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혜 역의 임세미 강도진 역의 박진우
KBS 2TV 일일연속극 <오늘부터 사랑해>가 101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주인공인 윤승혜(임세미 분)와 강도진(박진우 분)의 러브라인이 우여곡절 끝에 완성되어 겉으로는 해피엔딩을 완성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진행과정을 보면 억지로 꿰맞춘 해피엔딩으로 보여집니다. 사실 처음부터 이상한 인연으로 시작된 두 사람이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될 때부터 이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윤승혜의 동락당과 강도진의 어머니 양미자(이응경 분)는 서로 원수지간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두 사람이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면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사랑이 되겠지요.
동락당 종부인 김순임(김용림 분)은 가정부였던 양미자의 모친 박분계를 내쫓고 말았습니다. 양미자가 동락당 종손인 윤대호(안내상 분)에게 꼬리를 쳐 꾀어냈다는 그 이유입니다. 사실 대호는 미자를 사랑했지만 어머니로 인해 강제적으로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후일 미자는 이 당시 대호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밝혀 그 아이가 지금의 아들인 강도진일 것이라고 믿게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윤승혜와 강도진은 의붓남매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됩니다. 물론 승혜는 동락당에서 입양하였기에 파양을 한다면 가능한 일이지만 대호로서는 애지중지 키운 딸을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요.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양미자는 임신했던 아이는 쫓겨나던 당시의 충격으로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채 죽었다고 했습니다. 동락당에서 쫓겨난 박분계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 와중에서 유산을 했습니다. 이로서 윤승혜-강도진의 의붓남매 의혹은 없었던 게 되어 주인공의 말 한마디에 시청자는 놀림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사건 때문이 양미자는 평생 동락당에 복수의 칼날을 갈아 오다가 윤대호의 부인인 한동숙(김서라 분)을 욕보이고 윤대호와 김순임을 궁지에 몰아넣기도 했습니다.
부모세대의 이런 악연을 모르는 윤승혜-강도진은 점점 사랑을 키워나갑니다. 그런데 장세령(김세정 분)이라는 복병이 문제입니다. 강솔그룹 장범석(김병세 분) 회장의 무남독녀인 장세령은 일방적으로 강도진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도진은 세령을 아끼는 후배로 생각할 뿐 여자로 보지 않았습니다. 세령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강도진과 가까워지려는 윤승혜를 끊임없이 괴롭혔고 급기야는 윤승혜에 대한 모함으로 강솔병원 간호사인 승혜의 옷을 벗겼습니다. 그렇지만 강도진의 마음은 오로지 윤승혜뿐입니다. 이런 와중에 돌발사태가 발생합니다. 강도진이 정신 없이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 당할 위험에 처하자 장세령은 도진을 밀어내 살리고 자신은 하반신 불수가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때부터 강도진은 자신을 위해 생명을 던진 장세령에 대한 죄책감과 양심의 가책으로 모진 말로 윤승혜를 밀어내면서 결별을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윤승혜가 좌절하며 방황할 때 그녀 곁에서 승혜의 마음을 위로한 이는 바로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인 정윤호(고윤 분)입니다. 윤호는 장범석 친구의 아들로 한방에 승혜에게 빠지고 말았습니다. 윤호는 예의바르고 반듯한 청년으로 동락당 전 식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승혜는 도진에 대한 미련으로 윤호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윤호의 끈질긴 구애에 결국은 청혼을 받아들여 양가부모의 상견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상견례 직전 양가 가족들이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음에도 승혜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승혜는 고모인 윤대실을 만나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라면서 파혼하겠다고 합니다. 승혜는 사랑하지도 않은 남자와 결혼하면 앞으로 모두 불행해 질 것 같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나중에 이 소식을 들은 윤호와 그의 부모는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였지만 윤호로서는 이 수모를 참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승혜는 강솔푸드의 정윤호 제안으로 1년 간 한방차 세계화홍보투어를 떠나게 되었고 도진은 승혜에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승혜는 윤호와 파혼한 게 도진과 재결합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공항으로 전송 나온 도진은 승혜에게 지난날 마음 아프게 한 것을 사과하였고 두 사람은 작별인사를 하며 포옹했습니다. 1년 후 귀국한 승혜는 도진을 "오늘부터 다시 사랑하기로 했다"고 말하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습니다. 이로서 윤승혜-강도진 커플은 행복한 미래를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동락당과 양미자의 원한은 김순임이 양미자 모친의 산소에 가서 용서를 빌었고 현장에 당도한 미자에게 사과함으로써 일단락 되었습니다.
그간 드라마에 등장한 여러 커플이 해피엔딩을 맞았습니다. 윤대실과 오경태(이창욱 분)는 일찍부터 연상연하 커플이 되었고, 별거 중이던 한선숙(조은숙 분)-변준배(조희봉 분) 부부도 재결합에 성공하였습니다. 양미자가 남편 윤대호의 아이를 임신했던 사실을 알게된 한동숙은 이혼할 결심을 세웠지만 입양아들인 윤승재(오승윤 분)의 설득으로 이혼을 포기했습니다. 특히 윤대실에게 접근하다 대실-경태 커플이 탄생하자 승혜의 여동생 윤승아(윤서 분)에게 치근대다가 결국은 승아의 동의로 동락당 가족이 된 한의사 마성남(정상훈 분)은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양미자의 비서였던 배상만(허정규 분)은 일편단심 미자를 사모했지만 결국은 미자를 포기하고 낙향하기로 결심해 가슴을 짠하게 만듭니다.
이런 와중에 가장 안타까운 남녀는 윤승혜에게 파혼당한 정윤호, 목숨을 바쳐 강도진을 살리려 했던 장세령, 그리고 막판에 장세령이 빠진 틈을 이용해 조커로 등장했던 민채원(은정 분)입니다. 사실 정윤호는 윤승혜에게 주기만 했을 뿐 하나도 받은 게 없는 최대의 피해자입니다. 반신불수가 된 채 도미했던 장세령은 이로서 극중에서 하차하고 말았습니다. 후일 치료경과가 좋아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는 했지만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는 일말의 동정심도 없는데 이는 도진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아무 죄 없는 윤승혜를 괴롭힌 전력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천벌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민채원 역시 강도진이 윤승혜를 좋아하는 것을 알면서도 도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렇지만 채원은 절대로 꼼수를 동원하지 않고 쿨(cool)하게 사실만을 말했습니다. 이게 장세령과 다른 점입니다. 채원은 연적(戀敵)인 승혜에게 도진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했고 승혜가 윤호와 파혼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사실 글쓴이는 윤승혜-정윤호, 민채원-강도진이 잘 되길 바랬습니다. 그렇지만 윤승혜와 강도진이 재결합함으로써 정윤호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민채원은 워낙 밝은 성격이어서 도진 없이도 세상을 잘 살아가겠지요. 윤승혜가 상견례에 불참할 정도로 강도진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면 아무리 강도진이 자신을 밀어내고 또 정윤호가 끈질긴 구애를 하더라도 절대로 그의 청혼을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만약 승혜가 정윤호의 청혼을 거부하고 앞으로 홀로 살겠다고 버텼더라면 정윤호로서는 한결 상처를 적게 받았을 것이며, 승혜의 파혼선언으로 양가의 가족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글쓴이가 이 드라마를 해피엔딩으로 보지 아니하고 억지로 꿰맞춘 해피엔딩이라고 평가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동락당에서 입양한 윤승혜-승재 남매를 친자식처럼 키운 것은 각박한 세태에 높이 평가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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