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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 며칠 전 EBS라디오 저녁방송을 듣는데 진행자가 청취자에게 "습관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 "선덕여왕을 보는 것"을 예로 들었다. 이처럼 선덕여왕은 국민드라마가 되고 있다.   

지난 34회에서는 드디어 김춘추(유승호 분)가 모습을 드러냈다. 꽃 미남의 등장에 여성시청자들이 환호한다는 등 장안은 온통 난리이다. 그런데 그가 처음으로 선보인 장면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겉으로 보아서 과연 이런 인물이 어떻게 29대 태종무열왕으로 등극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잘 자랄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데, 춘추의 말과 행동은 싹수가 노랗게 보인다.   

 

그는 지금 경주소재 금오산을 넘는 중이다. 모든 사람의 예상을 깨고 가마를 타고 있다. 춘추는 말을 전혀 타지 못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중국으로 측근을 보내 춘추를 빨리 데리고 오라던 미실 측에서는 시간이 지체되자 애간장이 탄다. 세종의 아들인 하종이 왜 춘추 일행이 이토록 늦은지 미실에게 설명한다.

"춘추는 말을 전혀 타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마를 타고 오니 이렇게 늦는답니다."

이 말을 들은 미생이 즉각 소리친다.

"세상에! 사내자식이 말을 타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 겁니까?"

이 순간 세종과 하종 그리고 미실이 미생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러자 미생의 얼굴은 죽상이 되며 말꼬리를 흐린다.

"누님, 저는 그래도 다른 것은 잘 하잖아요!"

그러고 보니 미생도 말을 탈 줄을 몰랐던 것이다. 이런 대화 한 마디가 딱딱한 사극을 감칠맛 나게 만드는 조미료이다.

다시 금오산 기슭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춘추는 가마를 타는 것도 힘들다며 쉬어가자고 한다. 그러고는 물과 수건을 가져오게 한 후 물수건을 얼굴에 덮은 채 하염없이 미적거리고 있다. 춘추를 빨리 미실궁주에게 데리고 가야할 대남보(류상욱 분/ 백호비도의 수장으로 활을 쏘아 천명공주를 살해한 인물)는 마음이 급하다. 춘추가 말을 타지 못한다고 하자 말 타는 게 쉽다며 타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제안한다. 춘추는 마지못해 말의 등에 오른다. 그리고는 곧 바로 내려온다. 내려와서는 말을 타 보니 어지럽다며 또 늑장을 부린다.




 
다시 가마를 타고 길을 떠나던 일행은 춘추의 지시에 따라 여곽에서 쉬어가기로 한다.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다음 방문을 지키던 대남보는 춘추를 부른다. 아무런 대답이 없자 방안으로 들어온 그는 춘추가 없어진 것을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며 허둥지둥한다.

그런데 비재의 결승전이 열리는 장소에 춘추가 불쑥 나타났다. 누구냐고 묻는 죽방의 질문에 그는 대답한다.

"나? 김춘추!"

                                                 비재결승전에 나타나 죽방의 어깨를 잡은 춘추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춘추는 말도 타지 못할 정도로 유약한 인물인데 어찌 여곽을 빠져 나와 왕궁까지 왔을 까? 설마 걸어오지는 않았겠지. 그는 처음부터 말을 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타지 않았을 터이다. 따라서 그는 여곽에서 말을 구해 손살같이 왕궁으로 달려왔을 것이다.

다음에는 춘추는 왜 미실 측 사람들을 따돌렸을 까? 비록 그가 수나라에 오랜 기간동안 머물렀지만 신라의 정치판세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세한 상황은 모르더라도 왕궁은 미실이 장악하고 있는 반면, 진평왕은 허수아비임을 말이다.


 
따라서 진평왕의 딸인 어머니 천명공주와 진지왕의 아들인 아버지 김용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춘추로서는 귀국하면서 미실이 보낸 사람들과 함께 입궁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지연작전을 펴다가 유곽에서 탈출(?)을 결심하였을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그의 어리버리한 행동은 싹수가 노란 것이 아니라 사물을 꿰뚫어 보는 혜안을 가진 작전이었라고 평가한다.    

그런데 그가 나타난 곳이 하필이면 유신의 낭도들이 위치한 곳이다. 진평왕 측에서도 춘추를 빨리 귀국시켜야한다고 하며 사람을 보냈지만 이미 미실 측에게 선수를 빼앗긴 터였다. 그러니 춘추가 김유신 측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다. 나중에는 춘추가 술과 여자에 빠져 덕만공주의 속을 썩힌다고 하는데, 이도 고차원의 계산이라고 한다.  

이제 앞으로 덕만공주와 김유신, 김춘추, 그리고 미실 측이 벌이는 밀고 당기는 정치놀이는 더욱 사람들을 안방극장으로 불러들일 것이다. 꿈의 시청률인 50% 달성을 향해.  
 

김춘추 (602-661)

신라 제29대 태종무열왕(太宗武烈王)(재위 654-661). 진지왕의 손자. 이찬(伊粥) 용춘(龍春:龍樹)의 아들. 어머니는 진평왕의 딸 천명부인(天明夫人) 김씨(金氏). 화백회의(和白會議)에서 왕으로 추대되어 최초의 진골출신 왕이 되었다. 웅변에 능하고 외교적 수완이 뛰어났다. 당나라에 청원하여 백제정벌의 대군을 파견 받고, 법민(法敏:文武王)과 김유신 등에게 5만의 군사를 주어 나당연합군을 만들어 백제를 멸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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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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