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회는 장무열이 무리수를 쓰다가 스스로 자멸한 한 회였습니다. 숙종이 요양을 핑계로 온양행궁으로 떠나 궐이 빈 때 의금부수장으로부터 궐내의 모든 군사권을 위임받아 금부도사 차천수가 가지고 있는 금군의 지휘권까지 빼앗을 때 동이진영은 위기감에 휩싸였습니다. 장무열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리 저리 군사들을 배치하여 공포분위기를 조성합니다. 곧 동이(숙빈)와 연잉군을 잡아들일 듯 했기 때문입니다.
장무열은 중전(인원왕후)을 찾아가서 지금 동이파 중에서도 차천수가 동궁전의 세자를 노리고 있으니 세자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숙빈을 빨리 출궁시켜야 한다고 건의합니다. 긴가민가하면서 이런 증험을 요구하던 중전도 결국은 오늘 출궁을 명하게 되고 이 소식을 들은 동이지지세력은 더욱 놀랍니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연잉군은 왜 임금인 아바마마가 어미를 이처럼 빨리 궐 밖으로 내보내는지 모르겠다면서 처음으로 숙종이 밉다고 합니다. 세자도 중전에게 숙빈의 출궁을 취소하라고 하지만 듣지 않습니다.
▲ 함정에 빠져 체포된 차천수
차천수는 그를 따르는 의금부와 내금위 군사를 전부 모아도 채 20여 명이 되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군사들이 내금위장 서용기를 따라 행궁으로 나갔기 때문입니다. 감갈부 나인들을 총동원하여 보경당을 지키지만 이는 임시방편도 되지 못합니다. 심운택은 노론 중신들의 가병을 동원하는 한편, 행궁으로 파발을 보내어 병력지원을 요청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숙종은 분노로 치를 떱니다.
장무열은 고비마다 우상대감에게 진행과정을 보고하면서 곧 동이와 연잉군은 제거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합니다. 우상은 어떻게 직접 이 둘을 제거할 것이냐고 물으니 자기 손으로는 이런 위험한 일을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나중에 숙종이 직접 연잉군과 동이를 내칠 것이라고 합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곧 장무열이 함정을 판 것임이 밝혀집니다.
동이는 세자를 만나러 갔지만 세자는 이미 궐에 없습니다. 세자는 연화방에서 열리는 기로연에 임금 대신 참석하러 갔다는 것입니다. 연화방이라면 동이가 출궁하여 머물 이현궁이 있는 지역입니다. 동이는 왜 장무열이 무리수를 두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드디어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장무열은 출궁을 당한 동이가 사가인 궁으로 나가며 한적한 산길을 지날 때 동이를 구하려고 사병을 동원한 차천수가 공격할 것을 예상한 것입니다. 동이에게 빨리 출궁하라고 했는데 가마꾼이 탈이 났다고 출궁을 지연시킨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드디어 동이는 알았습니다. 동이 대신 세자가 지나갈 때 이게 세자인줄 모르고 동이인줄 아는 차천수가 가마를 공격하면 결국 동이지지세력이 세자를 시해하려 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장무열의 함정임을 간파한 동이는 급히 사람을 보내 차천수에게 가마를 공격하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차천수가 지나가는 가마의 행렬을 보니 아무래도 동이 같지가 않습니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 가마의 주인을 확인하려는데 갑자기 화약이 타오르며 가마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숨어 있던 사병들은 호위하는 군사들이 동이를 공격하는 것으로 오해하고는 현장으로 뛰어 나와 싸움을 벌리지만 많은 병사들을 당해 낼 수 없습니다. 뒤늦게 이게 함정임을 간파한 차천수가 사병들에게 싸우지 말라고 소리치지만 이미 때는 늦어 모두 체포되고 맙니다.
▲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재 반전
일이 이렇게 되자 장무열은 차천수를 비롯한 동이 일파가 세자를 시해하려 했음을 이유로 중전에게 내지표신(긴급사태 시 왕이나 세자를 대신하여 중전이 내리는 교지)을 발동하여 동이와 연잉군 및 그 측근들을 모두 체포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앞뒤가 맞는 말에 망설이던 중전도 어쩌지 못하고 이번 세자시해음모사건에 관련된 모든 자들을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병사들이 연잉군 처소와 보경당을 에워싸자 동이가 담담하게 나타납니다. 이 때 장무열은 동이에게 왜 자기를 버렸느냐고 비꼬면서 군사들에게 동이를 체포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전혀 예측하지 못한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바로 군사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장무열이 당황해하자 동이가 말합니다. 동이는 군사들에게 세자를 시해하려 한 죄인 장무열과 그 수하를 체포하라고 지시합니다. 장무열은 중전이 내지표신을 발동하여 동이와 연잉군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는데 무슨 말이냐고 반문하자 동이는 내지(內旨)를 꺼내 보이며, 중전의 명에 따라 그리한다고 대답합니다. 결국 장무열과 그 수하는 거꾸로 세자를 공격한 죄로 자신이 동원한 군사들에게 체포되어 그의 무모한 반란은 하루만에 끝나고 맙니다.
▲ 중전의 중립적인 판단이 막은 파국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마지막에 이런 반전이 일어났는지 정말 궁금하지요? 사실 중전은 장무열의 건의에 따라 지금까지 꼭두각시처럼 움직였지만 몇 가지 풀리지 않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동이가 진정으로 현재의 세자(윤)를 폐하고 연잉군을 세자로 책봉하려 했다면 여론을 의식해 왕기가 흐르는 왕자빈의 집에서 살도록 하면 되는 데 이를 마다한 점도 이상합니다. 아니면 동이는 연잉군을 명문가와 혼인시켜도 될 일입니다. 또 궐내에 연잉군이 세자를 몰아내려 한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가장 손쉬운 방법은 동이가 중전의 자리에 오르면 되는 것인데 왜 그런 천재일우의 좋은 기회를 스스로 마다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도대체 동이는 어떤 인물이기에 세자의 마음까지 얻었는지도 불가사의합니다. 이 모든 행위에 대해 동이는 "세자와 연잉군을 잃고 싶지 않는 욕심"이었다고 대답했거든요.
특히 현재 숙종도 칭병을 이유로 행궁에 나가 있는데 행여나 나중에 일이 잘못되면 모든 불똥이 자신에게 튈지도 모를 일입니다. 따라서 중전은 도승지에게 내지표신을 내릴 때 동이와 연잉군을 체포하라는 지시 대신 세자를 공격한 자들을 체포하라고 했을 것입니다. 동이의 성품을 잘 아는 도승지도 이런 점을 감안하여 중전의 명령을 그대로 이행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중전도 동이의 진심을 어느 정도 알았을 테니까요.
앞으로 2회가 남은 드라마는 환궁한 숙종은 이번 세자시해음모에 가담된 자들을 엄중 문책하고 자신의 선위계획과 연잉군의 세제책봉계획을 밝히며 서서히 마무리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진행되는 스토리는 역사적인 사실과의 부합여부를 떠나 참으로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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