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남자, 비극적 결말 암시한 강마루 두통

 

                                                                  강마루 역의 송중기

태산그룹의 회장이자 남편이었던 서정규(김영철 분) 회장이 급사하고 상속녀인 서은기(문채원 분)가 1년 동안 나타나지 않자 한재희(박시연 분) 임시회장은 정식 회장으로 취임합니다. 앞으로 반드시 태산을 중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혀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는 순간 돌연 등장한 서은기와 강마루(송중기 분)로 인해 재희는 소위 말하는 멘붕(멘탈붕괴)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취임식이 엉망이 되자 한재희는 이러한 현실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결정적인 순간 오빠 한재식(양익준 분)이 확실하게 제거했다던 서은기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도 의문이고, 특히 강마루가 서은기의 약혼자가 되었다니 더욱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강마루의 가르침에 따라 취임식장에서 조리 있게 또박또박 자신의 입장을 밝혔던 서은기는 왜 자신이 새엄마인 한재희와 싸워야 하는지 마루에게 물었고, 마루는 재희가 애초부터 자기 것이 아닌 것을 가지려 하니까 싸워야 한다고 한마디로 말했습니다. 건강이 회복되기도 전에 너무 빨리 돌아왔다고 걱정하는 은기에게 마루는 은기의 존재를 빨리 알려야 덜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강마루가 서은기를 지켜주기로 한데는 박준하(이상엽 분) 변호사와 큰 거래를 하였음이 밝혀졌습니다. 준하는 마루에게 서은기를 도와줄 것을 부탁하면서 "은기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면 깨끗이 사라져 달라. 은기가 기억을 찾게 되면 당신이 설 자리는 없지만, 만약 은기가 기억을 못 찾을 때를 대비해 거래를 하자. 원하는 대가를 보상하겠다. 어차피 처음부터 사랑도 아니지 않았냐"고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마루는 지금 하는 행동이 사랑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는데, 정색을 한 박준하는 "무슨 수를 써서든 막아야한다. 난 당신이 누군지 잘 알고 있다. 강마루가 서은기를 어떻게 이용하고 조롱하고 속여 왔는지 은기에게 알리겠다"고 겁을 주었습니다. 물론 이런 말에 눈 하나 깜짝할 마루가 아니지요. 마루는 서은기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면 태산의 반을 달라고 요구했고 일이 끝나면 사라져 주겠다고 거래했습니다.

 

한재희는 은기와 마루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 하자고 권했습니다. 은기는 집으로 가자마자 아버지의 방부터 찾았습니다. 한재희는 아버지 침실의 물품은 치웠지만 서재는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재희가 두 사람을 집으로 부른 것은 물을 먹이가 위함입니다. 서은기에게는 남자에 미쳐 아버지 임종도 지켜보지 못했으니 용서를 빌라고 쏘아붙였는데, 실제로 은기는 서재에서 아버지 사진을 보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지요. 그리고 은기의 방은 은석이의 놀이방으로 바꾸었는데, 재희는 은석이 누나를 보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조치했다고 오리발을 내밀었지만 실제로는 은기의 흔적을 지우려 재희가 일부러 그리 만든 것입니다.

재희는 마루가 과거 바텐더였음을 이용하여 와인을 디켄딩((Decanting)하라고 요구했는데, 마루는 재희에게 뼈있는 악담을 퍼부었습니다. "내 과거에 한재희라는 여자가 있었는지는 기억조차 안 난다. 내 마음은 온통 서은기뿐이다. 난 서은기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괴물로부터 은기를 지키기 위해 왔다. 내가 서은기를 저렇게 만들었으니 그녀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으려 왔다. 한재희 당신, 태산의 대표이사도, 회장도, 사모님 자리도 모두 내 놓고 그냥 가라"고 한 것입니다. 이를 보면 1년 전 교통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바닷가에서 "한재희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한다"며 서은기의 기슴에 못을 박았던 마루의 진심이 이젠 완전히 은기 쪽으로 돌아선 모습이로군요.

 

그런데 서은기-강마루의 등장을 매우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한 사내가 있었으니 바로 재희와 내연관계인 안민영(김태훈 분) 변호사입니다. 그는 은기가 회장 취임식장에 나타나기 전 은기의 은신처를 방문해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던 한글연습노트를 입수해 왔는데 그 노트에서 두 가지 중요한 실마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하나는 은기가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언어를 연습한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박준하 변호사가 노트 뒤에 남긴 "힘내세요. 저를 완전히 기억해 줄 날을 기다리겠다. JH"라는 메모입니다. 아마도 이 메모는 은기가 독심을 품고 열심히 재활하도록 촉구하는 문구였을 것입니다.

서은기의 지적인 능력을 의심한 안민영은 마루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은기를 찾아와 차 한잔 마시자고 했습니다. 그런 다음 연습노트를 건네주며 누구 것인지 물었습니다. 마음이 순수해진 은기는 얼마 전까지 연습했던 노트라고 했습니다. 은기는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한글 맞춤법도 틀려 치료 차 사용했답니다. 그러자 안민영은 "서 이사와 비슷한 케이스가 있는데 뇌 손상을 당한 사람이 있었다. 회사 내부에서 서 이사에 대한 불안한 시선들이 많다. 난 서 회장이 거둬주어 여기까지 왔다. 나한테 감추지 않아도 된다. 그래야 내가 지켜줄 수 있다"고 감언이설을 늘어놓고는 펜을 건네며 글을 써 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안민영은 "내가 누군 지는 아나? 내가 누구인지 기억 안나나?"고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이 대목에서 서청자로서 매우 조마조마 합니다. 서은기가 한재식의 꼬임이 빠져 납치될 때 남긴 메모에는 문법이 하나도 맞지 않았거든요. 서은기는 펜을 잡고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건네준 노트에는 "당신은 나쁜 사람입니다"라고 정확하게 적혀 있습니다. 글씨를 적는 순간 은기는 과거 자신이 민영에게 "왜 한재희의 개가 되었느냐"고 소리친 기억이 떠올랐던 것입니다. 이어서 은기는 "우리 현정화 비서 언니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성질을 낸다"며 자리를 떠는군요. 은기는 민영을 보기 좋게 한방 먹이거 망신을 주었습니다. 속이 다 후련하군요. 

강마루는 드디어 한재희의 계획하나를 무산시킴으로써 견제에 나섰습니다. 한재희는 예성메디칼을 인수하려고 회의를 소집했지만 김 이사는 제2금융권 차입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강마루는 자금차입은 별 문제가 안 된다고 재희를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재희와 박준하를 놀라게 했지만 곧 본색을 드러냅니다. 회사를 인수하며 비자금 조성을 도와주고 불법경영권승계를 묵인하면 그룹이 세무조사를 당할 수도 있다며 반대했던 것입니다. 마루의 반격에 놀란 박준하가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았느냐고 묻자 마루는 증권가에 떠도는 소문을 그냥 한번 찔러보았더니 효과가 있었다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합니다.

서은기는 정기 진료차 의사 석민형(조성하 분)을 다시 찾았는데 석 박사는 은기의 빠른 회복에 놀라움을 표시합니다. 은기는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미 안민영을 만나 어린 시절부터 아는 사람임을 알았고 마루와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If you gone to San Francisco…"라는 노래를 들으며 마루와의 추억도 되살아난 것입니다. 의사는 "그 아픈 기억을 인정하기 싫고 상처받기 싫어 기억상실의 동굴에 자신을 숨기고 있다. 인생에서 힘들고 죽고 싶었던 기억을 꺼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은기는 이미 쪽팔리고 부끄러움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루는 은기를 데리고 바닷가로 나가 데이트를 즐깁니다. 마루는 은기와 함께 바닷가 모래사장을 걸은 후 오뎅을 먹고 하모니카를 불며 독백합니다. "아버지, 어느 날 한 여자가 제게 걸어 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모진 말로 상처를 주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밀어냈던 그 여자가 다시 제게 걸어 왔다. 이 여자는 나와 많이 닮았다. 자주 이 여자를 보며 나를 본다. 내 몸에 난 상처가 이 여자에게도 있다. 내 머리 속을 꽉 채운 눈물도 이 여자의 가슴속에 똑 같이 흐르고 있다. 내가 준 상처이며, 내가 준 눈물이다. 이 여자를 만나는 게 아니었다. 이 여자를 나 같은 놈의 인생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게 아니었다. 살아오며 처음으로 후회한다."

귀가하는 자동차가 터널을 통과할 때 은기는 사고의 순간을 떠올린 듯 한데 은기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마루의 마음은 이제 재희를 완전히 떠나 은기에게로 기우러진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마루와 은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군요. 마루가 예성메디칼 인수에 따른 반박자료를 준비하며 두통을 호소하면서 약을 먹은 다음 괴로운 표정으로 책상 위에 얼굴을 묻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루는 은기와 교통사고 이후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술해도 성공확률이 겨우 20%인 뇌손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마루의 친구인 의사가 즉시 수술을 권했지만 마루는 이를 거절한 적이 있었는데, 앞으로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는 것 같아 벌써부터 가슴이 아프네요. 한편 안민영은 조영배(오용 분)에게 준비했던 강마루 파일을 폭로하자고 했는데 이게 무엇일지도 관심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