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순봉 역의 유동근
KBS 2TV 주말 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가 53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암에 걸린 주인공 차순봉(유동근 분)은 의사인 아들 차강재(윤박 분)의 극진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저 세상으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떠난 자도 살아남은 가족도 모두가 행복한 모습을 연출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차순봉은 일찍 상처하고 순두부집을 운영하면서 삼남매를 훌륭히 키워냈습니다. 물론 여동생 차순금(양희경 분)이 입주해 아이들 어미 노릇을 대신 했지요. 큰딸 차강심(김현주 분)은 대기업의 회장 비서실장으로 일했고, 큰아들 차강재는 의사가 되었지만 작은아들 차달봉(박형식 분)만이 유일하게 사고뭉치로 남아 아버지 속을 썩이고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서 순봉은 병원에서 3개월 시한부 암선고를 받게 됩니다. 자녀들이 가족의 소중함은 모른 채 각각 제 멋대로 행동하자 차순봉은 자녀들을 상대로 불효소송이라는 전무후무한 사건을 일으켜 자녀들을 기함하게 만들었습니다. 월급의 반이 강제로 압류돼 쩔쩔매는 자녀들에게 이를 해제하는 조건은 권기찬(김일우 분) 병원장의 데릴사위로 들어간 차강재에게는 3개월 간 처가에서 나와 본가에서 생활할 것, 10여 년 전 연애실패로 남자라면 혀를 내두르는 차강심에게는 10번의 맞선을 볼 것, 그리고 골치 덩어리 막내 차달봉에게는 스스로 용돈을 벌어 매월 100만원씩 아버지에게 갚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자녀들은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왜 억지 같은 조건을 제시했는지 알게 되었고 또 아버지의 시한부 인생을 알고는 이를 모르는 척 행동하면서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며 병이 완쾌되기만을 기원했습니다. 한마디로 모든 가족의 구성원들이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말이지요.
이 드라마의 성공요인을 한마디로 표현라면 "따뜻한 가족사랑"을 실천한 일입니다. 시골소녀로 어수룩한 모습으로 상경하였지만 차달봉의 집에 거주하면서 달봉과 윤은호(서강준 분)의 틈바구니에서 해결사 역할을 자임한 똑 부러지는 강서울(남지현 분), 편모 슬하에서 자랐으나 매사에 사리분별이 분명했던 강서울·차달봉의 친구 윤은호, 차강심과 비서로 만나 코미디 같은 연기로 웃음을 선사했던 GK그룹 상무 문태주(김상경 분), 중간에 합류하여 차순봉과 그 가족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면서 소위 싸가지 없는 차강재의 장모 허양금(견미리 분)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던 미스고(김서라 분), 차강심에게 상처를 준 이후 다시 나타나 차순봉의 심복처럼 일한 변호사 변우탁(송재희 분), 여자에게 진절머리가 난 아들 문태주와 차강심을 맺어주려 애쓴 태주의 아버지 문대오(김용건 분) 등 등장인물 모두가 제 역할을 참 잘 해냈습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허양금-권효진(손담비 분) 모녀는 한마디로 민폐 캐릭터의 전형이었습니다. 차강재의 아내가 된 권효진은 시댁에 입주한 후에도 예비동서가 될지 모르는 강서울을 질투하였고, 허양금은 오지랖 넓은 행동으로 큰 일을 치를 뻔했습니다. 허양금은 중반에 순봉이 운영하는 두부가게에 재건축을 하여 그 재산을 데릴사위 강재에게 물려주려고 해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더니 막판에는 문태주-차강심의 결혼식장에서 일으킨 소동입니다. 결혼식이 시작되기 전 차강심의 어미노릇을 대신 하게된 차순금은 화장실에 들었는데, 이 때 허양금이 순금에게 집안에 우환이 있음에도 큰 일을 치르느라 고생이 많다고 인사한 것입니다. 차강심을 비롯한 가족들은 순금에게 오빠 순봉의 병을 감추었습니다. 무사히 결혼식을 마치고난 후 사실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허양금으로 인해 멘붕이 된 순금은 화장실에서 그냥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가족들이 순금을 찾아 헤매는 소동을 빚은 후에야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린 순금이 밖으로 나와 무사히 결혼식을 치렀지요.
차순봉은 마지막 7번째 소원으로 가족노래자랑을 제안했습니다. 병든 아버지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재롱을 떨 수 없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자는 현실론이 우세해 결국 노래자랑을 실시했습니다. 모든 당사자 가족이 참여한 노래자랑에서 여동생 차순금 조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차순봉은 미스고의 제안에 따라 노래를 불렀는데,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최백호의 "길 위에서"를 잔잔하게 부를 땐 가족모두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차순봉이 죽은 후 1년이 지나 남은 가족들은 차순봉의 빈자리를 그리며 더욱 성숙해진 모습으로 각자 제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때까지 강서울에게 프로포즈를 하지 못한 차달봉은 가족들이 몰래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에게 어설픈 프로포즈를 해 사람들을 웃겼습니다. 차순봉 역의 배우 유동근은 이 시대의 아버지 상(像)을 잘 구현했다는 찬사를 받았고 다른 출연자들도 모두 연기를 참 잘 했습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즈음 이 드라마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수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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