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도심의 한 병원에서 친구의 부친상 문상을 마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낚지 집으로 갔습니다.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바지 호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습니다. 문상을 하며 진동모드로 바꿔 놓고는 이를 해제하지 않은 탓입니다.
문자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아내가 보낸 것입니다.
"영감, 나 지금 아파트에 있는 노래방에 있소잉.
스트레스 풀고 올거요. 대영프라자 지하요."
이 메시지를 보고는 웃음이 났습니다. 문상을 마치고 바로 남편이 귀가했을 때 아내가 집에 없어 찾을 것을 우려한 배려입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자주 들리는 옷 가게의 동네친구 네 명이 함께 갔다고 하더군요.
사실 아내는 노래를 매우 좋아합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장르가 글쓴이와는 사뭇 다릅니다. 나는 소위 흘러간 옛노래와 뽕짝을 좋아하는데 비해 아내는 클래식과 명곡을 선호하며, 보통사람들이 부르기 어려워하는 곡을 잘 소화합니다. 정태춘의의 "시인의 마을" "북한강에서"도 잘 부르거든요. 상당히 소프라노인 아내는 모처럼 부부동반 모임에서 마이크를 잡으면 동반자들의 앵콜에 고무되어 마이크를 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내와 함께 노래방 간지 2년도 더 지난 것 같습니다. 평소 집안 일만 하면서 아내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봅니다. 이를 몰라준 내가 반성해야겠어요.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 갈수록 노래방에 가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으니 탈입니다. 무엇보다도 블로깅에 빠진 것도 그 이유일 것입니다. 앞으로는 아내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기 위한 아이디어를 많이 짜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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