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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의하면 한나라당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는 당소속 국회의원들의 대국민 약속 8가지를 발표할 계획인데, 그 중에는 "골프를 하지 않겠다"는 항목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정당차원에서 이런 시도는 처음인 듯 합니다. 지금까지 행정부 공직자에게는 골프금지지시가 시도 때도 없이 하달된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특히 공군부대의 체력단련장(골프장)에서는 공직자가 현충일에 골프를 친 사실이 적발되면 영락없이 큰 곤란을 겪었습니다.

그러면 골프가 왜 이렇게 찬밥신세로 전락하여 항상 지탄의 대상이 되었을까요? 이는 바로 골프는 부유한 사람들이 즐기는 부자스포츠로 낙인찍혔음은 물론 공직자들이 업무와 관련하여 민간인(산하기관)으로부터 접대를 받는 부패의 사슬이라고 생각한 때문입니다.

부유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던 골프가 일반국민에게 한발 가까이 다가온 것은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박세리 선수가 1988년 미국여자프로골프대회(LPGA)의 메이저경기인 US여자오픈에서 당당히 우승한 이후입니다. 그 후 박세리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남자선수인 최경주는 PGA에 진출하여 8승을 달성했으며, 양용은 선수는 2009년 당시 세계랭킹 1위였던 타이거 우즈를 꺾고 당당히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 우승하여 우리나라가 골프강국임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박세리 선수


그렇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 일반국민과 정책당국의 골프를 바라보는 눈은 삐딱하여 그 환경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골프에 대한 서민들과 정책당국의 시각이 나쁜 이유는 골프를 치는데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금액은 잘 모르겠지만 수도권골프장의 경우 그린피 20만원 수준, 카트이용료 10만원수준, 캐디 피(도우미) 10만원이므로 4명 1팀의 경우 합계 100만원(1인당 25만원)은 기본입니다. 여기에 그늘 집에서 간식이라도 먹는다면 삶은 달걀 1개에 2-3천원을 받으니 정식 식사를 하지 않더라고 적어도 1인당 1만원은 기본입니다. 물론 골프회원권을 소유한 사람은 1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가능하겠지만 일반서민들로서는 큰 부담입니다.

골프가 이렇게 비싼 운동의 대명사가 된 것은 골프장을 건설하면서 클럽하우스를 호화롭게 짓고 캐디를 의무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입니다. 서구에서 호화로운 클럽하우스는 소위 명문클럽에 한합니다. 서구인들은 명문클럽에서 골프를 친 다음 파티를 열기 때문에 골프장 출입 시는 반드시 양복상의를 입도록 의무화한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사교파티는 전혀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샤워실, 식당 등의 시설이 매우 고급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린피는 물론 입주한 업체들도 높은 임대료(직영의 경우에도 비싼 고정비) 때문에 음식값과 물건값을 비싸게 받는 것입니다. 따라서 골프장을 건설할 때 미국의 일반골프장처럼 간단한 샤워와 음료수를 마실 수 있는 시설만 설치하고 캐디제도를 폐지(이들 인력의 재활용문제는 별도로 검토필요)한다면 골프가 부자스포츠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경주 선수


1980년대 초 만해도  20여 개에 불과하던 골프장이 지금은 400여 개로 늘어났고 최근의 경기침체로 골프장 회원권 값이 몇 년 비해 반토막이 났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따라서 앞으로 골프장 사업주 측은 지금과 같은 고가정책을 고수하는 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므로 가격의 하향조정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몇 년 전에는 골프장을 찾은 연인원이 프로야구 관중보다도 많았다고 했습니다. 물론 골프는 중산층 이상만 가능하므로 둘을 평면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인기스포츠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 국민 누구도 스키를 타러 가는 것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골프는 오래 전부터 공직자는 해서는 안 되는 운동으로 규정되었습니다. 1990년대 국무총리실에게 공직자에게 골프금지령을 내리자 어느 일간지 시사만평에서 이를 꼬집은 만화를 본 기억이 납니다. 어느 공무원이 총리실로 전화를 걸어 골프채를 가지고 있는 것은 괜찮은지, 골프스윙연습을 하는 것은 괜찮은지, 그리고 골프용 옷을 입는 것은 괜찮은지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골프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의 국위선양에 앞장서고 있는데 국내에서 골프는 늘 동네북 신세입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 프레지던트컵을 유치했습니다. 이 대회는 미국팀과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전세계 연합팀과의 맞대결로 당대 최고의 골퍼들만이 출전하며, 미국과 유럽의 맞대결인 라이더컵과 함께 세계 골프계의 양대 빅 이벤트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국민감정을 의식하여 신사스포츠인 골프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게 알려지면 해외토픽 감이 되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양용은 선수

평소 국정업무수행을 위해 바쁜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심신을 단련하기 위해 골프를 치는 것을 색안경을 쓰고 볼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대통령은 위기상황에서도 참모들과 골프를 치며 여유 있는 모습으로 국민을 안심시키기도 하거든요. 다만 문제는 위정자들이 정치도 잘하고 경제도 살려 국민들의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일입니다. 국민을 잘 살게 해준다면 누구도 골프를 치는 것을 탓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나라당 비대위가 인기 영합적인 "골프 안 하기"를 국민에게 섣불리 약속하여 나중에 자승자박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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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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