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국민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던 KBS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30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불륜, 패륜, 남아선호, 살인미수 등 온갖 추악한 일들이 벌어져 막장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팔봉제과점과 팔봉선생이 등장한 이후로 정이 많은 훈훈한 인간애를 그렸고, 특히 주인공 김탁구의 긍정적인 사고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마지막 회는 49.3%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시청자들은 끊임없이 탁구와 그 어머니 김미순을 괴롭히는 서인숙과 한승재의 악행에 치를 떨었고, 구마준과 엮이게 된 착한 아이 신유경이 자신을 괴롭힌 서인숙과 한승재에게 복수하기 위해 구마준과 손잡고 복수의 화신으로 변하는 안타까움도 지켜보았습니다. 또한 구마준이 계속하여 탁구를 무시하면서 팔봉선생을 배신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비행에 치를 떨기도 했습니다.


김탁구는 구마준에게 첫사랑 신유경을 빼앗기고도 오로지 어머니를 찾으려는 일념으로 빵을 만들며 살아갑니다. 그에게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는 꿋꿋함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청산공장을 살린 대가로 거성식품의 대표이사로 추대되지만 끝내 거성가의 장녀인 구자경에게 이 자리를 물려주고는 팔봉제과점으로 복귀하여 어머니를 모시고 귀여운 옥돌매(옥상에서 떨어진 메주) 양미순을 아내로 삼아 알콩달콩 살아갑니다.

지금까지 이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가장 감동적인 때는 지난 24회 팔봉선생의 장례식에 전국에서 모여든 선생의 제자들이 스승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리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팔봉선생의 죽음은 두 가지가 그 원인일 것입니다. 하나는 선생의 친구인 춘배(이일화 분)가 등장하여 봉빵 소송을 제기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자인 구마준이 제빵실에 불을 지르고 발효일지를 훔쳐 달아난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김탁구의 분전으로 결국 제빵협회의 봉빵대결에서 이겨 선생의 명예는 회복했지만, 한승재의 농간으로 팔봉제과점은 영업정지처분을 받았지요. 이 와중에 팔봉선생은 숨을 거두었습니다.


상가는 구일중이 와서 지켰지만 문상객도 없이 매우 썰렁했습니다. 뒤늦게 반성한 구마준이 찾아와 선생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외부인사의 조문은 없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선생의 딸인 오영자가 아무리 영업정지처분을 당했지만 세상인심이 이럴 수는 없다고 분개했겠어요. 

그런데 발인하는 날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팔봉제과점 앞에서 선생의 관을 운구하는 데 흰색 상의에 높은 모자를 쓴 수 십 명의 조문객들이 나타나 선생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한 것이지요. 이들은 전국에서 모여든 팔봉선생의 제자들과 그를 존경하는 빵쟁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선생의 부음을 뒤늦게 전해듣고 황망하게 달려왔다고 했습니다. 이 장면에서 선생은 결코 외로운 삶을 살지 않았음을 실감했습니다. 엇나가는 제자를 언제나 보듬으며 여러 차례 기회를 주는 그의 인간성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탓이지요. 팔봉선생 역을 맡은 배우 장항선의 중후하고 차분한 연기도 일품이었습니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