 주례사는 짧을수록 좋다고 하는 데, 감명 깊게 본 드라마 한편을 더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가 없다. 이게 글 쓰는 능력의 한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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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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