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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폭탄주를 돌려야 화합이 될까?

술을 마시는 사람 중 폭탄주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폭탄주(爆彈酒)는 맥주와 양주를 섞은 것이다. 이제 이 말은 국어사전과 백과사전에도 버젓이 등장할 정도로 일반화된 용어가 되었다. 양주대신 소주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폭탄주는 양주와 맥주의 비율에 따라 원자폭탄주, 수소폭탄주, 중성자폭탄주로 구분하기도 한다.
 
폭탄주는 작은 양주잔에 위스키 같은 양주를 따라서 맥주를 따른 큰 컵에 빠뜨려 마신다. 미국이나 러시아 등에서 폭탄주와 비슷한 방법으로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글쓴이는 술을 잘 못 마시는 비주류(非酒類)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폭탄주를 싫어한다. 그러나 주량이 센 사람들이 술을 그냥 마시든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든 이는 그들의 취향이니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그렇지만 폭탄주는 술을 잘 먹는 사람들이 음주실력을 과시하는 무기로 종종 변질되고 있다.

회식장소에서 술꾼들 특히 상사는 걸핏하면 폭탄주를 돌려 술을 못 마시는 아랫사람들을 골탕먹이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폭탄주는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할 술 문화의 하나라고 평소 생각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는 기사를 접하고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살펴본 다음 이의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한다.  




▲ 폭탄주 이야기


[장면 1] 외국언론이 한국의 폭탄주문화 비난을 멈춘 이유

우리나라에서 폭탄주가 제조 된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동안 구미선진국의 언론에서는 한국의 폭탄주문화를 야만적인 것으로 비난했었다. 그런데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결과 한국에서 주류관련제품의 수입제한이 철폐되자 외국의 주류판매상들은 고급양주와 와인 등의 한국판매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술 소비량을 늘리려면 외국언론에서 한국의 폭탄주문화를 비난해서는 안되었다. 폭탄주로 소비하는 술이 엄청 많음을 인식한 것이다. 이를 간파한 주류업계는 외국 주요언론에 로비를 하였고 그 후부터는 우리의 폭탄주문화를 비난하는 글이 거짓말 같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를 고맙다고 해야 할지 서글픈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장면 2] 프랑스 꼬냑회사 사장이 폭탄주로 건배한 이유

프랑스의 유명 꼬냑회사 사장은 한국 내 판매촉진을 위해 방한하여 시음회를 가졌다. 이들은 꼬냑을 제대로 마시는 법을 교과서대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꼬냑은 가급적 크고 둥근 유리컵(자루가 있는 와인 잔)에 따르는 게 좋다. 꼬냑을 조금 따른 후 술잔을 양손으로 쓰다듬듯 감싸쥐고 손의 온기로 꼬냑을 데운다. 그리고는 한 모금 마신 후에는 입안에 잠시 머물러 향기를 음미한 후 천천히 목구멍으로 넘긴다."

시음회 참석자들은 처음에는 이들이 가르치는 데로 따라 하였다. 그러나 감질나서 도저히 마실 수가 없었다. 참석자들은 그냥 컵에 따라 단숨에 벌컥벌컥 마셨다. 프랑스 관계자들은 혼비백산했다.

"우리가 정성을 들여 생산한 꼬냑을 홀대하다니!"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꼬냑에 취한 이들은 맥주를 가져오게 해서 폭탄주를 만들었다. 그러자 프랑스 꼬냑회사 사장은 깨달았다.

"로마에 가면 반드시 로마법을 따르자!"

그는 직접 꼬냑으로 폭탄주를 제작해 소리 높여 외쳤다.

"우리 모두를 위하여, 원샷!"              

☞ 위 두 이야기는 오래 전 읽은 보도내용을 기억을 되살려 재구성한 것이다. 꼬냑을 마시는 법이 올바른지 잘 모르겠다.
     그냥 글쓴이가 상식적으로 쓴 것이다.  





[장면 3]  북한 김정일이 남한 답방을 하지 않은 이유 

우리는 남북정상회담을 두 번 했다.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역사적인(?) 6.15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007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도 평양을 방문했다. 그렇지만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은 답방을 하지 않았다. 국가원수의 상호방문이라는 외교상 관례를 무시한 것이다. 

외국의 어느 특파원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에게 정상회담에서 약속해 놓고 남한을 방문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김정일이 정색을 하고는 말했다.

"나도 남한에 가고 싶습네다. 그런데 남파 동무들을 통해 조사를 해보니 남조선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총알택시가 운행되고 있고, 청와대에서도 폭탄주를 돌린다는 데, 총알과 폭탄이 난무하는 남쪽에 가는 것은 내 신변안전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네다."       


 

[장면 4] 청와대에서 폭탄주를 돌린 이유
 

15일 저녁 청와대에서 개최된 시·도지사 만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폭탄주를 직접 권하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고 한다. 특히 그동안 세종시 문제로 티격태격하였던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완구 충남지사를 따로 불러 폭탄주로 러브샷을 권해 묵은 앙금을 풀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미국 방문 중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은 말뚝 중 가장 잘못된 말뚝으로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것이 옳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완구 충남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김 지사의 발언은 천박하고 경솔하다. 김 지사는 도지사직에 충실하라"고 쏘아붙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바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좌)와 이완구 충남지사(우)



▲ 신중하지 못한 청와대 폭탄주와 언론보도 

다음 백과사전을 한번 살려 보자.
『흔히 폭탄주는 군사문화와 연관되어 군인들이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1983년 강원도의 군, 검찰, 안기부, 경찰 등의 지역 기관장 모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마셨고 당시 춘천지검장이던 박희태가 널리 퍼뜨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검찰 문화와 연계되어 검찰에서 매우 유행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폭탄주를 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시거나, 술자리에서 강제로 술을 권하는 문화와 연관하여 폭탄주 문화를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국회의원이나 고위관료 등이 폭탄주를 마시고 크게 취하여 실언을 하거나 추태를 부리면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를 보면 폭탄주로 크게 문제를 일으킨 사례가 많으며, 오늘날에는 인식의 변화에 따라 폭탄주를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가장 모범을 보여야할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도로 폭탄주를 돌린 기사가 각 언론마다 크게 보도되었다.

일반적으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가지 술보다는 두 가지를 섞어 마시는 게 더욱 술맛이 나기 때문에 폭탄주를 만들어 마신단다. 최근에는 이 두 가지를 합친 술이 제조·판매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일반회식자리와는 다른 곳이다.

참석자들의 화합을 위해서라면 폭탄주가 아닌 일반 술로도 얼마든지 건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며, 실제로 폭탄주를 돌렸으면 언론보도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김태호 경남지사가 폭탄주 건배를 제의했다고 하는데 어디에 가든 이런 사람은 꼭 있기 마련이다. 청와대의 폭탄주 만찬기사가 우리의 술 문화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지 생각하면 이번 폭탄주돌리기와 언론보도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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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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