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름 역의 강민경 구애선 역의 김영란
<최고의 연인>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중에 유난히 보기 싫은 인물들이 많다고 지적했는데 이제는 드림그룹 백만석(정한헌 분) 회장의 부인인 구애선(김영란 분)도 여기에 포함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구애선은 양자인 백강호(곽희성 분)가 사랑하는 여자 한아름(강민경 분)을 천박한 집안의 출신이며 최근 감옥살이를 했음을 이유로 절대로 재벌가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사 반대하다 강호가 가출해 한아름 집에서 기거하게 되자 조건부로 결혼을 허용하되 단 자신이 제시하는 자질 테스트에 합격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구애선은 한아름이 고흥자(변정수 분) 부띠끄의 인턴사원이었다가 정식 디자이너가 되었고 또 한아름이 고흥자의 모함으로 감옥에 간 진실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강호의 아내가 되기는 어불성설(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반대하는 것을 비난할 수만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지만 아름의 어머니 나보배(하희라 분) 집으로 찾아가거나 나보배를 불러 면전에서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은 품위 없는 행동이었으며 유치하고 한심한 문제를 출제해 아름의 자질테스트를 한 것은 솔직히 채널을 돌리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구애선은 아름을 집으로 불러 재벌가 커플전문매니저를 소개하고는 꽃꽂이강습과 식탁예절을 배우게 하는 등 제대로 된 며느리 수업을 시키더니 곧 본격적인 자질테스트에 들어갑니다. 맨 처음 두 병의 와인을 가지고 와서는 하나는 오래된 양조장에서 숙성시킨 고급와인(old vintage)이고 다른 하나는 마트에서 구입한 15,000원 짜리 보통와인이라면서 맛을 보고 고급와인을 가리라고 했습니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던 아름은 두 병 모두 마트제품이며 고급와인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구애선은 얼굴색이 확 변하더군요. 왜냐하면 아름이 정확히 알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아름이 둘 중 어느 병을 집어 고급와인이라고 말했더라면 무조건 틀리게 꼼수를 쓴 것입니다. 이를 미리 간파한 아름이 위기를 잘 모면했군요.
첫 번째 테스트에 실패한 구애선은 고흥자의 건의를 받아들여 꽃 그림 2점을 집으로 가지고 와서는 아름에게 진품과 가품(모작)을 구분하라고 했습니다. 사실 요즈음 유명화가의 명화에 대한 위작시비가 잦아 전문가조치도 이를 감별하기 어려운데 문외한인 아름이 이를 구별해 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요. 물론 그냥 찍어도 50% 확률이니 운에 맡겨야 할까요? 옆에는 구애선과 한통속이 된 고흥자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그림은 명진화백의 <꽃밭>이라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아름은 전문적인 지식을 동원해 그림 안의 비슷한 꽃이 서로 다른 점을 조목조목 설명해 구애선과 고흥자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아름은 해울갤러리의 오관장이 운영하는 여직원 한사람을 매수(?)했습니다. 매수라기보다는 그녀의 죄를 덮어두는 대가로 오관장의 행동을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오관장은 고흥자와 짜고 아름이 전달한 미술품을 구입한 후 현금을 아름의 계좌로 입금해 아름이 공금횡령죄로 기소되어 징역을 살도록 한 인물입니다. 아름은 출소 후 당시 오관장을 도운 여직원을 찾아가 공범으로 벌을 받을 수 있음을 알리고 이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오관장이 접촉하는 인물에 대해 알려달라고 요청했던 것입니다.
두 번의 자실 테스트에 실패한 구애선은 이번에는 김치 담그기 테스트를 시작했는데 김치를 제대로 담갔는지를 판정할 팔도음식명인으로 고흥자의 집에서 집사 겸 운전기사로 일하는 피말숙(김서라 분)을 소개한 것입니다. 피말숙이 누구입니까? 자신과 이혼 후 아름의 생모 나보배와 재혼한 전 남편 최규찬(정찬 분)의 집에 쳐들어가 신혼생활을 파탄 낸 장본인인데 구애선이 아무리 고흥자의 추천이라고 하지만 피말숙을 김치전문가로 불러들인 것은 코미디보다도 더욱 웃긴 것입니다. 피말숙으로서는 앙숙인 나보배의 딸 한아름이 눈엣가시이니 이번 기회에 재벌의 아들 백강호와의 결혼을 막을 심뽀이지요. 김치재료를 준비한 후 아름이 재료를 버무리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이용해 피말숙은 김치양념에 설탕을 듬뿍 넣습니다. 구애선은 김치 맛을 보고는 설탕김치라며 당장 테스트 불합격판정을 내리고는 강호한테서 떨어져 나가라고 했습니다. 억울해 하는 아름의 변명은 허공을 맴돕니다. 그런데 아름은 이 테스트를 무효화시키는데 성공하네요. 다음날 피말숙이 설탕을 집어넣으며 독백을 한 말을 녹음해 구애선에게 들려주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세 번째 테스트는 피말숙의 꼼수로 무효화되자 구애선은 아름에게 단돈 2만원을 주면 서 사회저명인사 여성들 주관의 자선바자회에서 판매할 물건을 가져와 200배로 불리라고 했습니다. 아름의 경영마인드를 보고 싶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사실 2만원을 투자해 4백만원을 번다는 것은 신출귀몰하는 홍길동이 환생해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아름은 <꿈과 사랑>이라는 글씨와 하트가 들어간 티를 디자인해 제조업체에게 외상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고 구애선의 진의를 전혀 모르는 참가여성들은 너도나도 아름의 디자인이 좋다면서 모두 이 티를 입고 바자회에서 물건을 팔기로 합니다. 또 어떤 부인은 아름의 디자인을 구입하겠다고 선뜻 2백만원을 내 놓았고, 다른 부인도 단체로 옷을 주문한다며 1백만원을 줍니다. 아름은 신선한 아이디어로 장애아동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다며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하네요. 아름은 수익금 모두를 장애인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합니다. 귀가한 구애선은 결국 아름에게 테스트는 합격했다고 힘없이 말합니다.
그렇지만 구애선은 정식으로 결혼을 승낙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강호-아름의 결혼허용소식에 놀라 항의 방문한 고흥자-강세란 모녀에게 구애선은 근본 없는 한아름을 절대로 며느리로 삼지 않겠다면서 결혼을 준비하다가 제풀에 나가떨어지도록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제88회 예고편에 의하면 양가상견례에서 구애선은 아름의 부모에게 엄청난 예단리스트를 건네며 재력의 차이를 실감나도록 꼼수를 부리는 모습입니다. 사실 드림을 재벌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합니다. 왜냐하면 드림의 백만석 회장은 고흥자와 짜고 과거 한아름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대구섬유를 망하게 하고 일어선 악덕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백만석이 백강호-한아름의 결혼을 어쩔 수 없이 승낙한 것은 강호가 양부(養父)인 백만석이 자신을 아들로 인정하지 않고 버린 카드로 활용하려하자 그의 비자금 비밀장부를 입수해 이를 가지고 만석을 협박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보지 않았어야 했는데, 여기까지 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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