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접시꽃 하면 떠오르는 시가 바로
도종환<접시꽃 당신>이다.

<접시꽃 당신>은 시와 시집의 제목이다.
시인은 접시꽃같이 지순한 아내를 암으로 잃고 난 후
비탄과 회한의 서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엮은 시를 모아놓은 시집을 펴냈다. 

이 시에는 아내의 죽음에 대한 느낌,
묘소를 오가며 토해내는 그리움과 엄청난 고통을 극복하려는 노력 등이
절절이 담겨 있어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 접시꽃 당신 ▲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 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들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 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 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을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는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 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위 시집은 도종환 시인이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시집이란 것이 알려지면서 초유의 판매기록을
세우며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사랑하는 아내를 묻은 다음 쓴 시가 바로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란 시이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다는 대목에서는
그냥 코끝이 찡해 온다.  
당신이 나중에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이 되어
다시 만나자는 말에 삶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나도 살아 있는 아내에게 잘 해 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  

견우 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땅에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 벌 이웃에게 나눠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하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되어
다시 만나자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님아 밭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접시꽃은 아욱과에 속하는 초본식물로 중국이 원산지이지만
멋진 꽃 때문에 널리 재배되고 있다.
1년생·2년생·다년생의 여러 변종들이 있다.

줄기는 키가 1.5~2.7m까지 자라며,
잎은 5~7갈래로 갈라져 있다.
꽃은 보통 흰색·분홍색·붉은색 또는 노란색인데
지름이 7.5㎝ 또는 그보다 크며 줄기의 윗부분을 따라 달린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