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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유수(流水)와 같아서 지방도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1968년 2월)한지도 어언 43년이 지났습니다. 480명의 졸업생 중에는 1983년 소련의 대한항공 007기 격추사고로 사망한 친구도 있었고, 지난달에도 간이 부실하여 저 세상으로 간 동창도 있었지요. 아마도 60-70명 정도는 이미 저 세상사람이라고 합니다. 우리 동문들은 현재 부산과 마산 및 서울에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서울동문들은 매2년마다 돌아가면서 동기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글쓴이는 지난해부터 재경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동기회 회장은 봉사하는 자리입니다. 즉 권한은 없고 책임만 따르지요.

금년은 고교를 졸업한지 43년이 되는 해입니다. 서울 동기들은 부산 및 마산에서 살고 있는 동문들을 초청하여 1박2일 동안 학우의 정을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지방에서 상경하는 경비는 자체적으로 부담하되 서울체재기간동안 소요경비(식비, 숙박비)는 전액 서울친구들이 부담하기로 하였습니다. 동기회 총무(우리는 그를 사무총장으로 승격시켰지요)를 맡은 K군이 워낙 활동적이어서 500여 만원의 경비를 기부형식으로 무난히 조달했습니다.

상경하는 날 청와대를 관람하고 다음날은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을 답사한 후 경복궁과 청계천을 관광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청와대 관람을 위해서는 사전에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대표자가 방문자 전원의 인적사항(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을 기재하여 신청을 하여야 합니다. 만약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신원확인이 안되어 방문자로 등록이 되지 않습니다. 약 120명의 인원을 독수리 타법으로 타이핑하느라 한나절을 보냈답니다.

드디어 디데이인 4월 29일 오후 2시 전국의 동문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당초 신청인원은 120명이 넘었지만 부득이한 사유로 방문을 취소해 실제로 70여명만 집합했습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든, 또 지금 현재 어찌 살고 있든 우리는 꿈 많은 청춘시절을 보냈던 고교시절로 되돌아갔습니다. 어느 듯 얼굴은 주름이 깊어지고 머리카락은 줄어들어 색깔이 변했지만 자세히 보면 학창시절의 모습은 그대로입니다.  

청와대 관계자가 인원파악(반드시 신분증 지참필요)을 한 후 관광버스에 올라 청와대 춘추관 앞에 멈춥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외국의 국빈으로부터 받은 선물이 진열되어 있네요. 청와대 방문에 따른 5분간의 동영상을 시청한 후 방문증을 목에 걸고 후원으로 향했습니다. 하루 평균 관람객이 2천여 명에 달하다 보니 관계자들도 무척 바쁜 모양입니다. 후원에는 아름다운 반송이 있네요. 안내를 맡은 청와대 여직원이 자신을 같은 지역소재 여고출신이라고 소개해 큰 박수를 보냅니다.

                                                                                청와대 후원

후원을 지나 구(舊) 경무대자리를 거쳐 본관 앞을 지나갑니다. 우리가 뉴스에서 자주 보던 바로 청와대 본관입니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곳이지요. 후원과 정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입구의 나무 때문에 사진의 배경이 좋지 않네요. 우측으로 들어가서 연회장 건물을 둘러보고는 서문으로 나옵니다. 청와대라는 특수한 장소이기는 하지만 사진촬영이 매우 제한되어서 보여줄게 별로 없습니다. 청와대 측은 관람객에게 머그컵 두 개를 기념품으로 증정하네요.

                                                             청와대 관람 기념사진 

                                                                      청와대관람기념품 머그컵 

그런데 문제는 날씨입니다. 다음 날인 4월 30일은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는 예보로 당초 계획했던 북악산답사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청와대방문을 끝내자마자 바로 경복궁으로 입장합니다. 경복궁입장시간은 17시이지만 사전에 한 친구가 미리 매표를 하고 기다린 덕분에 10분 늦게 입장했습니다. 근정전과 경회루 그리고 향원정을 돌아본 후 주차장으로 나옵니다. 문화재 해설을 맡은 동기생 K군의 해박한 지식이 압권입니다.

                                                                                경복궁 방문 

이제 숙소인 경기도 고양시 장흥계곡인근 개명산 아래에 위치한 G연수원펜션으로 이동합니다.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고는 노래방 기기로 노래를 부르다가 밤 11시에 취침합니다. 이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밤새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변합니다. 상경한 친구들은 이토록 험한 날씨는 처음이라며 서울친구들이 이런 날씨 속에 어떻게 사느냐고 농담을 합니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부터는 비가 그칩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는 북악산 대신 용산소재 전쟁기념관으로 갔습니다. 비는 그쳤지만 날씨가 너무 흐려 언제 다시 비가 내릴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전쟁기념관은 입장료가 무료로군요.

전쟁기념관 관람을 마치고는 광화문 소재 식당으로 와서 점심을 먹습니다. 글쓴이는 행사를 주관한 서울동기회 대표로 건배제의를 한 후 식사를 마칩니다. 마산과 부산 동기회는 각각 고급 우산과 타월을 기념품으로 나누어줍니다. 점심식사 후 우리들은 광화문광장에서 청계천까지 걷고는 행사를 끝냅니다.

                                                                               광화문에서 

43년 만에 실시한 1박2일 행사. 학우들의 얼굴에 주름은 생겼지만 대부분 옛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만 480명 중 한번도 같은 반을 하지 못한 친구들은 전혀 생소한 얼굴이어서 이름표가 없었다면 누구지 모를 지경입니다. 하고 싶은 말도 많겠지만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앞으로 졸업 50주년에는 좀더 뜻 깊은 행사를 하자고 다짐하며, 다음 기회는 지방친구들이 서울 친구들을 초청하겠답니다.    

예로부터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만나면 헤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아쉬웠지만 지방학우들은 3.1빌딩 앞으로 온 전세버스를 타고 서울을 떠납니다. 학우들이 떠나자 또 다시 장대 같은 소나기가 내립니다. 하늘도 우리가 야외행사를 무사히 마치도록 기다리듯 합니다. 친구들아, 부디 <9988234>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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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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