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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 소은이에요! 저는 최고의 일러스트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단독 상경한 후 웰빙유업의 디자인공모전에 대상으로 당선되어 현재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저는 무작정 상경하여 한강을 건너다가 애인의 변심에 항의하기 위해 일부러 교량 위로 올라가 자살소동을 벌이는 장민국(이현진 분)을 발견했어요. 이 장면이 전국에 생방송으로 중계된다는 것을 알고는 민국의 곁에 올라가 카메라를 쳐다보며 아빠에게 욕을 퍼부었습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딸의 사글세방 값마저 빼어 도망치면 어떡하느냐 구요? 아버지는 분명히 TV를 통해 제가 하는 말을 들었을 것입니다. 

                               민국의 자살소동에 합세한 권오복 



저는 현재 민국의 사업파트너인 하솔지(정다영 분)의 작업실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마음씨 좋은 솔지는 저를 친동생처럼 잘 감싸줍니다. 솔지는 인터넷 의류쇼핑몰을 운영하는데 고향 오빠인 최기철 사장(강은탁 분)이 솔지에게 옷을 납품합니다. 저는 솔지의 사업장에서 기철 오빠를 만났습니다. 저는 기철에게 아버지를 만나더라도 절대로 저를 보았다는 말을 하지 말도록 신신당부했습니다. 


                           오복의 고향오빠인 최기철 사상



그런데 기철 오빠는 아버지에게 제가 머무는 장소를 알려주었다고 하더군요. 그 후 아버지는 솔지의 작업장을 찾아와 라면을 끓여먹고는 치우지도 않고 방을 어지럽힙니다. 제가 당장 나가라고 다그쳤지만 아버지는 몸이 아파서 움직일 수 없다고 하면서 엄살을 피웠지요.

솔지는 아버지가 안쓰러워 그냥 마음 편하게 며칠 쉬라고 했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솔지의 호의를 무시하고 방 어딘가에 돈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방을 샅샅이 뒤졌지요. 아버지는 마침내 침대 매트리스 밑을 들춰 두툼한 돈 봉투를 찾아내 도망쳤지요.
 

                               솔지의 돈을 훔치는 오복의 아버지 권이운(정승호 분)



아버지, 그 돈은 솔지가 납품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마련한 피 같은 것입니다. 아버지는 1개월 후에 두 배로 갚겠다고 큰소리치지만 지금까지 제가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 등록금, 집 보증금 등을 훔쳐 탕진한 아버지가 돈을 돌려 줄 리는 없겠지요.    


제가 솔지에게 신세지는 것만도 미안한 일인데 아버지가 돈마저 훔쳐갔으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입니다. 솔지는 오히려 나중에 돈을 돌려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위로하지만 아버지가 돈을 훔쳐 간 것은 이번이 무려 일곱 차례 아닙니까? 

                          오복의 아버지 


아버지, 세상에 이토록 딸을 괴롭히는 아버지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간혹 자식이 부모를 속이고 패륜을 저지르는 일은 있지만, 이토록 아버지가 딸을 괴롭히는 일은 거의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물론 딸에게 성폭력을 저지르는 천인공노할 인면수심의 경우는 있었지만 말입니다.

솔지가 현재의 사무실 월세를 3개월 동안 체납해 이 달 말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관리인은 전기와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합니다. 저도 오늘 회사의 장대한 팀장에게 가불을 요청하였다가 거절당했습니다. 아버지가 훔쳐간 돈 때문에 솔지와 제가 큰 어려움에 봉착했습니다. 최근 아르바이트해서 겨우 번 돈 20만원을 솔지 언니에게 갚았답니다.    

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이제 도가 지나친 듯 합니다. 제가 차근차근 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더 이상 저를 찾아오지도 전화하지도 말고 괴롭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버지, 제발 정신을 차리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 주세요! (KBS 일일연속극 "바람불어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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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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