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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저 수현이예요!

강신욱 회장님이 정말 제 아빠 맞으시죠?
그동안 이토록 지척에 아빠를 두고도 그동안 회장님을
아빠 닮은 사람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으니 이런 기막힌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며칠 전 카페에서 진우 오빠가 회장님을 "작은 아버지"라고 부르는
현장을 목격하고는 저는 까무러칠 뻔하였답니다.
오매불망 그리던 아빠가 바로 그토록 저를 잘 대해주시던
회장님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뒤 진우 오빠로부터 회장님께서 진짜로 저의 아빠이며,

사고 후 지난 15년 동안 기억을 잃었다가 최근에 다시 회복했다고 들었답니다.
그렇다면 엊그제 저를 만났을 때 왜 저를 모르는 척 외면하셨나요?



저는 제 사무실로 찾아온 회장님을 보는 순간

그냥 자연스럽게 "아빠, 보고 싶었어요!"라는 말이 튀어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극히 짧은 순간 아빠의 당황해 하는 눈빛을 보고는
아빠에게 차마 말 못하는 고민이 있음을 알아차리고
얼른 화제를 나정이로 돌려야했습니다.




이로 인해 저는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욕을 먹었지만

아빠의 입장을 이해했다는 점에서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후 비통한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어
남자친구인 민경헌에게 화풀이를 했습니다.      



저는 회장님이 그동안 저에게 잘 대해주셔서

정말 회장님 같은 분이 제 아빠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답니다.

그렇지만 회장님의 모습은 정말 아빠를 그대로 닮았는데
저와 엄마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셨기에
꿈에도 회장님이 아빠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지요.
회장님이 기억을 상실했다고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를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은 제 아빠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엄마와 할머니에 의하면 제가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이 매우 단란하고 화목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제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가족사진을 보면 잘 알 수 있거든요. 
 



지난번 아빠가 제 손가락에 낀 엄마의 결혼반지를 좀 보여달라고 하셨을 때

정말 나윤의 반지 때문인 줄로 생각했었고,
또 엄마와 함께 저녁을 드시면서 우리 모녀를 그윽하게 바라보시던 그 눈길은
우리 모녀에 대한 일종의 동정이라고 생각했었답니다.

엄마는 지난 15년 동안 카센터를 운영하면서 우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셨고,
할머니께서는 지금도 아빠 사진을 들여다보며
분명한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어하십니다.
엄마는 아빠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지난해까지 제사도 모시지 않고 있다가
금년에 처음으로 제사를 올렸습니다.



특히 아무 것도 모르는 할머니께서는 진우 오빠와 결혼할 나윤과

그녀의 동생 나정이를 매우 좋아하고 계십니다.



아빠!

우리 가족은 지난 15년 동안 단 하루도 아빠를 잊은 적이 없는데,
왜 아빠는 잃었던 기억을 되찾고도 우리를 외면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빠에게는 현재의 가족이 있음을 압니다.
그러나 현재 가족만 중요하고 과거의 가족에게는
이토록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어도 되는 것입니까?



아빠!

무슨 정리할 일이 그리도 많단 말입니까?
엄마가 곧 이준우 선생님과 결혼하는데, 이를 보고만 계실 겁니까?
엄마는 아빠가 살아 계신 사실을 알았더라면
절대로 재혼할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아빠가 다시 엄마와 재결합할 수 없다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아빠에게는 나 사장과 나윤이 그리고 나정이가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아빠는 엄마가 제 갈 길을 가도록 내버려두려는 것인가요? 
그래서 엄마가 이준우 선생님과 결혼 한 후에  
우리 곁으로 오시려고 때를 기다리는 건가요?

엊그제 저는 엄마 가슴에 얼굴을 기대고 울었습니다.
기억을 되찾은 아빠가 엄마와 저를 찾지 않으니
엄마에게 이준우 선생님과 결혼하는 것을 미안해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아빠가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계시면서 우릴 찾지 않으면

참 나쁜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금방 절대로 아빠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한편, 진우 오빠와 나윤은 4촌간인데, 이들의 결혼이 가능하겠습니까?
왜 아빠는 둘의 결혼을 추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나윤의 나이로 볼 때
나윤은 아빠와 핏줄이 전혀 다름을 인정하지만 말입니다.    



  
아빠!

아빠가 사고 후 기억을 잃고 재혼하여 현재의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아빠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어쨌든 나 사장은 할머님의 며느리이며, 나윤과 나정은 손녀딸이기도 합니다.

아빠가 현재 누구와 살고 있던 저는 아빠의 딸이며
할머님은 아빠의 어머님이십니다.
피로 맺어진 혈육의 끈을 더 이상 힘들게 하지 말아 주세요.    



아빠!

그동안 회장님 같은 아빠가 있기를 소망했을 때보다
실제로 회장님이 아빠로 밝혀지고 난 다음에
제 마음이 이토록 찢어지게 아플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물론 진우 오빠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보면
현재 매우 혼란스러울 아빠의 심경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아무리 지난 15년 동안 다른 사람으로 살아오셨더라도
기억을 되찾은 지금에도 절 모른 척 하시니 저는 억장이 무너집니다.
 
저는 이 순간 엄마와 할머니에게 회장님이 바로 아빠라고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제가 할머니에게 말하는 것보다는 아빠가 직접 말씀드리는 것이
아무래도 나을 것 같아 참고 있는데
이게 저로서는 무척 고통스럽습니다.  



아빠!

가급적 빨리 마음을 정리하시고 우리 가족을 만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제가 다시 아빠를 만나면 회장님으로 부를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니 저녁을 같이 먹고 싶다는 말씀은 두 번 다시 하지 마세요!
어제 나정이 때문에 억지로 아빠를 다시 만났을 때
저는 너무 그 자리가 불편하여 안절부절 하였답니다. 
 
언제쯤 아빠 품에 안겨 지난 세월의 한을 풀 수 있을까요?
아빠! 빨리 대답해 주세요!
제발 저에게 더 이상 "한수현PD"라고 하지 마세요!

어제 드라마 말미에 저를 강변으로 불러 내셨으니
이번에야말로 제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시고 꼭 한번 껴안아 주세요!
아빠! 그래 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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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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