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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일일연속극 <다함께 차차차>는 이미 시청자들 사이에 엿가락 늘리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지난 115회(12. 4. 금)에서 강신욱 회장의 행동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114회 말미에 강 회장은 부인인 나은혜에게 자신의 현재 이름이 본명이 아님을 오랜 시간 동안 숨기고 알려주지 않은데 대하여 배신감 마저 든다며 당분간 떨어져 있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부터 뭔가 은혜를 곤경에 빠뜨리고 전 부인인 하윤정에게 사실을 고백할 실마리를 찾는 듯하여 글쓴이는 그 후의 전개에 큰 기대를 하였습니다. 

                                강신욱 역의 홍요섭 

 
그런데 이어지는 은혜의 하소연에 신욱은 또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듯 합니다. 부부의 대화를 다시 들어 보겠습니다. 먼저 은혜가 항변합니다.

"난 일부러 속인 게 아니어요. 나한테는 당신이 강신욱이든 누구든 중요하지 않았어요!"

"난 아니야! 나는 지난 세월 내가 누군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너무나 알고 싶었어! 그런데 당신은 그런 나를 외면했어!"

"그럴 수밖에 없을 만큼 행복했으니까요! 그래서 혹시라도 당신이 기억이 돌아오면 어떡하나, 혹시라도 당신이 과거에 결혼했던 사람이고, 아직도 누군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하나, 두렵고 무서웠으니까요!"

"……"

"그래서 이야기 안 했어요! 아니, 할 수가 없었어요! 여보!"   

"15년 동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온 나는?"

"그럼, 나는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살아온 거예요?"

신욱은 할말을 잃은 듯 합니다.

"……"

"당신 잃어버린 과거 속의 모습만이 진짜 당신이라면 그 후 당신과 함께 산 나는 뭐예요? 당신이 있어 행복하다고 느낀 지난 15년 세월이 다 뭔가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었는데, 당신을 의지했던 내 마음은 아무것도 아닌 건가요? 우리 나정이, 나정이는 당신한테 아무 것도 아닌 건가요?"

                                      나은혜 역의 이응경


"강신욱이라는 이름이 진짜 내 이름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내가 원망 되요? 그래서 우리가 함께 한 세월들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려는 거예요? 날 이처럼 비참하게 만들면, 내 가슴을 이토록 아프게 만들면, 내가 그렇게 잘 못한 거예요? 그냥 당신이랑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내 마음이, 그게 나쁜 건가요? 그래서 날 떠나겠다는 거예요?"

"그냥, 혼자 있고 싶을 뿐이야! 이해해 줘!"

"당신 기억이 돌아오면요? 만약에 당신 아내가 지금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면 당신 날  떠나겠네요! 그 여자는 지금까지 당신을 기다려준 사람이고, 난 당신 기억이 돌아오지 못하도록 방해한 여자니까!"

"그렇게 이야기하지마!"

"사람들은 내가 모든 걸 다 가졌다고 생각하죠! 그러니까 사랑하나쯤 잃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여보!"

"내가 좋아했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떠났어요! 나한테는 돈과 명예가 있으니까 괜찮을 거다, 당신도 그런 거예요?"

이 때 신욱은 부인을 꼭 껴안고는 독백을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 역시 그냥 이대로 모른 척 할 수 없어, 여보!") 
 



 

지루한 대화를 너무 길게 인용한 것 같습니다. 은혜의 절박한 말을 듣고 보면 신욱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문 밖으로 나온 신욱은 딸인 나정이가 울면서 엄마와 싸우지 말라는 말에 억장이 무너집니다.  
 

                             딸 나정이를 껴안은 신욱


그런데 문제는 신욱이 전 부인인 하윤정을 만나서 아무 말도 못한 것입니다. 신욱은 윤정에게 전화를 걸어 좀 만나자고 했습니다. 윤정은 이를 거절했습니다. 왜냐하면 만화가 선생인 이준우와 결혼날짜까지 잡아놓고 있는 마당에 더 이상 흔들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욱은 꼭 할말이 있다고 간청하여 둘은 마주보고 앉습니다.

                               윤정과 마주 앉은 신욱


 
윤정은 종업원이 가지고 온 물 컵을 들고 마시려다가 지금까지 강 회장이 한 말을 회상하면서 그만 컵을 엎지르고 맙니다. 이 순간 신욱은 윤정의 손을 잡고 말합니다. "괜찮아?" 남편이 부인에게 하는 말투 그대로입니다. 아차 했던 신욱은 다시 말합니다.

                            윤정이 손목을 잡은 신욱
 

"괜찮아요? 너무 놀래서, 미안해요!"

"오늘 무슨 말씀하시려고 절 보자고 한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꼭 회장님께 이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오히려 상황이 역전됩니다. 먼저 윤정이가 작심한 듯 말문을 엽니다.
 
"예, 말씀하세요."

                                하윤정 역의 심혜진


 
"저, 수현아빠 이 세상 사람 아니라고 생각하고, 회장님 수현 아빠와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뵙는 거 편하다고 말씀드렸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아직 절 보면 한 PD 아버님 생각나시나요?"

"그래요.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순간순간 수현 아빠라는 느낌 받는 거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앞으로 절 찾아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댁의 따님 걱정이 되셔도 또 우리 진우, 수현이 생각해서 절 도와주고 싶으셔도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

"회장님 이렇게 뵙는 거 전 너무 견디기 힘들고, 무엇보다도 이준우 씨한테 미안해지기 싫어요. 그 사람이랑 결혼생각하면서 수현 아빠 잊겠다고 결심했었어요. 그 결심 흔들리고 싶지 않고요. 부탁드릴게요."

이 때 윤정은 이준우 씨에게 걸려온 전화를 강 회장이 보라는 듯이 큰 소리로 받습니다. 지금 손님을 만나고 있다고 하면서. 그러면서 강 회장에게 작별을 고합니다.

                                  이준우루부터 걸려온 전화를 큰 소리로 받는 윤정



"죄송해요. 먼저 일어날 게요."

강 회장도 같이 일어서며 한 마디 합니다.

"제 얘기 듣고 가세요!"

"아니오, 지금 저한테 중요한 사람은 이준우 씨예요. 회장님 때문에 그 사람한테 미안해지기 싫어요!."

                                     결혼식 때 사용할 케이크 앞에 앉은 이준우와 윤정

                               윤정의 집을 방문해 결혼청첩장을 전달하는 이준우

 

내 이야기를 듣고 가라고 말했지만 결혼 상대자인 이준우만 생각하는 윤정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보내주고 맙니다. 그러고 보면 이번에는 강 회장은 윤정을 만나자고 먼저 제의해 놓고 15년 만에 손 한번 잡아본 것 이외에는 아무 일도 한 것이 없습니다. 그냥 윤정의 말만 들었을 뿐입니다. 윤정이 문을 열고 나설 때 "여보!"라고만 불렀어도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을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시청자는 또 다시 작가에게 조롱당했습니다. 항상 무슨 중요한 말을 하려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다음 사람이 끼어 들어 방해하는 것은 이제는 너무나도 식상합니다. 물론 당사자인 강 회장 입장에서는 만감이 교차하겠지만 그러려면 차라리 홀로 출장을 가지 왜 바쁜 윤정을 불러내었는지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보다 중립적인 위치에 있어야 할 오동자 마저 이번에 또 아들인 한진우에게 "너한테 아직 뭐라고 얘기할 수는 없는데 이 결혼 그만두자!"라고 말하여 나윤과 결혼하려는 진우의 마음을 뒤집어 놓습니다. 왜 떳떳하게 왜 말을 못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진우에게 나윤과의 결혼을 단념하라고 말하는 동자 

 

115회 말미에 강 회장은 형수인 오동자로부터 만나자는 전화를 받고는 약속장소로 가면서 끝났습니다. 이제 기억을 되찾은 신욱과 신욱이 서방님이라는 것을 아는 동자가 다시 만납니다. 이 두 사람이 만나 "형수님" "서방님"하며 서로의 핏줄을 확인했으면 좋겠습니다. 신욱이 윤정을 만났을 때처럼 우유부단하거나, 동자도 진우와 나윤의 결혼을 생각해서 미지근하게 대한다면 고무줄 늘리기라는 오명을 확인하게 될 뿐입니다. 

                                    오동자의 전화를 받는 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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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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