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예진, 풋풋함의 상징에서 푼수연기의 달인으로

                                                                  임예진
 


<집으로 가는 길>은 KBS 1TV의 일일연속극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일일연속극을 보게 되었는데 지금까지 1회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물론 부득이 할 경우는 다시 보기를 했지요.

이 연속극은 한마디로 매우 재미있습니다. 이 극은 두 가족에 얽힌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하나는 평화병원 유용준(장용) 원장 가족이고, 다른 하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넥스트>의 대표인 한대훈(한진희) 가족입니다. 이들 두 가족의 사업과 가족구성원간의 사랑에 읽힌 이야기가 잔잔하게 전개됩니다. 유용준의 여동생인 유용선(임예진) 가족의 이야기도 전개되지만 이는 곁가지에 불과합니다.

▲ 등장 인물

이 연속극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처음 읽는 독자를 위해 간단하게 소개하렵니다. 유용준 원장의 아버지는 유건영(박근형)인데 전직중학교 교장이지만 아내와 차남(유 원장의 동생)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여자친구인 국효순(반효정)을 말벗으로 살아갑니다.

유 원장에게는 의사인 부인 남순정(윤여정)과 두 아들이 있는데, 장남은 의사인 유민수(심형탁), 차남은 독립 프로덕션 <드리머즈>의 PD인 유현수(이상우)입니다. 그리고 모델 에이전시 <모델스토리>의 3년차 팀장인 딸 유지수(박혜원)가 있습니다. 이 유지수가 실제로는 사고로 죽은 유 원장의 남동생 유용환의 친딸입니다. 유민수의 아내인 장미령(조여정)은 남편과의 불장난으로 덜컥 임신을 하여 일찍 결혼했지만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을 갑갑해하는 며느리입니다.    

 

다른 가족인 한대훈(한진희) 사장은 재혼한 부인 오선영(이보희)과의 사이에 한수미(김유리)와 한주호(최민환) 두 남매를 두었습니다. 큰딸인 한수인(장신영)에게 오선영은 계모입니다. 이 한수인이 행복한 결혼을 한 후 미국으로 떠났다가 남편인 황성태(김주환)의 폭력에 못 이겨 이혼하고 귀국하여 일자리를 구한 것이 하필이면 유현수PD와 함께 일하는 작가였습니다. 이들은 첫사랑을 하다 헤어졌는데, 다시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면서 엄청난 사태가 벌어집니다.

유용준 원장의 여동생인 유용선(임예진)의 남편인 박칠남(이대연)은 어렵게 살아가는 버스기사로 학교에서 언제나 공부 1등을 하는 보물2호인 무남독녀 박신애(김소영)를 두고 있습니다. 이 박신애가 한대훈 사장의 아들인 한주호와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약방의 감초입니다.

▲ 빛을 발하는 임예진의 푼수연기

등장인물의 설명이 너무 장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인물들 모두가 제 나름대로 확고한 개성을 가지고 참으로 연기를 잘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뜨이는 인물이 바로 임예진(49세)입니다. 그녀는 1970년대 중반만 해도 현재의 문근영에 비할 만큼 국민여동생으로 군림했습니다. 그녀는 1976년 <진짜진짜 잊지마> <진짜진짜 좋아해> 등 당시 인기 있었던 고교생 영화의 주연을 독점했습니다.

임예진은 이덕화와 함께 최고의 톱스타로서 많은 인기를 모으며 임예진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하이틴 스타는 단연 얄개 이승현과 임예진이었고 둘의 인기도 정말 하늘 높은 줄 몰랐습니다. 그 당시 단발머리 소녀는 지금 나이 50을 바라보는 중년이 되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서 임예진은 조카인 의사 유민수의 아내 장미령에게 혹독한 시집살이를  시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언을 하여 예기치 못한 사태를 발생시킵니다. 등장인물을 설명한 자료에도 “집안의 사고뭉치”라고 소개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이는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겠지만 그 표정과 억양은 실로 압권입니다.

위에서 유용준 원장의 딸 유지수는 실제로 용준의 동생인 용환이의 친딸이라고 했습니다. 용환의 아내는 지금 한대훈 사장과 재혼한 오선영입니다. 그러니까 유지수는 오선영의 딸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유 원장의 여동생인 임예진은 오선영을 친딸을 버리고 간 매정한 여자라며 원수처럼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재 유지수의 어머니인 올케언니 남순정(윤여정)에게 절대로 유지수를 그 여자에게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합니다.

임예진의 딸인 박신애는 공부를 제일 잘 하지만 한대훈 사장의 아들인 한주호는 400명중에 꼴찌입니다. 이 박신애가 한주호의 집에 가서 주호에게 공부를 가르친 결과 100등이나 석차가 올라갑니다. 자녀들 때문에 두 어머니가 만난 날, 둘은 서로를 알아보고 기절할 뻔합니다. 이 때 임예진의 그 푼수연기가 빛을 발합니다. "핏덩이를 팽개쳐 놓고 이제 와서 어쩌려고."

이 말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대사입니다. 이 말을 들은 오선영은 다른 여러 상황을 정리한 끝에 유지수 팀장이 자기의 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평화병원으로 남순정을 찾아갑니다. 남순정은 이 사실을 오선영에게 진작부터 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남편인 유용준 원장의 졸도로 미루고 있던 참입니다. 오선영의 방문을 받은 남순정은 당신의 딸이라며 유지수의 어렸을 적 소지품과 앨범을 가지고 있다가 오선영에게 전합니다.

임예진은 10대부터 20대까지 상큼하고 발랄한 여배우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동안 각종 연예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참여하여 연예인으로서는 참으로 듣기 싫은 머리가 크다는 말에도 웃음으로 넘긴 대인입니다. 앞으로도 푼수연기든 요조숙녀 역이든 그녀는 더욱 안방극장을 빛내 주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