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퀸 김규철, 등장인물 중 가장 안쓰러워!

 

                                                                     박기출 역의 김규철

<메이퀸>에서는 악한인 장도현(이덕화 분)을 중심으로 전처(前妻)에서 태어난 아들 장일문(윤종화 분), 집사 박기출(김규철 분)-박창희(재희 분) 부자, 그의 비서 최욱진(김성종 분) 등이 악의 축에 서 있습니다. 이들 중에서도 사실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박기출-창희 부자입니다. 박기출은 처음부터 이런 악인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주인인 장도현이 이금희(양미경 분)의 남편 윤학수(선우재덕 분)를 권총으로 쏴 죽이고 자신의 허벅지까지 총상을 입힌 현장에 있었습니다. 그 후 장도현은 박기출에게 이금희-윤학수 사이에서 낳은 딸 유진(천해주/한지혜 분)을 죽이라고 지시했지만 모질지 못한 박기출은 유진을 죽이는 대신 군대선배인 천홍철(안내상 분)에게 맡겨 그녀를 살린 착한 사람입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이 사실이 들통나게 되자 박기출은 교통사고를 위장해 천홍철을 살해했고 이 때부터 박기출은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해주를 외딴 섬에 팔아 넘기려고 시도하기도 했었지요. 

박기출은 장도현의 집사로서 인간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살아왔는데 유일한 희망이라고는 전교1등만 하는 아들 박창희였습니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듯 창희는 사법시험에 당당히 합격하여 울산지검의 검사가 되었지만 장도현의 협박으로 아버지의 살인을 알게 되어 검사직 사표를 내고 천지조선의 간부로 입사하여 장도현의 충견(忠犬)이 되었습니다. 창희는 첫사랑 해주와 모질게 결별하고 장도현의 딸 장인화(손은서 분)와 결혼하였고, 장도현의 마음에 들어 현재는 천지조선의 임시회장까지 맡게 되었지만 그의 꿈은 오직 하나 장도현에 대한 불타는 복수심뿐입니다.

그러나 박기출-박창희의 복수는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장도현 주변은 온통 그를 파멸시키려는 인물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입니다. 아내 이금희와 아버지로부터 홀대받은 아들 장일문, 윤학수의 딸 천해주, 장도현에 의해 부모와 할아버지를 잃은 강산(김재원 분), 형을 잃은 검사 윤정우(이훈 분) 등 수많은 사람들이 장도현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박기출은 장인화를 며느리로 들인 후 식사자리에서 술을 잔뜩 마시고는 장도현에게 이제는 사돈이 되었으니 호칭부터 "기출이"라고 부르지 말고 사돈이라고 바꾸라고 했습니다. 그런 다음 할 말이 있다고 정색을 하고는 "도현 형! 아니 도현아! 난 종놈의 아들이고, 형은 소작농의 아들로 우리는 같은 동네에서 자랐다. 네가 나보다 잘난 게 뭔데 까불고 그러냐?"고 호기를 부렸습니다. 기가 막힌 도현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지만 따지고 보면 도현이 기출을 이토록 무시하고 함부로 대할 처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후일 이금희의 말을 빌리면 장도현은 집안 일을 하는 사람의 아들로 서로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었지요. 그렇다면 장도현의 부친은 이금희집안의 소작농이었던 셈입니다.

아들 장일문으로부터 해주가 유진임을 알게 된 장도현은 골프를 가르쳐 주겠다는 거짓말로 박기출을 호젓한 숲 속으로 불러내었고 건달인 비서 최욱진은 박기출을 무자비하게 폭행했습니다. 장도현은 박기출에게 "왜 거짓말했나? 유진이 살아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해주가 바로 유진이라는 말을 왜 안 했나? 유진이 죽었다고 거짓말하고 천홍철에게 맡겼나? 이게 탄로날까 두려워 천홍철을 죽였잖아! 유전자 검사결과 해주가 금희딸이다!"라고 윽박지릅니다. 큰 구덩이를 판 다음 박기출을 집어넣고는 삽으로 흙을 퍼서 구덩이에 던졌는데, 배우 김규철의 얼굴과 몸에도 흙이 쏟아집니다. 아마도 이 장면 촬영하면서 김규철은 엄청 고생을 많이 했겠지요. 장도현은 금희가 이 사실을 알게되면 앞으로 박기출-창희 부자를 이 장소에 파묻어 버리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박기출은 완전히 넋을 모습입니다. 그러자 장도현은 박기출에게 아들 앞에서 떨지 말고 이금희의 뒤를 밟으라고 지시합니다. 장도현은 최욱진 비서를 시켜 천해주를 필립핀으로 추방시킬 작정이었지만 박창희와 강산의 도움으로 실패하고 이금희마저 장일문으로부터 모든 진실을 알았다고 항의하자 그는 또 다시 만만한 박기출을 폭행하며 분풀이를 합니다. 장도현은 박기출을 기생충 같은 놈으로 죽어야한다며 왜 처음부터 시키는 대로하지 않아 이런 평지풍파를 일으키느냐고 닦달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들 박창희가 아버지가 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박창희에게 아버지 박기출은 지금까지 숨겨둔 비밀보따리를 풀어 헤치고 맙니다. 박기철은 "우리는 장도현에게 복수해야 한다. 이금희의 친딸 유진이가 천해주다. 장 회장이 유진을 죽이라고 지시했고, 천홍철에게 맡긴 사실이 들통날까 두려워 내가 홍철을 죽였다. 그리고 장 회장이 해주 친부인 윤학수를 살해했다"고 실토한 것입니다. 아마도 박기출은 나중에 법정에서 장도현의 범죄를 증언할 듯 보여집니다.

아무튼 박기출은 수시로 장도현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며 살아왔고, 최근에는 깊은 구덩이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어쩌면 그는 가장 불쌍한 캐릭터일 듯 합니다. 그렇지만 그의 캐릭터는 동정심이 가다가도 그가 저지른 끔찍한 범죄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입니다. 다만 이런 캐릭터를 맡은 배우 김규철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매우 실감납니다. 등장인물 모두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지만 특히 김규철의 힘든 연기에 대해서는 찬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