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고 넓은 접시모양의 꽃이 핀다고 하여 이름지어진 접시꽃은
가장 큰 꽃을 피우는 식물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아시아가 원산지인 접시꽃(Alcea rosea)은
아욱과에 속하는 초본식물로
키는 2m까지 자라며 꽃은 7월부터 여름 내내 핍니다.
접시꽃은 주로 울타리나 담을 따라서 심는데
꽃이 화려하고 멋져 관상용으로 널리 재배되고 있습니다.
꽃 색깔은 다양해서 흰색, 노란색,
분홍빛이 섞인 붉은 색, 자주색 등을 띱니다.
접시꽃 하면 떠오르는 게 시인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입니다.
이 시는 도종환이 결혼 2년 만에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며
지은 시라는 게 알려지면서 많은 독자를 확보했습니다.
글쓴이도 접시꽃을 보며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아내를 더욱 사랑하리라는 다짐을 새롭게 합니다.
참고로 <접시꽃 당신>을 전재합니다.
<접시꽃 당신> 도종환
옥수수 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 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 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 위 사진은 남한산성에서 찍은 것입니다.
(2013.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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