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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행동의 변화였습니다. SBS 수목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에서 차강진(고수 분)이 박태준(송종호 분)의 애인이었던 이우정(선우진 분)에게 기습키스를 감행한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키스하는 장면을 직접 보여 주지 않아 실제로 둘이 키스를 했는지, 아니면 그가 그토록 사모하는 한지완(한예슬 분)을 떠나보내기 위해 일부러 키스신을 연출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 종영된 <미남이시네요>에서 황태경이 좋아하는 고미남이 보는 앞에서 기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유헤이에게 거짓 키스신을 연출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만일 강진이 우정에게 실제로 키스를 했다면 이 글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짚은 것이 되고 말겠지요.

강진으로서는 8년 만에 다시 만난 지완을 앞으로 영원히 곁에 두고 싶었습니다. 비록 그녀가 범서건설의 동료 팀장인 박태준 약혼녀였지만 약혼식을 펑크낸 자식에게 첫사랑인 지완을 맡겨 둘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강진은 그녀가 거주하는 방부터 리모델링해 주었습니다. 우중충한 방에서 햇볕이 잘 드는 밝은 분위기로 바꾸었습니다.
74 박태준과 한지완의 약혼식 초대장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았던 펜던트을 찾는다는 전단지광고를 하더니 끝내 펜던트를 찾아 자신에게 되돌려 주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녀가 그동안 자신의 펜던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요?

                                     지완의 펜던트 분실물 전단지

                                 지완이가 강진에게 건네준 펜던트

드디어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자신이 잃어버린 펜던트를 찾기 위해 그녀의 오빠인 지용 형이 익사했다는 것입니다. 술에 떡이 되어 파출소에 온 지완이가 태준이 앞에서 한탄하는 소리를 강진은 듣고 기절할 뻔했습니다.

"까맣게 까먹고 있었어! 우리 오빠가 나 때문에 죽었다고! 예전에 내가 말했었죠? 완전 까먹고 있었어! 펜던트 찾아 주려다가, 강진 오빠 펜던트 찾아 주려다가 우리 오빠가 죽었는데 완전 까먹고 있었어! 우리 오빠가 어떻게 죽었는데, 내가 어떻게 강진 오빠를 다시 만나! 아버지 엄마 가슴에 못 박으면서 내가 왜 산청을 떠나왔는데. 정말 까먹고 있었거든요! 바보, 천치!" 

                             지완의 한탄

만취된 지완을 들쳐업는 데 태준이 의미심장한 말을 날립니다.

"지완이 그냥 놔줘! 충분히 힘들었고, 충분히 상처받은 애야! 똑똑히 들었잖아 너도! 너라는 존재 자체가 지완이에게 고통이고 상처라는 거 못 알아들어?"

                          충고하는 박태준
 
지완을 업고 걸어가면서 강진은 왜 그녀가 자신에게 그토록 가슴에 못박는 모진 말을 남기고 바람처럼 고향을 떠났는지 알게 됩니다.

"오빠, 한 번도 좋아한 적 없어요! 오빠 같은 사람이 제일 싫어요! 엄마가 남자들 꼬셔 다방마담 같은 거나하고, 오빠 같은 사람이랑 상종도 하지 말라고 그랬어요, 우리 엄마가! 내가 잠깐 미쳤었나 봐요! 미친년이에요. 내가!"  

                            지완을 업고 가는 강진 

1주일 후 회사를 찾아온 지완은 먼저 만난 태준에게 강진 오빠를 만나러 왔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태준은 파출소에서 지완이가 독백처럼 한 말을 일깨워줍니다. "차강진을 만나면서 오빠를 떠올리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고!"

이 때 차강진이 나타나자 순간적으로 돌아서려던 지완은 곧 바로 강진에게로 가서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넵니다. 그러면서 데이트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면서 손바닥에 감자탕 집의 약도를 그려줍니다.

                           생글그리며 데이트하자는 지완

                            감자탕집 약도 

그녀는 집으로 들어가 가족사진 중 오빠 지용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사진을 뒤집고는 말합니다.

"안 미안해! 하나도 안 미안해! 8년을 미안했으면 됐잖아! 그만큼 미안했으면 됐잖아! 이제 그만 좀 봐줘! 한번만 봐줘요! 제발!"

                              지완의 가족사진

한편 강진은 지완이가 기다릴 줄을 알면서도 박태준의 말이 자꾸만 뇌리를 스칩니다. 망설리던 강진은 결국 그녀가 기다리는 감자탕 집으로 갑니다. 감자탕을 게걸스럽게 먹던 지완은 토한 후 다시 떡볶이 집으로 가서 또 먹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강진이 지완을 말립니다. 소화하지도 못하고 먹고 싶지도 않으면서 억지로 음식을 먹는 게 정말 이상합니다.

                             게걸스럽게 먹는 지완

집으로 돌아온 지완은 복잡한 심경으로 가슴을 칩니다. 아직도 지용 오빠에 대한 미안함과 강진 오빠에 대한 원망과 사랑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탓입니다. 한의학교과서를 펼쳐 들었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아니합니다. 책상에 이마를 쳐보지만 해답은 없습니다. 

                           방바닥에 누워 오열하는 지완

다음 날 한의학강의에 출석한 지완은 강의 중에 그만 혼절하여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강진은 지완에게 주려고 꽃다발을 준비해 카페를 찾았는데 여주인이 지완이가 입원했다고 알려줍니다. 강진은 병원으로 달려가 그녀가 홧병에 걸렸음을 확인합니다. 노교수는 홧병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를 치유하는 방법은 그 원인을 없애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노교수에게 야단 맞는 강진

                            병상의 지완

이때 문밖에 앉아있던 박태준이 결정타를 날립니다.

"살다보면 두 번은 만나서는 안될 인연들이 있어! 그냥 한 시절 짧은 인연으로 끝낼 수 있는 사람들, 나하고 우정이가 그렇고, 너하고 지완이가 그래! 지완이 너 못 놔! 저 미른 퉁이, 저러다가 지가 죽어도 절대로 너 못 놔! 니가 놔! 니가 멈춰! 부탁한다, 차강진!"

                              강진의 충고

강진은 기가 막힙니다. 지완이에게 절대로 상처주지 않기로 지용 형에게 약속했는데 내가 이런 고통을 주다니 이게 도대체 무어란 말입니까! 우정에게 사표를 제출한 강진은 짐을 챙겨 집으로 왔습니다. 그 때 초인종이 울립니다. 문을 여니 뜻 밖에도 이우정 이사가 서 있습니다.

                             병원계단에서 괴로워하는 강진


안으로 들어오려는 우정을 밖에 그대로 세워둔 채 강진이 문 밖으로 나옵니다. 우정은 강진의 혐의가 벗겨졌다며 사표를 찢고는 내일 다시 출근하라고 합니다. 자신이 박태준의 목을 졸라 강진이 잘못이 없음을 밝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강진의 혐의를 벗겨주어 고맙고 예쁘면 자신을 한번만 안아달라고 조릅니다. 지금 너무 춥다며 따뜻하게 안아 달라고 애원합니다.

                            사직서를 들고 웃는 우정
 

우정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강진은 콧방귀를 뀌며 냉소합니다. 그런데 저쪽에 초췌한 얼굴의 지완이가 서 있습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지완은 강진이가 만나자는 약속을 떠올리고는 옷을 챙겨 입고는 황급히 강진의 처소로 온 것입니다.

                           지완을 본 두 사람

우정도 지완을 보고는 한 술 더 뜹니다. 안아주는 게 약하면 키스라도 된다고 말입니다. 키스가 부담스러우면 뽀뽀라도 하자고 유혹합니다. 이 순간 태준의 말이 비수처럼 가슴을 파고듭니다. "니가 놓아! 지완이 너 못 놔! 저 미른 퉁이, 저러다가 지가 죽어도 절대로 너 못 놔!"

                             한지완

강진은 앞에 서 있는 우정을 끌어안고 기습적으로 키스를 합니다. 이 모습을 본 지완은 발길을 돌립니다. 과연 우정에 대한 강진의 기습키스가 지완에게 어떤 심리적 영향을 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키스를 하는 강진이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봐서 이 키스는 거짓이 아닌 진짜인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기 위해 자신의 속마음과는 다른 행동을 하는 강진의 아픈 마음이 참으로 애통합니다.

                              우정에게 기습키스를 단행한 강진

지완의 아버지 한준수가 뇌수술을 해야 할 중병에 걸린 것을 알고는 30년 동안이나 자신을 잊지 못하는 강진의 어머니 차춘희에게 모질게 대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드라마 제목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로 비교적 평범한데, 전개되는 스토리는 왜 이다지도 가슴이 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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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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