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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분단의 아픔이 깃든 비무장지대(DMZ)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의 현장이자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지만 그동안 한반도에서 가장 첨예한 대결이 이루어지는 중무장한 지역으로 군사적 충돌 위험이 상존했던 곳입니다. 정부는 DMZ에 평화를 공고히 정착시키고, 접경지역의 번영·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평화누리길(DMZ 평화의 길)을 추진합니다.
평화누리길은 북한과 맞닿아 있는 서해안 강화도에서 동해안 고성까지의 접경지역을 동서로 연결하는 트래킹 및 자전거길입니다. 경기도 평화누리길은 DMZ 접경지역인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연천군 등 4개의 시·군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의 걷는 길 12개 코스로 거리는 189km입니다. 강원도 평화누리길은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을 관통하는 20개 코스로 총 연장 361.2km입니다.
이번에는 강원도 평화누리길 고성구간입니다. 강원도 동북방에 위치한 고성은 1945년 해방 후 38선 이북에 속했다가 1953년 휴전 이후 옛 간성군 지역은 대부분 수복된 곳입니다. 고성군은 전형적인 농어촌 지역으로 개발이 더딘 편이나 동해안의 해수욕장(화진포·송지호·백도)과 진부령의 알프스 스키장, 통일전망대 등의 관광명소가 있습니다. 고성은 DMZ를 사이에 두고 북한의 푸른 해금강과 금강산이 그림처럼 보이는 곳으로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서 고향의 땅을 보려는 실향민들의 발길이 통일전망대로 이어집니다. 고성군에는 2개읍 4개면이 있으며 인구는 27천여 명입니다.
평화누리길 고성 18코스 “거진명태고향길”은 공현진항에서 출발해 가진항과 북천철교쉼터를 거쳐 거진항에 이르는 17.9km의 도보길입니다. 18코스 출발점은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리 공현진항입니다. 공현진항 수산물위판장에서 북쪽으로 조금 가면 공현진2리 해변의 명물인 수뭇개바위인데, 일출명소인 이 바위는『1910년에 발간된 "조선지지자료"에 3개의 바위가 묶여있다는 뜻에서 삼속도(三束島)란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었으며, 삼속도의 한글표현 "셔뭇뒤"가 "스뭇대"를 거쳐 "수뭇개"로 구전되었다고 추측된다』는군요. 도로변에는 “해파랑길 수뭇개바위 일출명소 1번지”라는 글씨가 보입니다.
해안을 벗어나 잠시 도로로 나왔다가 다시 해랑길로 접어들면 바닷가 백사장에 기암이 보이는데 이는 고재바위입니다. 스테이가진 펜션을 뒤로하고 가진항을 통과합니다. 고성군 죽왕면 가진리 소재 가진항은 지방어항이지만 비교적 큰 규모의 어항시설을 갖추고 활발하게 어로작업을 하는 어항으로서 7번 국도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조용하고 아늑한 어촌입니다.
가진항을 뒤로하고 남천을 가로지르는 남천교를 건넙니다. 남천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남쪽의 진부령에서 향로봉을 거처 북쪽 금강산에 이르는 능선이 하연 눈을 머리에 인 채 거대한 장벽처럼 서 있는 모습이 웅장합니다. 남천교를 건너 송림이 우거진 도로를 따라가노라면 풍력발전기 4기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보통 전남 지방에서 본 풍력발전기는 단조로운데 이곳 풍력발전기는 알록달록한 색을 칠해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높였고 특이 발전기 밑둥에 아담한 풍차를 설치하여 마치 예술작품 같은 모습으로 변신시켜 놓았습니다.
풍력발전기를 지나 북천을 따라 서쪽으로 갑니다. 북천은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을 북동류하여 동해로 흘러드는 강으로 길이는 26km입니다. 북천은 고성군청의 북쪽으로 흐르는데 고성군청의 남쪽에는 아까 지나온 남천이 흐릅니다. 향로봉 동쪽 사면을 따라 흐르는 북천은 물이 맑고 수량이 많아 좋은 피서지·휴양지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강의 상류에는 진부령과 알프스 스키장이 있습니다.
몇 백 미터를 걸어가면 북천철교인데, 고성군 간성읍 봉호리 소재 북천철교는 1930년경 일제가 자원수탈을 목적으로 원산(안변)-양양간 놓았던 동해북부선철교로서 1950년 6.25전쟁당시 북한군이 이 철교를 이용하여 군수물자를 운반하기 시작하자 아군이 함포사격으로 폭파해야만 했던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입니다. 이후 이 철교는 60여 년 간 다리발(교각)만 황량하게 방치되어 있었으나 행정안전부는 평화통일을 염원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도모하기 위하여 접경권인 이곳을 평화누리길로 지정함에 따라 고성군은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폐철각을 기증받아 철각을 리모델링하고 상판을 설치해 북천철교가 보행자와 자전거 마니아를 위한 전용교량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철교입구 대문형 시설물 기둥에는 평화누리길이라는 말이 적혀 있는데, 3년 전 해파랑길 48코스를 걸으며 이곳에 왔을 때 왜 이 단어를 사용했는지를 잘 몰랐는데 지금 강원도 평화누리길을 걸으며 이곳에 다시 오니 정말 반가운 말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철교를 건너며 중간에 설치된 조망대에서 교각을 볼 수 있음이 다행입니다.
북천철교를 건넌 후 다시 동쪽으로 걷습니다. 쉼터인 정자에서 초계천에 걸린 마산해안교를 건너 좌측으로 갑니다. 우리는 국토종주 자전거길 코스안내도를 따라 갑니다. 우측 야산에는 자작나무가 자라는 가운데 비탈면의 수해복구공사가 잘 된 모습입니다. 해안가의 송림은 멀리서 보니 해안방풍림 같습니다.
해안송림을 지나면 반암마을인데, 도로변에는 각자전수교육관이 있습니다. 각자는 나무나 돌에 글자를 파서 새김을 말하거나(刻字), 도안이나 무늬로 쓰이는 네모난 글자를 말하기도 합니다(角字). 반암마을은 거의 대부분이 민박 또는 펜션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숙박업소 간판이 많은데 해오름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이어지는 곳은 반암항과 해변인데, 고성군 거진읍 반암리 소재 반암해변은 전형적인 어촌의 해안을 따라 양호하게 발달한 백사장에 희고 고운 모래가 있어 가족 단위 해변으로 적합한 곳입니다. 매년 해수욕장과 백사장이 사계절 운영되고 있으며 7번 국도변에 있어 교통여건이 좋은 편입니다. 주변에는 민박 및 횟집이 있어 먹거리가 풍부하며 군사지역으로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이 자랑입니다. 이곳은 바다낚시꾼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로 조석으로 멸치잡이가 잘 되어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반암항을 지나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해변가에 솟은 기암에 올라 바라보는 북쪽과 남쪽의 풍경이 일품입니다. 기암을 지나면 드디어 거진해변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송포교차로에는 명태조형물이 세워져 있군요. 오션상떼빌아파트를 지나 거진1교를 건너갑니다. 명태웰빙타운 인근의 거진해변에는 사진 촬영포인트인 각종 조형물이 세워져 있네요. 이러한 조형물은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성된 것이랍니다.
드디어 목적지인 거진항입니다. 고성군 거진읍 거진리 소재 거진항은 38선 이북에 위치한 국가어항으로 북한과 가까운 입지적인 조건으로 원래는 오지의 어촌이었지만 1973년 거진면이 읍으로 승격되면서 항구주변에 현대식 고층건물이 들어서 상업도시로 면모를 갖추어 동해북부 어업전진기지로 성장해 가고 있는 항구입니다.
거진항은 전국 명태어획량 중 70% 이상이 이곳에서 출하될 정도로 유명해 매년 이곳에서 고성통일명태축제가 열리며, 항을 따라 펼쳐진 명태덕장은 해질 무렵 바다의 노을과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연출합니다. 거진항에는 이곳의 상징인 명태조각상이 있지요. 어촌계활어회센터 뒤쪽에 등산버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16km를 걷는데 3시간 2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정상 코스로 걸었는데도 원래 거리보다 2km가 짧은 것은 원래 거리의 오류인듯 합니다. 거리에 비해 시간이 단축된 것은 전 구간이 평지였고 날씨가 상당히 차서 중간에 휴식을 전혀 하지 못한 탓입니다. 이 길은 동해안 해파랑길 48코스와 거의 겹쳐 3년 전 답사했던 길을 복습하면서 다시 걸었습니다. 날씨가 맑아서 서쪽으로 펼쳐지는 진부령-향로봉 능선의 멋진 설경을 감상한 멋진 발걸음이었습니다.
《강원도 평화누리길 고성 18코스 개요》
▲ 일자 : 2024년 1월 7일 (일)
▲ 코스 : 공현진항-공현진해변 수뭇개배위-가진항-남천1교-풍력발전기-북천철교-마산해안교-해안송림-반암해변-반암항-거진1교-거진해변-거진항
▲ 거리 : 16km
▲ 시간 : 3시간 2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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