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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일일연속극 <바람불어 좋은날>, 드디어 웰빙유업의 후계자 강상준(강지섭 분)과 식약청 과장 장정남(강인덕 분)의 딸 장만세(서효림 분)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상준의 어머니 차연실 사장(나연희 분)이 피부관리실에서 만세와 입씨름을 하여 만세를 당돌한 꽃뱀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결혼은 성사되기 어려웠는데요. 그러나 상준이 기지를 발휘하여 만세가 임신했다는 거짓말로 부모를 속여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차 사장으로서는 만세가 재벌가 며느리로서 경험, 학벌 등 모든 것이 변변치 않고 집안마저 내세울 것이 없음을 이유로 혹독한 시집살이를 시키기 시작하는데요. 참으로 보기에도 안쓰러울 지경입니다. 만세는 결혼하면 당연히 시부모를 모시지 않고 따로 나가 사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는 큰 오산이었거든요.  

차 사장은 만세네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억대 예단품목리스트를 적어 보냈다가 만세 어머니 윤선희(윤미라 분)가 자신을 만나 사정을 하자 리스트는 없었던 것으로 하고 성의껏 예단을 마련하라고 양해하였습니다. 윤선희는 있는 돈 없는 돈을 긁어모아 핸드백 등을 구입해 만세를 시켜 시댁에 보냈지만, 차 사장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없이 쌀쌀하게 앉자 있습니다. 만세가 떠난 다음 남편 강인수(김성환 분) 회장이 부인에게 감사의 말 한마디라도 왜 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차 사장은 도대체 이런 물건을 사용하라고 보냈는지 모르겠다며 나중에 일하는 아줌마 주겠다고 말합니다.

결혼식 당일 예식이 끝나고 시댁 사람들은 자신들의 하객들과 인사하느라 만세네 가족에게는 작별인사도 없이 사라집니다. 윤선희는 속이 부글부글 끌지만 참습니다.


상준과 만세는 몰디브 또는 지중해 쪽으로 신혼여행을 계획하고는 꿈에 부풀었는데 차 사장은 상준이 빨리 회사로 출근하여 경영수업을 받아야 한다며 동해안으로 1박2일만 다녀오라고 해서 그냥 휴일나들이 같은 신혼여행을 다녀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신혼여행을 다녀 온 이후의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신혼여행 후에는 부부가 먼저 신부집으로 가서 하룻밤을 보내지요. 만세네 집에서도 만세의 방을 정리하고 이바지음식도 마련하는 등 모든 준비를 끝냈습니다. 그런데 상준이가 어머니 차 사장에게 만세네 집으로 간다고 전화하자 시간도 없는데 무슨 소리냐며, 당장 자기 집으로 오라고 호통칩니다. 하는 수 없이 만세는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렸는데, 만세네 가족들은 사돈댁을 무시한다고 괘씸하게 생각합니다.

시가 집에서 첫 밤을 보낸 만세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라는 시어머니의 명을 어기고 늦잠을 자 버렸네요. 상준과 시아버지가 조깅을 하고 귀가할 때까지 깨지 못한 것입니다. 깜짝 놀란 만세가 급히 내려와서는 미안하다고 사과합니다. 차 사장은 만세에게 우리 집 식사시각은 아침 7시이니 내일 아침부터는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아침 준비하라고 지시합니다. 첫날 늦잠을 자는 바람에 기상 시각이 한 시간 빨라졌습니다.


차 사장은 출근하면서 만세에게 땡스 카드(thanks' card) 문안을 작성해 놓으라고 일러둡니다. 땡스 카드가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상준과 시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충 알만합니다. 만세가 다시 뭐라고 써야하는지 물어보니 "너, 숟가락에 밥을 떠서 먹여 줘야하니?"라고 까칠하게 말합니다. 무안해진 만세의 표정이 말이 아니네요.


만세는 방에 앉아 낑낑거리다가 친정 어머니 윤선희에게 전화를 하지만 어머니는 그냥 고맙다고 쓰면 되지 뭘 그러느냐고 말합니다. 만세는 학창시절 자신이 공부하지 않을 때 왜 때려서라도 공부하게 만들지 못했느냐고 어머니에게 하소연합니다. 그래도 시어머니의 구박이 심하냐고 묻는 말에 만세는 자기한테 잘 해준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드디어 저녁이 되었습니다. 차 사장은 귀가하자마자 만세에게 땡스 카드 문안을 가져오게 하여 읽으라고 합니다. 만세는 시부모와 남편인 상준의 앞에서 읽기 시작합니다.

『친애하는 손님 여러분!』
만세가 첫줄을 읽자 상준 부자는 눈이 휘둥그래지고, 차 사장도 만세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립니다.
"지금 민방공 훈련하니?"
"시작이 어려워서요!"

만세가 변명하자 시아버지가 거듭니다.
"그래, 첫 줄 쓰기가 힘들지! 더 읽어봐!"


 

『그 날 바쁘신 와중에도 결혼식에 참석해 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 드립니다.
나라 경제도 힘든데 축의금도 많이 내 주셔서 다시 감사 드리고,
식사는 입맛에 맞으셨는지요.
이제 비가 오나 눈이 바람이 부나 오빠와 저는 낙장불입입니다.
한번 맺은 부부의 연 검은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부창부수하며
앞으로 여러분의 기대와 성원에 어긋나지 않는 완소 커플 되겠습니다.
친애하는 손님 여러분!
늘 건강하시고 만수무강하십시오.』

                                                      머리를 싸매는 상준 어머니



만세가 적은 감사편지를 다 듣고 난 차 사장은 기가 막힌 듯 머리가 아프다고 얼굴을 찡그렸고, 상준 부자도 무척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며느리가 낙장불입(落張不入)과 부창부수(夫唱婦隨) 등 사자성어의 적절한 사용법을 모른다고 생각한 시어머니는 만세에게 다음날 사자성어테스트를 하네요. 만세는 하루종일 낑낑거리며 공부했지만 하루만에 실력이 늘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남편인 상준이 아내에게 사전 테스트를 해 보네요. 삼인구사(三忍九思 : 세 번 참고, 아홉 번 생각하라)는 잘 아는데, 불광불급(不狂不及 : 무언가에 미치지 않으면,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은 알 수가 없습니다. 생각하던 만세가 "광이 없으면 화투치지 말아라"라고 대답합니다.  
  
예고처럼 귀가한 시어머니가 만세를 불러 테스트를 하네요. 첫 질문인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쉽게 맞춥니다. 그런데 다음 문제인 일수사견(一水四見 : 한 줄기 물이라도 처지에 따라 네 가지로 보인다. 1) 천상의 사람이 보면 유리로 장식된 보배로 보이고 2) 사람이 보면 마시는 물로 보이고 3) 물고기가 보면 집으로 보이고 4) 아귀가 보면 피고름으로 보인다)에 그만 막히고 맙니다. 솔직히 이 말은 비교적 사자성어를 많이 알고 있는 글쓴이에게도 생소한 문제입니다. 시아버지가 쉬운 문제를 내라고 조언했는데도 이런 문제를 낸 것은 다분히 고의적입니다. 옆에서 상준이 열심히 입 모양으로 설명하지만 만세가 알아 챌 수가 없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만세는 큰 소리로 또박또박 대답하네요.


"일수는 일수놀이하는 아줌마고요 사견은 네 마리 개요, 그러니까 일수사견, 일수 놀이하는 아줌마는 네 마리의 개처럼 무섭다."   

만세 시아버지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지만 시어머니는 더욱 싸늘해집니다. 앞으로 만세에게 매일 30개씩 사자성어를 외우라고 지시합니다. 만세는 할 일이 태산입니다. 

사실 만세가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겠다는 다부진 목표는 일단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물 한 방울 손에 안 묻히고 호강하겠다는 꿈은 이미 산산이 부셔졌고, 유식한 시어머니로부터 무식하다고 허구한날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불쌍한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만세의 표현처럼 지금 미칠 정도입니다. 그나마 만세를 이해해주는 듬직한 남편 상준과 며느리에게 다정다감한 시아버지가 있음은 불행 중 다행입니다. 앞으로 만세가 어떻게 시어머니의 구박을 극복하고 꿋꿋하게 살아갈지 지켜보는 것도 이 극의 재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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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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