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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는 이제 종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옥에 갇힌 후 처형대에 목을 내 놓았던 태하와 대길은 청나라 용골대의 작전으로 목숨을 구하고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반면 그동안 드라마 속에서 제2주인공으로 이름을 날렸던 천지호도 죽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가장 황당했던 설정은 죽은 줄로만 추정되었던 왕손이와 최장군이 살아서 월악산 짝귀에게 간 것입니다. 물론 가장 최근 옥에 갇힌 대길이 철웅에게 두 사람의 행방을 묻자 "어딘가에 있겠지. 노중(路中)에 죽지 않았다면 누군가 죽였겠지"라고 대답함으로써 살아있음을 암시하기는 했습니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왕손이와 최장군의 사고가 발생한 것은 모두 대길 때문입니다. 대길은 언년이가 송태하와 혼례를 올리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추노질을 접고 한양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왕손은 태하를 잡기만 하면 500냥을 벌 수 있으므로 바로 눈앞에서 이런 행운을 포기할 수 없어 단신으로 태하를 잡으러 나섭니다. 그렇지만 호사다마라고 태하를 추적하러온 철웅을 만나 싸운 끝에 그는 철웅의 칼을 맞고 쓰러졌고, 나중에는 숲 속으로 질질 끌려갔습니다.   


한편 최장군은 왕손이를 찾아 나섰다가 철웅과 운명의 조우를 합니다. 한 차례 싸운 후 최장군은 철웅으로부터 어깨에 칼을 맞습니다. 위기를 모면한 최장군이 길에 떨어진 핏자국을 발견하고 왕손을 애타게 부르고 있을 때 철웅이 뒤에서 최장군에게 칼을 내리치고는 장면이 바뀌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제작진은 왕손이와 최장군의 용태에 대하여는 일언반구도 없다가 두 사람 모두 상반신만 드러낸 채 수레에 끌려가는 모습만 살짝 공개하였습니다.


그 후 독자들은 두 사람의 생사여부에 대한 찬반논란이 뜨거웠고 "초록누리"님은 얼굴을 드러낸 채 끌고 가는 것으로 보아 처음으로 살아있다는데 무게 중심을 두었습니다. 또 "선아"님은 좌의정 이경식이 수레에 끌고 온 두 사람의 처리를 "법대로 하라"고 했음을 이유로 이는 죽은 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대길이도 두 사람이 보이지 않자 주막에서 밥을 먹으며 이들을 회상하는 장면 특히 큰 주모가 최장군 밥에 넣어둔 삶은 계란을 꺼내 먹은 모습을 연기하여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습니다. 글쓴이도 물론 두 사람이 살아있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어디론가 끌려가는 수레 위에서 맨 처음 왕손이의 손가락이 움직이더니 곧이어 두 사람 모두 거짓말처럼 깨어나 주변을 살피고는 포졸을 해치우고 도망을 칩니다. 막상 두 사람의 생존이 확인된 순간 글쓴이는 반가움보다는 허탈감이 앞섰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두 사람이 살아 남을 수 있었을 까요?



첫째 왕손이와 최장군은 절대로 죽지 않는 불사조입니다. 비록 무자비한 살수인 황철웅의 칼을 맞을지언정 절대로 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둘은 태어날 때부터 죽지 않는 그리고 죽을 수 없는 불사조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철웅은 칼잡이의 명수로 신의 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곽한섬의 여인인 한상궁을 베듯, 태하에게 편의를 봐준 신장군을 베듯, 그리고 태하의 부하들을 베듯 단칼에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죽이지 않기로 결심하면 심한 피를 흘리게 하고도 살게 할 수 있고, 때로는 칼로 치명적인 상처를 주되 목숨은 붙어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급소를 공격해 며칠 동안 의식을 잃게 하고 아무 것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신출귀몰한 재주를 가졌습니다.

셋째 대길 패거리는 오랫동안 태하를 찾아 남하하다가 태하를 만났습니다. 그러면 이들은 한양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부상당한 이들을 살아 있는 채로 한양으로 압송하기 위해 축지법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한양으로 압송하는데 며칠 걸렸다면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살아남지는 못했을 것이니까요.   

넷째 누군가 두 사람을 치료해 주었을 가능성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시킨 자는 좌의정의 사위인 철웅인데 그의 명령을 무시하고 상처를 치료해 준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물론 아래 것들이 철웅의 신상에 대해 잘 알 수는 없을 테니까 동정심에서 부상당한 두 사람을 치료도 해주고 밥도 주었을지 모릅니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왕손이와 최장군이 불사조는 아닐 것이며, 철웅도 신의 손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축지법을 사용했음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극의 전개대로 본다면 둘이 살아있었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입니다. 제작진이 당초부터 이들을 살리려는 의도였다면 둘이 철웅의 칼을 맞고 달아나거나 아니면 쓰러진 둘을 누군가가 발견하는 등 뭔가 살아 있다는 실마리를 제공해야 하는 것입니다.

짝귀에게로 간 왕손은 다리에, 최장군은 어깨에 부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철웅이 뒤에서 장도로 최장군을 내리쳤음에도 아무런 부상도 입지 않을 정도이니 철웅과 최장군 모두 보통사람이 아니로군요. 
 




드라마는 비록 사극일지라도 사실에 기초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어서 거짓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황당한 설정은 드라마의 재미를 반감시킵니다. 가끔 시청자에게 던지는  낚시는 필요하지만 이처럼 도를 지나치니 씁쓸합니다. 어찌되었든 왕손이와 최장군이 살아있어 남은 방송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은 자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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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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