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강원도 횡성 산골에 사는 조병만 할아버지는 9세 때 어머니를 여의고 생활이 어려워 강계열 할머니의 집에 들어가 7년 동안 열심히 일했습니다. 이게 인연이 되어 나이 19살에 14세의 강계열과 혼인을 했습니다. 이 대화로 보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나이차이는 다섯 살입니다. 할머니에 의하면 할아버지는 혼인 후 나이 어린 신부를 건드리지 아니하고 얼굴과 몸을 만지며 지내다가 신부가 17세가 되었을 때 비로소 부부관계를 맺었습니다. 이들은 12남매를 두었지만 6남매(1남 5녀)는 어렸을 때 죽고 6남매(3남3녀)만 키웠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는 시장 통의 옷가게로 가서 어린 아이 내복 6벌(6세용 3벌, 3세용 3벌)을 구입했습니다. 처음에는 현재 증손주나 고손주 주려고 구입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어렸을 때 사망한 자녀들을 위한 옷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 세 세상으로 먼저 간 자식들이 아버지를 만나러 갈 때 입을 옷이었던 것입니다.

 

이 때 할머니는 가게의 주인에게 몇 살인지 물었는데, 주인은 78세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젊다"고 말합니다. 주인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연세를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난 89세, 할아버지는 98세"라고 대답합니다. 그렇다면 할머니 부부의 나이차이는 9살인데 서두에 나이차이가 5살이라고 했으니 오류가 있는 듯 합니다. 영화의 줄거리에도 나이차이가 9살이라고 했으니 그리 알아야 하겠군요.

 

노부부는 봄이면 꽃을 따서 머리에 꽂아주고 여름이면 서로 물장구를 치며, 가을에는 낙엽을 던지면 장난을 치고, 겨울이면 눈사람을 만드는 등 젊은이 못지 않은 낭만적인 생활을 이어갑니다. 밤에 할머니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무섭다는 할머니의 부탁으로 화장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잉꼬부부임을 웅변으로 증명합니다.

 

할머니는 다래 등 나물을 뜯어 식사를 준비하며, 때로는 할아버지가 밥을 짓기도 합니다. 노인회 주관으로 정선관광도 다녀왔는데, 관광버스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장면을 삽입시킨 것은 옥의 티였습니다. 관광버스에서의 음주가무는 안전운행에 장애가 되므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목욕시켜주기도 하고 손을 꼭 잡고 시장에 가기도 합니다. 노부부의 생일축하를 해 주기 위해 모인 가족들 중 여동생은 큰오빠에게 큰아들 노릇을 제대로 하라며 대판 싸워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이 부분은 인위적으로 상황을 만든 듯 했지만 보기에는 좋지 않았습니다. 노부부는 두 마리의 강아지를 길렀습니다. 공짜로 얻은 암컷은 "공순"이, 수컷은 "꼬마"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꼬마가 돌연 죽고 말았습니다. 할머니는 꼬마를 파묻은 후 불쌍해 죽겠다며 눈물을 보입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점점 기침이 심해지던 할아버지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는 "연세가 많아 더 이상 약을 쓸 수가 없으니 편안하게 여생을 마치도록 하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를 찾아온 장남은 "잘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며 통곡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할머니는 담담하게 할아버지의 임종을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할아버지의 옷을 챙겨 태우며 "먼저 가서 날 데리려 오면 함께 가겠다"고 약속합니다. 이제 할아버지는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해 매우 수척해 져 병원으로 모셨고, 할머니는 남편의 삼베옷 등 수의를 챙깁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3개월만 더 살다 함께 가기"를 원했지만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는 정정하던 때 할머니에게 "사람도 꽃과 같다. 봄에 핀 꽃이 지면 그만이듯이 사람도 나이가 들면 가야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할머니를 남겨 두고 홀로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무덤 옆에서 남편의 남은 옷, 그리고 어렸을 때 죽은 6남매의 내의를 태우며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아버지와 나를 만나달라고 주문합니다. 할머니는 먼저 간 남편과 자녀들에게 "내가 보고 싶어도 참아라, 곧 따라간다"며 눈물을 흘립니다. 묘소를 떠나던 할머니가 뒤돌아보며 찬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할 때 산천초목도 함께 울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앉았던 자그마한 의자가 텅 비어 있어 관람객의 심금을 울립니다. 

 

 

 

지금까지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관람한 후 그 줄거리를 개략적으로 적어 보았습니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가 안방극장을 통해 아버지의 가없는 자식사랑을 보여준 것이라면 이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스크린을 통해 노부부의 참된 사랑과 핵가족의 문제점을 고발한 수작입니다. 둘 다 모두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지요. 일부에서는 노부부의 평범한 사생활이라면서 영화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폄하하지만 이런 지적은 누적관람객 약 480만 명을 욕보이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 글이 마음에 들면 아래 공감하트(♥)를 눌러 주세요!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