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만리포 해수욕장에 설치된 태안 해변길 조형물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설악산 및 지리산처럼 대부분 산(山)을 중심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산이 아니면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 몇몇 있습니다. 도시전체가 지정된 경주국립공원, 바다에 지정된 한려해상 및 다도해상 국립공원, 해안선이 지정된 태안해안 국립공원이 바로 그것입니다. 충남 태안의 해안은 1300리 물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약 5년 전 태안의 솔향기길 1코스를 답사했는데, 이번에 안내산악회에서 태안 솔바람길 소원길을 간다기에 동참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아도 솔바람길은 거의 자료가 없습니다. 현지에 도착했더니 태안 해안길이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세워져 있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화길, 복구길 등 코스 이름이 다르게 나옵니다.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헷갈리지요.

 

인터넷과 현지의 안내문을 종합한 결과 제 나름대로의 원칙을 발견했습니다. 필자가 이미 답사한 <솔향기길>과 이곳 <태안 해안길>은 큰 카테고리로 구분해 각기 다른 이름의 길이며, <솔향기길>에는 4개의 코스가 있고, <태안 해변길>은 6개의 코스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태안 해변길은 1코스 바라길, 2코스 소원길(태배길), 3코스 파도길, 4코스 솔모랫길, 5코스 노을길. 6코스 샛별바람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답사하려는 트레킹 코스는 태안 해변길 2코스인 소원길입니다. 2코스 소원길은 신두리해변에서 만리포 해수욕장까지 장장 22km의 구간이어서 너무 길어 산악회에서는 의항항에서 만리포 해수욕장까지 약 13km 구간만 답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구간도 6개의 소 코스로 나뉘어 지는데요. 순례길(1코스)-고난길(2코스)-복구길(3코스)-조화길(4코스)-상생길(5코스)-희망길(6코스)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국립공원 사무소 측이 현지의 안내문에 이 2코스구간을 소원길이 아닌 바라길이라고 표기해 놓았으니 정말 헷갈려 미치는 줄 알았지요.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 보니 이는 분명 소원길입니다.

 

 

 

 

 

잔소리는 그만하고 이제부터 소원길 일부구간 답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답사 들머리는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소재 의항항입니다. 우리가 현지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0시경인데 썰물로 물이 빠져나간 포구에는 발이 묶인 어선 몇 척만 정박해 있을 뿐입니다. 현지에는 소원길 중 희망길임을 알려주는 반듯한 안내문이 붙어 있고, 태안 해변길과 거리·방향을 표기한 산뜻한 이정표가 매우 잘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태백 야영장과  태배 전망대 그리고 만리포 해변 이정표를 따라갑니다.

 의항항 포구

 

 

 

 

 

 

 

 

허물어진 슬레이트 지붕건물을 돌아가니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마치 다이빙보드 같은 시설물이 보입니다. 바로 관광해안 바다낚시공원 조성사업현장입니다. 공사개요를 보면 약 16억원의 예산으로 지난해 11월 완공예정이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공사가 중단된 것 같습니다. 해안 끝에 이태백 야영장이 있는 이곳은 신너루해변입니다. 바닷가에 조개 껍데기가 많아 해수욕장으로는 적절치 않아 보이네요.

 허물어진 집

 

 바다낚시공원조성사업 

 

 

 신너루 해변

 

 

 

 
계단을 오르니 안태배해변 뒤쪽 해변길 전망대입니다. 바다 건너 멀리 신두리 해변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태배라는 지명은 중국 이태백이 조선으로 와서 빼어난 절경에 빠져 이곳 의항리 북쪽 바닷가에 오언시를 지어 바위에 새긴 이후부터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이 빠진 해변가를 걸어가노라니 "독살"이란 이름의 안내문이 보이는데 독살은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한 전통 어업법으로 해안에 돌을 쌓아 썰물 때 물이 빠지면서 돌담 속에 남는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왜 이름이 하필이면 독살인지 의문이네요.

 

 

 

 

 안태배 해변

 

 

 

 

 

 

한 구비를 돌아가니 태배전망대입니다. 이곳에는 전망보다는 유류피해 역사전시관이 있는 곳인데 시간관계로 안으로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태배 앞 바다의 많은 섬 중에서 일곱 뱅이섬은 과거 북방의 오랑캐를 퇴치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일곱 개의 뱅이섬은 대뱅이, 굴뚝뱅이, 거먹뱅이, 돌뱅이, 수레뱅이, 질마뱅이, 새뱅이를 말합니다. 

 태배전망대

 

 유류피해 역사전시관

 

 

 

 

 

 

 

계속해서 만리포 해변 이정표를 따라 갑니다. 우측으로 절벽과 바다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군요. 소나무 너머로 보이는 곳은 구름포해변인데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약 500여 미터 거리에 있지만 필자는 천리포수목원을 답사해야 하기에 그냥 지나칩니다. 구름포 해변은 지형이 반달처럼 구부러져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임도를 따라 가다가 한 구비를 돌아가니 이태백의 형상과 오언시가 기록된 조형물이 나옵니다. 이 시를 한번 옮겨 볼까요.


선생하일거(先生何日去)
선생은 어느 날에 다녀갔는지

 

후배탐경환(後輩探景還)
문생이 절경을 찾아 돌아오니

 

삼월견화소(三月鵑花笑)
삼월의 진달래꽃 활짝 웃고

 

춘풍만운산(春風滿雲山)
춘풍은 운산에 가득하구나.

 

 

 

 

 

 
다시 바닷가로 내려오니 화영섬이 보입니다. 화영섬은 조선시대 안흥항으로 들어오던 사신이 풍랑으로 표류하다가 이 섬에 상륙했는데 사신을 환영한다는 뜻에서 환영섬으로 하다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화영섬으로 부르고 있답니다.   

 

 

 

 

 

 

의항 해수욕장을 알리는 대형 입간판 옆에 문제의 해변길 안내판이 있습니다. 태안해변길 종합안내라는 이름 밑에 2코스 바라길 구간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미 서두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코스는 소원길(태배길)입니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측에서 이런 실수를 저지른 것은 믿을 수가 없네요.

 

 잘 못 표기된 안내문

 

 

 

 

 

도로를 따라 조금 가다가 좌측 산 속으로 들어섰는데 이는 트레킹 코스가 아니라 등산하는 기분입니다. 오르막 계단이 놓인 곳을 세 차례나 오르니 망산 고개라는 수망산 정상(140m)입니다. 해발고도는 140m에 불과한데도 몇 백 미터가 되는 줄 착각할 정도입니다. 이곳은 신두리 해변을 조망하는 뷰포인트이지만 조망이 흐려 멋진 사진을 얻지 못합니다.

 

 

 

 

 

 

 

 

 

수망산을 내려와 백리포 해변 방면으로 갑니다. 갈림길에서 조금 더 가면 백리포 해변 조망대인데 이곳에 서면 백리포 해변이 잘 보입니다. 백리포를 지나면 천리포 및 만리포로 이어지지요. 누가 지었는지 해변의 이름이 정말 거창합니다.

 

 

 

 

 

 

원래 소원길은 국사봉을 경유하게 되어 있지만 필자는 천리포수목원을 답사하기 위해 수목원 이정표를 따릅니다. 천리포 해변의 닭섬은 섬의 모양이 닭의 벼슬같이 생겨서 지어진 이름이라는 설과 이곳에서는 중국 산동반도의 닭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는데 정말 과장(誇張)이 지나칩니다.

 

 

 

 

 

 

좌측으로 보이는 천리포 수목원 생태교육관을 뒤로하고 큰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한 구비를 돌아가면 우측에 천리포 수목원입니다. 도로에서도 수목원 전시온실과 설립자 민병갈 선생 기념관이 보입니다.

 담장 너머로 본 수목원 전시온실

 

 민병갈 선생 기념관

 

 

 


수목원을 관람한 후 계속 가면 드디어 만리포 해수욕장입니다. 해변입구에는 원형의 대형 시설물을 건설 중에 있군요. 해변가에는 호텔 만리포를 비롯해 만리포 연가 및 만리포 사랑을 적은 비가 보입니다. 횟집도 엄청나게 많군요. 만리포라는 이름은 중국 명나라 사신이 귀국할 때 이곳에서 수중만리 무사귀환을 비는 전별식을 했던 것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여러 조형물 중에서 만리포 사랑 노래비가 아마도 사랑을 많이 받을 것 같습니다. 이 노래는 반야월 작사, 김교원 작곡, 박경원이 노래한 국민가요입니다. 지금 이 노래를 들으면서 트레킹후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또 이곳은 대한민국의 서쪽 땅끝인 정서진이네요. 정동진과 정남진에 이어 정서진까지 밟아보았으니 남은 것은 정북진인데 휴전선이 가로 막혀 갈 수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수목원 입구

 

만리포 해수욕장 조형물

 

                                                                              만리포 연가

 

 

 

 

 

 

 

 

 

 


 
인근 만리포 시외버스 주차장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약 14km 트레킹에 4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수망산 오름길은 다소 가팔랐지만 길이 비교적 평탄한 탓입니다. 천리포 수목원 관람에 1시간이 소요되었으므로 실제로는 3시간이면 가능할 테지요. 저녁에 비 예보로 인해 하늘도 흐릿했고 시기적으로도 모든 사물이 칙칙한 때여서 쨍한 풍경은 보지 못하였지만 한번쯤 걸을 만한 가치가 있는 트레킹 코스입니다. 솔향기길 1코스는 정말 아름다웠는데 그에 비하면 다소 밀리는군요.

 

 


《트레킹 개요》

 

▲ 일자 : 2017년 3월 1일 (수)
▲ 코스 : 의항항-신너루해변-태배 전망대-구름포 해변 갈림길-이태백 오언시-의항 해수욕장-수망산(수망고개)

            -백리포 해변-천리포 해변-천리포수목원-만리포 해변-만리포 시외버스 정류장
▲ 거리 : 13.9km(천리포 수목원 답사길 포함)

▲ 소요 시간 : 4시간 1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 글이 마음에 들면 아래 공감하트(♥)를 눌러 주세요!
(로그인이 없어도 가능합니다)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