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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순정 역 김희정                                   고민중 역의 조성하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이 50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그간 막장 논란을 빚으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드라마는 막판에 극적인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왕봉(장용 분)은 맏딸 왕수박(오현경 분)이 허우대(이상훈 분)의 사기극으로 잃었던 집을 되찾았는데, 이는 중국으로 출장을 갔던 최상남(한주완 분)이 허우대와 같은 비행기로 귀국하였고, 상남은 동서인 허세달(오만석 분)을 불러 격투 끝에 허우대를 제압했던 것입니다. 이들은 경매에서 수 차례 유찰되었던 집을 헐값에 낙찰 받아 이사를 했고, 왕봉은 문패를 다시 달아 소원을 성취한 것입니다. 극이 진행되면서 고민중의 사업이 잘되어 집을 되찾아 줄 것으로 본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네요.

최상남의 생모로 아들과 며느리로부터 돈을 뜯어내 드라마 사상 최악의 생모로 불렸던 오만정(이상숙 분)은 자신의 막장 행각이 들통난 후 시골에서 다방을 차린다며 떠나갔고, 며느리 길들이기를 하겠다고 사사건건 왕광박(이윤지 분)을 괴롭히던 최대세(이병준 분)는 며느리에게 술(양주) 마시기 내기를 제의해 자신이 패배하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선량한 시아버지로 돌변했는데요. 광박에게 카페를 차려주고 그곳에서 글을 쓰며 작가의 길을 가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최대세의 행동은 한 마디로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그는 그 전에 사상 초유의 며느리 오디션을 실시하더니 막판에는 며느리와 술 시합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습니다.

직장도 없이 찌질남으로 통했던 왕돈(최대철 분)은 피자집을 열어 사장의 꿈을 이루었고, 허세달은 아내 왕호박(이태란 분)의 설득으로 어머니 박살라(이보희 분)가 최대세와 결혼하도록 허락했습니다. 솔직히 박살라-최대세 커플은 정말 눈꼴사나웠는데, 이는 박살라와 최대세는 각각 착한 며느리 황호박과 왕광박을 구박했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커플이 탄생한 것은 다소 아쉬운 대목입니다.

 

 


▲ 고민중은 결국 오순정을 선택해  

무엇보다도 시청자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고민중(조성하 분)이 불륜아내 왕수박과 첫사랑 오순정(김희정 분) 중에서 누구를 선택하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49회에서 왕수박은 애지(이예선 분)와 중지를 오순정에게 데려다주며 잘 키워달라고 부탁해 이로서 고민중의 선택은 오순정으로 끝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박의 딸 애지였습니다. 매우 어린 아이임에도 애지는 엄마의 못된 성격을 그대로 빼 닮아 구미호(윤송이 분)의 침대를 차지하더니 고민중이 사준 미호의 인형을 빼앗았고, 미호와 말타기 놀이를 하다가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가장 백미는 미호가 고민중을 아버지라고 부르자 애지는 "왜 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느냐"며 울음을 터트렸고, 민중은 미호에게 그러지 말라고 했습니다. 애지는 엄마가 보고 싶다며 홀로 집을 나가 수박의 집을 찾아가면서 넘어져 다치기도 했습니다. 애지를 발견한 수박은 순정에게 달려가 순정의 뺨을 때리며 왜 아이들을 구박하느냐고 닦달하고는 중지마저 데리고 나갔습니다. 기가 막힌 순정은 민중 앞으로 편지 한 통을 남기고는 보따리를 챙겨 지방으로 내려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돌파구를 연 이는 최대세였습니다. 대세는 민중을 만나  "미호 아빠 노릇 잘 해야지? 미호가 딸인 것 몰랐느냐?"고 말했습니다. 비로소 민중은 순정이 하려던 말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고민중은 순정에게 "미호를 한번만이라도 안아보고 싶다"고 전화했지만 순정은 민중을 잊겠다며 선물로 받은 머리핀과 휴대폰을 바다에 던져버렸습니다. 대세도 순정을 찾아가 민중을 만나라고 조언했지민 순정은 "우리 인연은 이미 끝난 일"이라며 거절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왕수박이 착한 천사로 돌변했습니다. 수박은 민중을 찾아가 "애들은 내가 키울 테니 아빠 노릇 잘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민중은 "순정이가 애들 구박한 적 없다. 그 사람은 떠나갔다. 미호가 내 자식이라고 한다. 가고 나서 알았다. 미호에게 아빠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다. 난 사람도 아니다. 지금 연락도 안 된다"고 대답한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행태로 보면 이럴 경우 수박은 민중에게 "그 여자에게 딸을 숨겨 놓았나"라며 불같이 화를 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측은한 모습으로 민중을 포옹합니다. 그 후 수박은 순정을 찾아가 "애지와 중지 잘 부탁한다. 민중이 죽어가니 사람은 살려야 하지 않겠냐. 돌아와 달라"고 요구했고, 순정은 결국 돌아와 민중과 살림을 차렸습니다.

 

 

가방가게에서 일하며 돈을 번 수박이 애들 선물을 구입해 민중의 집으로 가기에 민중이 순정을 버리고 수박과 재결합한 것으로 오해할 뻔했지만 이는 순정에게 맡긴 아이들 선물을 가지고 애들을 보러 간 것입니다. 한 집에서 이혼한 아내와 재혼한 아내가 함께 있는 모양새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상황입니다. 바로 <오로라 공주>에서 오로라(전소민 분)의 이혼한 남편 황마마(오창석 분)와 재혼한 남편 설희(서하준 분)가 함께 호형호제하면서 생활하던 모습과 유사하군요. 수박은 가방 디자인 공부하러 2년 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남으로서 일단 고민중-오순정 부부로부터 멀어졌습니다.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하려고 왕수박-고민중을 재결합시켰더라면 다시는 KBS 주말 드라마를 보지 않을 것입니다. 그로부터 30년의 세월이 흘러 왕광박의 환갑날 왕가네 식구들은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100세가 넘은 안계심(나문희 분) 여사의 모습과 배우들의 분장 모습에 웃음이 나더군요.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막장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앙금(김해숙 분)의 딸과 사위에 대한 편애, 조강지처를 버리고 은미란(김윤경 분)과 바람을 피운 허세달, 아내노릇은 전혀 하지 못한 채 남편을 구박하다가 끝내 첫사랑 허우대에게 사기를 당하고 놀아난 철없는 왕수박, 악질 생모 오만정의 등장, 바람난 남편의 마음을 떠본다며 인질 자작극을 벌인 왕호박, 전무후무한 며느리 오디션과 며느리를 구박하는 최대세 등 이해 안 되는 스토리가 전개되었거든요. 첫사랑 고민중 곁에 맴돌던 오순정에게 시청자들이 무한 성원을 보낸 것은 왕수박이 고민중에게 너무 악행을 많이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서도 가장인 왕봉이 중심을 바로 잡았고, 또 중학교 교감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당해 경비원으로 전락하는 등 현 세태를 그대로 반영하였으며, 왕돈은 오랫동안 결혼도 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며 이른바 캥거루 족의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출연 배우 누구도 발연기를 한다는 비판을 듣지 않은 것도, 또 캐릭터의 이름이 그 성격과 그대로 닮은 것도 인기비결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허세달-왕호박 부부가 가진 셋째가 호박의 어머니 이앙금의 병 수발로 무리를 해 유산을 한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요즈음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산장려차원에서도 이래서는 안되거든요. 물론 세달은 아내 호박이 취한 틈을 타서 호박 모르게 임신을 시킨 것도 솔직히 어설픈 설정이기는 했습니다. 최종회에서도 시청률 50%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국민드라마로 우뚝 서게 만든 제작진(출연진)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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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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