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혁 역의 이필모
<빛과 그림자>의 전개가 국가를 지탱하는 축인 청와대와 중앙정보부 그리고 군(한빛회)의 권력투쟁과 주도권 잡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데, 이 과정에서 제33∼34부에서는 앞날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대형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해 한마디로 정신이 하나도 없을 지경입니다. 조태수(김뢰하 분)와 함께 탈옥한 강기태(안재욱 분)가 차수혁(이필모 분)을 협박해 장철환(전광렬 분)과 조명국(이종원 분)을 성북동 요정 삼원각으로 불러낸 것은 정말 무모한 짓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강기태가 장철환이 한지평(권태원 분)을 살해하도록 지시했다는 말을 녹음한 것은 장철환을 괴롭히기 위한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 셈이로군요.
강기태가 장철환과 조명국 그리고 차수혁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그 순간 조태수는 밖에서 기다리며 망을 보고 있었는데, 군경이 들이닥치는 것을 목격한 조태수누 방으로 들어가 강기태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조태수가 장철환에게 애국주먹의 맛을 보라며 면상을 한 대 갈긴 것은 시청자들의 카타르시스 분출을 위해 매우 통쾌한 일격이었습니다. 강기태에게 당한 수모로 분을 참지 못하는 장철환이 밖으로 나오자 이번에는 이외의 사태가 기다라고 있습니다. 바로 김재욱(김병기 분) 중정부장 팀이 장철환과 그 일당(조명국, 차수혁)을 내란음모죄로 체포한 것입니다. 탈옥수 검거에 군병력을 동원한 것을 문제삼았습니다.
중정 취조실로 끌려간 조명국은 고춧가루를 탄 물고문을 당하면서도 수행비서 유상도의 행방을 묻는 질문에 함구하고 있습니다. 이 유상도는 한지평을 살해한 행동대장으로 조명국이 거금을 주고 도피시킨 인물입니다. 중정 수사관은 장철환에게 "체면과 자존심을 스스로 지켜 잘못을 인정해야 하며, 내가 당신의 죄를 먼저 말하면 이미 당신은 많이 상해 있을 것"이라고 협박합니다.
삼원각의 윤 마담(엄수정 분)은 송미진(이휘향 분)에게 김 부장이 장철환을 남산으로 잡아갔으며 강기태도 왔다 갔다고 알려줍니다. 강기태의 전화를 받은 송미진은 신정구(성지루 분)와 함께 강기태가 기다리는 강화도로 갔습니다. 강기태는 송미진에게 김 부장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강기태로서는 아버지 강만식(전국환 분)이 중정에서 고문치사한 사건을 부인한 김 부장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송미진은 김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강기태가 장철환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 김 부장은 홀로 강화도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또 새로운 사태가 발생합니다. 장철환이 중정으로 잡혀간 사실을 안 한빛회 정 장군(소장)이 수사요원을 풀어 김 부장을 납치한 것입니다. 정 장군의 위협에 김 부장은 중정으로 전화를 걸어 장철환과 그 일당을 풀어 주라고 지시했습니다. 사실 이런 일련의 사건전개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낍니다. 지금은 비록 청와대실장에서 물러났지만 현직 정무수석비서관인 장철환을 중정부장이 내란음모죄를 적용하여 연행한 것, 그리고 한빛회의 일개 소장이 국가정보기관의 수장인 중정부장을 잡아들인 것은 대통령의 재가를 받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12.12 사태 때에는 전두환 일당이 대통령의 재가 없이 큰 일을 도모한 적은 있어 이는 쿠테타로 그러려니 하지만,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런 스토리 전개는 과장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김 부장의 운전기사로부터 강화도로 송미진 사장을 만나러 가던 길이었다는 자백을 받은 장철환은 강기태도 함께 있을 것이라며 병력투입을 지시했고 김 부장을 기다리던 송미진은 잡혀가고 맙니다. 송미진이 잡혀가는 현장을 목격한 신정구는 이 사실을 강기태와 조태수에게 알렸고 이들은 서울로 돌아와 빅토리어로 잠입합니다.
한편 장철환은 조사실의 김재욱 부장을 찾아가 갑신정변을 일으킨 김옥균의 3일천하를 거론하며 김 부장에게 1일천하라고 비꼬다가 각목을 들고는 김 부장을 구타했습니다. 실제의 몽둥이라면 배우들이 죽어 나가겠지요. 장철환이 각목을 너무 강하게 휘두르는 바람에 부드러운 재질로 만든 소품인 각목이 휘어지는 모습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또 예상외의 사태가 발생합니다. 장철환의 매를 맞고 쓰러진 김 부장을 차수혁이 부축해 의자에 앉혔는데, 김 부장은 수혁에게 내 제안이 유효하다고 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요? 중정 취조실에서 김 부장은 차수혁에게 "주인을 물어야 지네가 살아난다. 장철환을 밟고 일어서는 게 자네 야망이라면 지금이 절호의 찬스"라고 제안한 것입니다. 이 말을 기억한 차수혁은 김 부장에게 제안을 받아드리는 대신 강기태와 관련된 조건이 있다고 했는데 실제 무슨 내용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차수혁은 친구인 안도성 검사를 불러 "장 실장은 이미 선을 넘었다. 평생 장 실장 뒤만 치우고 살 수는 없다. 지금이 장실장의 권력을 넘어설 유일한 기회"라며 모종의 협조를 당부했고 안 검사는 수혁을 믿는다고 했습니다. 수혁은 이정혜(남상미 분)를 불러내 가증스런 제안을 합니다. "강기태는 탈혹 후 총기를 탈취하여 장 실장을 죽이려 했다. 현재 도주 중이므로 체포되거나 피살될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기태를 구하겠다. 그 대신 약속해 달라. 기태에 대한 마음을 접어라. 내가 정혜 옆에 설 기회를 달라. 내 인생을 걸고 마음을 얻을 기호를 갖고 싶다." 나중에 이정혜는 차수혁에게 전화해 기태를 살릴 수 있다면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했습니다. 정혜로서는 무조건 강기태를 살려야 합니다. 그런데 차수혁은 정혜의 이런 궁박한 심경을 이용해 친구의 애인을 가로채려 하고 있는 비열하고도 파렴치한 인간입니다.
장철환은 송미진에게 내 취향은 아니지만 매력이 있다고 했는데, 감히 누구에게 추잡한 짓을 하느냐고 쏘아붙입니다. 화가 마리 끝까지 치솟은 장철환은 어디서 앙탈을 부리느냐며 송미진의 따귀를 후려쳤는데, 송미진은 남은 인생이나 정리하라며 차갑게 응수합니다.
드디어 새로운 사태가 발생하는데요. 차수혁이 안도성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장철환이이 특별수사대로 갔다고 알리자 대기하고 있던 안도성은 장철환을 체포해 검찰로 연행한 것입니다. 다음날 장철환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신문의 1면을 장식합니다. 사실 친구의 말만 믿고 장철환을 연행한 안도성 검사의 행동도 의문이지요. 한편 차수혁은 한빛회 정 장군에게 장철환이 연행되었음을 알리고는 검찰에서 내사한 장철환 비리관련자료를 보여주며 "검찰라인에서 각하에게 보고했을 것이며, 장철환을 두둔하면 한빛회도 당할지 모르니 조심"하라고 입단속 했습니다. 장철환이 끌려가자 김 부장과 송미진은 즉시 풀려났습니다.
지금까지 장철환의 개(犬)가 되어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차수혁의 변절이 참으로 씁쓸합니다. 그의 배신은 장철환의 악행에 대한 응징이 아니라 자신의 야망을 달성하려는 도구로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차수혁의 야망이란 장철환이 누리던 권력을 빼앗고 친구의 애인인 이정혜를 차지하려는 야비한 술책이기 때문입니다. 장철환을 구속시켜 강기태를 살리는 모양새를 취한 후 이정혜의 마음을 얻어려는 속셈이지요.
그런데 은신처로 되돌아온 강기태는 조태수에게 최후의 수를 사용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최후의 수란 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장철환의 살인교사를 밝히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탈옥수가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한다고 공포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신정구는 인기가수 겸 배우 유채영(손담비 분)과 배우 겸 감독인 최성원(이세창 분)의 결혼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이라고 포장을 해 기자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기자회견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보고를 받은 김 부장이 기자회견을 막으라고 지시한 때문입니다. 강기태가 스스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장철환의 비행을 폭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부친의 고문치사사건까지 밝힐 경우 중정은 물론 각하까지 치명상을 입을 수 있거든요. 강기태와 조태수가 대기실에 있다가 기자회견장으로 나가는 길인데 웬 복도가 그리 긴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 때 중정 수사요원들이 들이닥쳐 두 사람을 제지하겠지요. 문제는 기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인데 제35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스토리 전개가 다소 어색한 점은 있지만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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