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 제41회분은 덕만공주 측에서 춘추가 낸 수수께끼를 푸느라고 시간을 보내었다. 또한 미실 측의 양대 수장인 세종파와 설원파에서는 춘추를 사위로 맞이하는 문제를 두고 치열한 갈등이 빚어졌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40회에서 춘추가 화백회의에 불쑥 나타나 제기한 엄청난 문제를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1) 화백제는 천한 제도라고 폭탄선언을 한 춘추
화백회의 참석자들은 덕만공주가 결혼을 하여 부군을 맞이하는 대신 직접 부군으로 여왕이 되겠다고 선언한 문제에 대해 갑론을박하고 있다. 세종공은 700년이 가까운 신국의 역사 속에 여성이 부군이 된 경우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의 아들 하종도 가세한다. 당연히 미생공도 거든다.
이때 용수공이 나선다. 진골이 부군이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김유신의 아버지인 김서현 공도 가세한다. 성골남진이 된지 오래되어 남자가 없고 덕만은 국조의 예언에 따른 계양자라고.
그때 문이 열리고 미실이 등장한다. 미실은 진평왕에게 진골귀족에게도 부군이 될 기회를 주었으므로 덕만의 부군이 될 인물을 천거하겠다며 사람을 부른다. 그런데 들어온 이는 놀랍게도 춘추이다. 참석자들이 화들짝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왜냐하면 춘추는 천명공주의 아들로 진골이며, 덕만에게는 조카이기 때문이다.
화백회의장으로 들어서는 김춘추
춘추는 먼저 자기소개를 한다.
"신국의 계양자이신 천명공주의 적자 김춘추입니다. 문안드리옵니다. 폐하!"
기가 막힌 진평왕은 한참 후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런데, 네가 어찌?"
이때 미실이 나선다.
"춘추공은 태자가 되시기 전 안타깝게도 전사하신 용수공과 천명공주님의 적자로서 조부이신 진지제가 족강(골품의 신분이 낮아짐)이 되는 일이 없었더라면 틀림없는 성골의 혈통이옵니다. 또한"
이 때 서현공이 벌떡 일어난다.
"그간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하나 지금은 틀림없는 진골이옵니다."
미실이 대답한다.
"예, 엄격히 골품을 따지자면 분명히 진골이십니다. 허나 춘추공은"
이 때 춘추가 미실의 말을 가로막고 나선다.
"골품제는 천한 제도이옵니다!"
춘추 역의 유승호
사람들 특히 진평왕과 마야왕비, 덕만공주와 용수공 등은 춘추의 이 말에 경악했다. 이 때 서현공이 나선다.
"춘추공은 말씀을 삼가시오! 골품제는 신국의 근간이오. 어찌 그런"
그러나 여기서 물러설 춘추가 아니다.
"소신 아직 미령하고 식견이 넓지 못하나 골품제같은 천박하고 야만적인 제도는 중국, 서역, 그 어디에서도 들어 본 적이 없사옵니다."
이와 같은 김춘추의 일갈에 성골을 이유로 덕만에게 부군을 인정하려는 진평왕과 그 측근들은 놀라 기절할 뻔했고, 미실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2) 춘추의 계략에 자중지란을 일으킨 미실파
41회에서는 위와 같은 폭탄선언을 한 춘추의 말의 진의를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각 계파별로 활발히 전개되었다. 당연히 진평왕과 김유신 그리고 덕만공주는 천명공주의 아들인 춘추가 이럴 수는 없다며 경악했다. 미실이 노리는 것은 덕만공주와 춘추가 서로 싸우게 하여 이들의 분열을 노린 것으로 파악하였다. 그렇지만 이를 꿰뚫어본 덕만공주는 설사 자신이 왕이 될 수 없더라도 춘추와는 결코 싸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한편, 화백회의가 끝난 후 세종공과 하종은 춘추가 보종의 딸인 보량과 결혼하는 대신 하종의 딸과 결혼하도록 하는 문제를 다시금 미실에게 확약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백회의 직전 미실이 세종공을 불러 이런 밀약을 했음이 틀림없다. 세종공과 하종은 설원공과 보종에게 춘추는 하종의 딸과 결혼한다고 통지했고, 설원공은 미실의 뜻에 따르겠다고 대답했다. 세종공과 설원공 측은 각각 자신을 따르는 화랑의 수장들을 모아 충성을 맹세 받으며 지원을 요청했다.
덕만공주 측에서는 용수공만이 덕만공주보다는 춘추가 차기 왕으로 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 다른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미실 측 사람들은 서로 상대를 불신하며 자신의 세력을 모으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편, 미실은 몸이 불편하다는 핑계로 미실궁에 드러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조용히 있다니 덕만 측과 미실 측 모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미실로서는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실은 지금까지 신분의 한계를 느끼고 오로지 황후가 되려고만 노력했다. 그런데 쌍둥이 한쪽인 덕만공주가 나타나 여자로서 왕이 되려고 한다. 또 어린 춘추가 나타나 진골로서 왕이 되려고 한다. 이들은 꿈의 크기가 자신과는 다른 것이다. 덕만이 자신에게 한 말이 폐부를 찌른다.
"새주는 나라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아 신라의 발전이 없었다."
초췌한 모습의 미실 역의 고현정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춘추가 설원공의 집으로 가서 보량을 찾았지만 몸이 불편하여 다른 곳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 설원공으로서는 미실의 뜻에 반하여 춘추와 보량이 서로 만나도록 방관할 수는 없었을 터이다. 춘추는 미실파를 분열시키기 위해 염종을 시켜 보량을 안전한 곳으로 납치했다.
춘추 역의 유승호와 보량 역의 박은빈
그런데 설원공과 보종은 이 소식을 듣고는 보량의 납치는 세종공과 하종이 저지른 것으로 생각하고는 이들에게 보량을 당장 내놓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세종공과 하종으로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다. 양측의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갔다.
보종(백도빈 분)의 멱살을 잡은 하종(김정현 분)
이럴 즈음 춘추가 납치한 보량을 가마를 태우고 진평왕에게 와서 아뢰었다. 지난밤 보량과 혼례를 올리고 밤을 함께 지냈으니 보량이 거처할 궁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제일 난감한 자는 세종공과 하종이었을 것이다. 하종의 딸을 춘추에게 시집보내려던 미실의 계략도 수포로 돌아갔다. 세종공과 하종은 설원공과 보종이 미실의 뜻을 무시하고 보량의 납치라는 자작극을 벌인 후 춘추를 사주하여 보량과 결혼하도록 일을 도모했을 것이라고 더욱 의심할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덕만공주는 춘추에게 왜 미실의 계략에 이용당하느냐고 물었을 때 춘추가 덕만의 귀에 속삭인 말이 생각났다.
"제가 미실을 이용하는 거라면…"
나중에 덕만공주와 김유신은 춘추의 지략에 감탄하며 말했다.
"춘추공에게 미실이 당한 것이다. 춘추는 약하지 않아! 춘추는 무대에 섰다."
그렇다면 춘추는 부모를 죽인 원수인 미실파에게 복수의 칼날을 겨눈 것일까?
춘추가 미실을 이용하여 미실측 사람들을 서로 반목하게 만들었다고 치더라도 이 문제와 골품제가 천한 제도라는 말에 대한 해답이 되는가? 글쓴이가 머리가 나쁜 것인가. 이런 젠장! 머리가 둔한 사람도 고민하면 생각이 떠오르나 보다. 춘추의 속뜻은 바로 미실 쪽 사람들을 속이기 위한 계책이었다.
먼저 미실 측 생각을 추측해 보자. 미실은 자신의 사후 포석까지도 생각했음이다.
「춘추가 골품제를 부정하는 것은 자신이 진골임에도 성골인 덕만을 제치고 왕이 되려는 것이다. 그러면 왕실은 춘추파와 덕만파로 갈라져 대립할 것이다. 나중에 춘추가 왕위에 오르면 왕실의 외척으로 세도를 잡게 된다.」
그러나 춘추는 다른 측면을 꿰뚫고 있다.
「미실 측의 세종파와 설원파는 왕이 되려는 춘추를 사위로 맞아들이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싸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미실파의 세력은 자연히 약화되어 몰락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따져보면 춘추는 화백회의 전날 밤 미실을 찾아와 자신은 보종의 딸인 보량 대신 하종의 딸과 결혼하고 싶다고 미끼를 던졌을 것이다. 그래서 춘추가 나가자 미실은 급하게 세종을 불렀을 터이다.(이 때의 빅딜 대화는 드라마 상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3) 버린 아들인 비담의 손을 잡은 미실
한편, 이번 41회에서 다른 볼거리는 미실이 버린 아들인 비담과 궁궐 밖으로 나들이를 하며 손을 잡는 모습이다. 몸이 불편한 채로 비담의 방문을 받은 미실은 함께 야외로 산책을 나갔고, 미실이 어지러움을 느꼈을 때 미실에게 내민 호위무사인 칠숙의 손을 뿌리치고 비담의 손을 잡은 것이다.
비담 역의 김남길(좌)
비담의 팔짱을 낀 미실
나중에 비담은 난을 일으켜 선덕여왕을 왕위에서 몰아 낸다. 실제로 춘추는 선덕여왕(27대)이 물러난 후 진덕여왕(28대)의 뒤를 이어 진골출신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신라의 왕(29대 태종무열왕)이 되었다.
미실은 아들인 비담의 손을 잡은 때부터 서로 화해하는 지, 아니면 냉랭한 관계가 지속되는 지 지켜볼 일이다. 만약 화해를 하게 된다면 모성애에 집착하지 않기 위해 비담을 버렸다는 어느 블로거의 주장은 이 때부터 거짓이 된다. 드라마의 스토리 전개가 역사적으로 진실이든 아니든 시청자 입장에서는 점점 재미를 더해 간다. 그래서 드라마는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하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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