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백광현, 거함 이명환을 침몰시키다

 

                                                                          백광현 역의 조승우



이명환을 통쾌하게 제압한 백광현의 의술

예로부터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가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정의가 승리한다는 말과 상통합니다. 이는 <마의>에서 백광현(조승우 분)과 고주만(이순재 분)을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혜민서 의생 백광현과 삼의사 수의(首醫) 고주만은 좌의정 정성조(김창완 분)와 내의원 제조(우두머리) 이명환(손칭민 분)의 치졸한 꼼수에도 불구하고 결국 임금인 현종(한상진 분)의 병을 정확하게 진단해 고친 것입니다.

대전에서 복통을 일으킨 현종이 혼수상태에 빠지자 고주만은 광현의 조언을 듣고 몸 속의 담석을 빼내기 위한 탕약을 처방해 임금에게 먹였지만 배설물에서는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고 상태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그러자 대비 인선왕후(김혜선 분)는 당장 고주만의 시침을 중단시키고 밖으로 끌어낸 후 옥사에 감금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때 나타난 광현이 배변의 색이 초록빛으로 변한 것은 돌이 녹고 있어 점점 병이 나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짐승의 경우도 이런 다음 병이 낫는다고 하면서. 또 다시 임금의 증세를 짐승에 비유하자 이명환은 옥체가 더 상했다며 고주만과 백광현의 진단과 처방은 틀렸다고 몰아세웁니다. 광현도 물러서지 않고 병세악화는 일종의 명현반응(병이 낫기 위해 일시적으로 더 악화되는 현상)이라고 했습니다. 대비는 두 사람의 논쟁에 결심을 못하고 미루고 있습니다.

강지녕(이요원 분)은 숙휘공주(김소은 분)에게 백광현과 고주만의 진단과 처방이 옳다고 믿는다고 했고, 숙휘공주는 강지녕과 함께 대비를 찾아가 이를 건의했지만 오랜 숙고 끝에 대비는 치료의 중단을 지시하게 됩니다. 이런 와중에 현종이 의식을 회복해 관계자들이 모이자 숙휘공주는 광현 옆으로 무릎걸음으로 한 발 가까이 다가앉아 웃음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결국 대비는 고주만과 백광현에게 현종의 치료를 계속 맡으라고 지시하기에 이릅니다.

 

분노가 치민 이명환은 광현에게 "이제 네 놈 어깨에 꽤나 힘이 들어갔겠구나. 날 이겼으니 쾌재를 부르고 있을 테지. 허나 너무 안심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는데요. 광현은 "새겨듣겠지만 앞서 한 말은 틀렸다. 저는 제조영감을 이기려 한 일도 없고 이겼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면서 왜 의원의 진단에 승패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응수합니다.  고주만은 이명환에게 "같은 마의 출신이지만 왜 자네는 병명을 찾아내지 못했는지 아는가. 광현은 마의 출신이라는 걸 경험으로 활용했지만, 자네는 부끄러워하며 감추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주만은 "자네는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지금은 권력만 쫓고 있네. 그것이 재능도 흐리게 하고 있다"며 사욕에 눈이 멀어 자행한 이 실수를 잊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강지녕은 명환을 방문하여 아버지의 뜻에 반한 행동을 하여 죄송하다고 말했는데, 명환은 활짝 웃으며 전하가 소생한 것은 다행이며 지녕도 장한 일을 했다고 칭찬합니다. 그렇다면 이게 이명환의 진심일까요? 아닙니다. 그는 매우 사악한 두 얼굴의 사나이였습니다. 그는 양녀 앞에서는 성인군자 대인배인척 위장했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그는 강정두(서범식 분) 군관을 데리고 정성조 대감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정성조도 명환을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지만 이명환은 이번 일을 수습할 방도가 있다며 속삭였습니다. 그런 후 강 군관은 어떤 메모지를 수하에게 건네줍니다.

 

현종은 비록 의식을 회복했지만 완치를 위해서는 고주만의 시침을 맞아야 합니다. 관상감에서는 임금에 대한 시침가능시간을 적어 고주만에게 알렸고 시침도구를 챙기던 고주만은 손에 마비증세가 오면서 그만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이는 이명환이 고주만의 시침을 막으려고 독이 든 죽을 쑤어 먹였기 때문입니다. 임금이 기다려도 고주만이 나타나지 않자 백광현이 달려가 쓰러져 있는 고주만을 발견합니다. 고주만은 광현의 시침으로 독에서 깨어나 급히 현종에게로 갔습니다. 대비는 고주만이 오지 않자 이명환에게 시침을 맡겨 명환이 시침하려는 찰나 급히 들어온 장인주가 이를 제지했습니다. 고주만은 약간 떨리는 손으로 시침을 했습니다.

예상외로 고주만이 나타나 시침을 하자 정성조는 이명환에게 "자네의 경력은 끝났다"고 잘라 말합니다. 드디어 대비도 광현을 칭찬하는군요. 광현이 큰 일을 해 냈음을 안 공주는 광현을 보자마자 주변도 살피지 않고 그에게 뛰어가려다가 곽 상궁(안여진 분)의 제지를 받았는데요. 아무튼 공주의 행동 하나하나에 그냥 웃음이 나올 지경입니다. 현종이 대전에 들자 정성조를 비롯한 대신들은 임금이 쾌차하여 기쁘다고 했고 임금은 경들을 기쁘게 하고 나를 살려준 공로자에게 큰상을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현종은 친히 혜민서로 가서 수의 고주만의 공을 높이 치하하고 광현에게는 "자네의 용기가 과인을 살렸다"며, 오늘 하루는 교육을 접고 잔치를 하라며 어식(御食)을 내렸습니다.

 

이명환이 정성조에게 사직상소를 제출하자 정성조는 이렇게 하는 게 모양새가 낫다고 비아냥거리는군요. 세상의 인심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환이 물러나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지 그가 진심으로 반성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강정두 군관으로부터 고주만의 마비를 푼 건 백광현이라는 말을 듣고는 앞으로 그가 피눈물을 흘리게 하겠다고 다짐을 했거든요. 

한편, 유생 서두식(윤희석 분)은 동생 서은서(조보아 분)에게 자신도 광현에 대한 구명운동을 요청하는 유생들의 상소에 동참했다며 은근히 자랑을 하네요. 그런데 서은서는 조용히 생명의 은인인 광현을 기다리다가 이명환을 조심하라고 충고합니다.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일을 꾸밀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정성조의 며느리로 청상과부가 된 서은서는 이명환이 시아버지를 찾아와 모의하는 말을 엿들은 때문입니다. 아마도 서은서는 고주만을 마비시킨 사람도 이명환이라고 알려준 듯 하군요. 아무튼 임금에 대한 백광현의 진단이 옳았고 고주만의 마비를 풀어 이명환의 콧대를 납작하게 꺾어 스스로 사직토록 한 것은 정말 통쾌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