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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는 마술과 같은 존재입니다. 보지 않으면 그만인데 재미가 없을 것 같은 드라마도 일단 한번 보기 시작하면 자꾸만 다음 방송이 기다려질 정도로 빨려 듭니다. 드라마는 스토리의 구성과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야 하지만 때론 촌철살인의 명 대사와 우스꽝스러운 연출로 시청자를 사로잡기도 합니다. KBS 수목드라마 <추노>도 예외는 아닙니다. 추노는 조선시대 노비를 쫓고 쫓기는 자에 대한 가슴아픈 이야기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코미디 뺨치는 대사와 장면으로 시청자를 미소짓게 하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 시정잡배보다도 더 심한 명안스님의 욕설

추노 등장인물 중에서 매우 신비스러운 사람이 숭례문 개백정 명안스님(이대근 분)과 월악산 짝귀입니다. 명안스님은 두어 차례 출연했지만 월악산 짝귀는 그 이름만 알뿐 아직도 그의 존재는 오리무중입니다. 아마도 후반부에 깜짝 등장시키기 위해 지금껏 감추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명안스님은 부상을 입은 채 찾아온 송태하와 언년이를 숨겨준 인물입니다. 그는 이미 언년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태하는 언년이를 남겨두고 길을 떠나지만 마을에서 언년이를 찾는 백호일당을 만나 급히 암자로 되돌아와서는 다시 만난 백호일당을 제압합니다. 그리고는 언년이를 데리고 길을 떠납니다.

잠시 후 대길패거리가 나타납니다. 대길은 명안스님에게 송태하의 초상화를 보여주며 행방을 묻습니다. 명안은 떠난 지 한참 되었다고 대답합니다. 대길은 거짓을 고하면 법당에 불을 확 싸지르겠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명안은 태연히 그리하라고 말합니다.




대길이 어느 쪽으로 갔느냐고 다그치자 명안은 발길 닿는 데로 갔을 것이라고 대꾸합니다. 대길은 명안에게 절 밥 몇 년 먹었다고 큰소리치는데 술 마시고 고기 먹던 시절 잊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옆에 있던 설화가 명안에게 "오라버니, 땡중이지?"라고 비웃자, 대길은 땡초라고 한술 더 뜹니다. 대길이 설화에게 명안이 땡중인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설화는 어쩐지 여자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대길은 그놈이 여자를 달고 다니느냐고 묻자 명안은 가끔씩 들리는 보살님이라고 대답합니다. 대길이 여자냄새가 난다면 이곳을 떠난 지 얼마 안되었는데 왜 우리가 사방으로 에워싸고 왔음에도 못 만났는지 의아해 합니다. 이 때 명안의 본색이 드러납니다.

"아따, 니미럴! 그래서 뭘 어쩌라고! 시방 나랑 한번 해보자는 것이여? 숭례문 개백정이 어떤 놈인지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것이여? 뭐여? 썩 물러나지 않으면 내 오늘 부처고 뭐고 그냥 개피보고 확 파계해 버릴랑 게! 알아들어?"



이에 대길도 꼬리를 내립니다. 언년이의 초상화를 제시하며 여자를 보았는지 묻고는 월악산 짝귀 만나면 꼭 안부전하라고 당부하고는 길을 떠납니다. 명안 스님의 이 말 한마디는 그야말로 그의 과거 정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갈입니다. 이로 미루어 보아 대길과 숭례문 개백정, 월악산 짝귀는 원래 함께 무술을 연마하다가 대길은 추노꾼으로, 숭례문 개백정은 명안스님으로, 그리고 월악산 짝귀는 월악산으로 떠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월악산 짝귀가 그 정체를 드러낼 때쯤이면 회상장면을 통해 세 사람이 무술을 연마하는 모습이 나올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 "마마, 오늘은 어찌 오수(낮잠)도 안 취하십니까?"

조연들의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가슴아픈 사건은 바로 관군 곽한섬(조진웅 분)과 궁녀인 한상궁(사현진 분)의 사랑이 채 피지도 못한 채 진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한섬은 원래 태하의 부하였다가 그의 밀명을 받은 후 모두를 배신하고 제주로 왔습니다.

그는 살수인 황철웅이 제주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함께 지키던 병사를 제압하고는 소현세자의 혈육인 원손 석견을 안고 도망을 칩니다. 한섬은 의아해 하는 궁녀에게 사실을 말한 후 동굴로 들어가자 석견에게 절하고는 그간의 불충을 용서하라고 사죄합니다. 



궁녀는 점점 한섬에게 마음을 엽니다. 지금까지 그가 던진 추파는 때를 기다리는 무사의 속임수였음을 간파한 때문입니다. 서로 농담을 주고받기까지 하면서 처음으로 해맑은 웃음을 짓습니다. 이들은 동굴을 나와 억새밭을 걸어갑니다. 한섬은 여기를 벗어나면 혼례를 치르고 머리를 올려주겠다고 약조합니다. 궁녀는 못하는 소리가 없다고 질책하자 한섬이 다짐합니다.

"내 비록 가진 게 없어 번듯하게는 못살겠지만 반듯하게는 살 걸세!"

이 말은 세간의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에 궁녀는 이토록 미련하게 생겨서 어떤 여자가 좋아하겠냐며 살이나 빼라고 심통을 부립니다. 한섬은 자신의 몸은 겉으로는 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근육이라며 궁녀의 손을 덥석 잡고는 자신의 가슴에 가져갑니다. 깜짝 놀란 궁녀가 마마가 보시는데 무슨 수작을 부리느냐고 타박하자 한섬은 업고 있던 석견을 뒤돌아보며 한 마디 던진 것입니다.
"안 주무시나?"

눈이 또랑또랑 하다는 궁녀의 말에 한섬은 한술 더 떱니다.
"마마, 오늘은 어찌 오수(낮잠)도 안 취하십니까?"

이런 사랑의 언약도 잠시 후 이들을 추적해 온 살인자 철웅에 의해 궁녀가 피살당함으로써 물거품이 되고 말아 시청자들을 울렸습니다.    




▲ 실패로 끝난 방 화백의 엉뚱한 보쌈

주막에는 큰 주모(조미령 분)와 작은 주모(윤주희 분)가 항상 미소를 띠며 장사를 합니다. 이들은 능글맞은 오 포교와 천지호가 와도 웃음으로 맞이합니다. 언제 이들이 난폭군으로 변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길패거리가 등장하고부터 희망이 생겼습니다. 큰 주모와 작은 주모 모두 최장군을 연모합니다.



특히 큰 주모로서는 작은 주모가 동일한 인물인 최장군을 좋아하는 게 매우 불편합니다. 한편, 심심풀이로 춘화를 그려 팔고 있는 방 화백(안석환 분)은 작은 주모를 호시탐탐 노리지만 허구한날 헛물만 켭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큰 주모는 방 화백에게 보쌈이라는 좋은 방법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보쌈이란 남자가 과부를 보에 싸서 데려오는 과부 업어가기입니다. 물론 그 반대도 성립하지요.

큰 주모는 방 화백에게 밤에 잠을 잘 때도 문고리를 걸어 두지 않는다고 은근히 귀띔합니다. 그리고 작은 주모는 깊은 잠을 자기 때문에 누가 엎어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 날밤 방 화백은 그 이쁜 것을 어찌 보쌈을 하느냐고 자문(自問)하면서도 자꾸만 큰 주모의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 문도 열어놓고 잔다는데 안가면 예의가 아니라면서 결심을 합니다.



결국 그는 큰 자루를 준비하여 주막으로 갑니다. 방문이 그냥 열립니다. 큰 주모는 작은 주모가 밤에 문고리를 잠그려 하자 그래 가지고서야 어찌 최 장군이 들어오겠느냐고 힐책하여 그냥 열어둔 때문입니다. 두 여인이 곤히 자고 있습니다. 어두워서 누가 누군지 구별이 안됩니다.




방 화백은 그 중 한 여인의 입을 틀어막고 자루에 넣어 왔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와서 자루 속의 여인을 보니 아뿔사! 작은 주모가 아니고 큰 주모입니다. 방 화백은 절호의 기회를 잃었고, 큰 주모도 연적인 작은 주모를 방 화백에게 떠넘기는데 실패했습니다. 

둘은 다시 주막으로 가다가 오 포교와 천지호를 만납니다. 천지호는 방 화백이 큰 주모와 잠시 집에서 같이 지냈다는 말에 한 마디 내뱉습니다. "아름다운 밤이에요! 으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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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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