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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무열 역의 최종환


<동이> 제56회에서는 오랜만에 동이(숙빈)가 명탐정으로서의 역할을 다한 회였습니다. 숙종에게 스스로 궐 귀신이 다 되었다며 한번 물면 절대로 놓아주지 않는 풍산개로서 이번 연잉군의 가례사태를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 안심시킨 후 정말 이외의 방법으로 연잉군의 출궁을 막은 것입니다. 지난 회 새로운 중전인 인원왕후(오연수 분)가 등장하자마자 동이에게 까칠한 행동을 하며 연잉군의 혼례를 치르자고 주장하여 정말 이외라고 생각했는데, 이는 결국 중전의 아비인 부원군을 잘 아는 병조참판 장무열(최종환 분)이 서인들과 합세하여 조종한 것임이 드러났습니다.


여기서 잠깐 장무열이라는 인물에 대하여 살펴보렵니다. 그는 출연자와 폭력시비로 물의를 빗고 중도 하차한 최철호의 대타로 들어와 바로 장희빈의 수족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우상인 오태석 대감이 장희빈을 돕고 있었으므로 장무열은 자연히 오태석과 한패가 되었는데, 오태석은 장무열의 부친인 장익헌을 죽인 원수입니다. 원수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서는 "나중에 개처럼 부려먹겠다"는 말로 주의를 섬뜩하게 하더니 결국 재건된 검계조직의 수장인 게둬라가 출연하여 세상이 뒤숭숭할 당시 오태석을 죽인 후 검계가 죽였다고 위장했습니다.

그러다가 희빈의 소생인 세자(윤찬 분)가 위질(후사를 보지 못하는 병)이라는 중병에 걸리고 동이와 연잉군이 숙종의 총애를 받게되자 장무열은 남 의관을 돕는 내의녀를 동이 편에 넘겨 장희빈을 배신합니다. 장희빈이 사약을 받을 때 가슴을 쓸어 내린 장무열은 동이에게 중전에 오르라고 건의하다가 묵살 당하자 이번에는 다시 중전인 인원왕후와 서인의 편에 붙어 연잉군의 출궁에 앞장서고 있는 지조 없는 자입니다.   




▲ 세자를 살리고, 연잉군을 죽이는 길

소론들로서는 자신들이 믿었던 장희빈 일파가 몰락한 후 그래도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희빈의 소생인 세자를 다음 보위에 올리는 일입니다. 그래야 자신들도 살고 천인의 피가 흐르는 임금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비극(?)을 예방할 수도 있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세자의 자리를 위협하는 눈엣가시인 연잉군을 없애야 하는데, 가장 합법적으로 떳떳하게 연잉군을 출궁시키는 방법이 바로 가례를 올리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숙종도 중전으로부터 연잉군의 가례이야기를 듣고는 깜짝 놀랐지만 예로부터 왕자의 가례는 국모인 중전의 주관하에 진행했기에 임금도 이를 만류할 수 없습니다. 비록 임금이지만 자신의 아들에 대한 혼사문제에도 관여하지 못하는 왕실의 법도라는 게 정말 웃깁니다.

동이는 중전에게 궐에서 떠도는 이야기의 진위를 잘 새겨들어야 한다고 따끔한 충고를 하였지만 속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중전을 만나고 나오는 동이에게 장무열은 이제는 후회가 되느냐고 묻습니다. 자기의 건의를 받아들여 중전에 오르지 않은 일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동이는 그에게 뿌리가 약한 나무는 송두리째 뽑히기 쉬우니 앞으로 조심하라고 경고합니다. 동이는 결국 탐정동이로 되돌아갑니다. 감찰부 서고에서 의궤(왕실의 주요 행사에 관한 절차를 적은 책)를 찾아 왕자의 비 간택은 후궁이 직접 한 선례가 있음을 확인하고는 중전에게 건의하여 이를 성사시킵니다. 중전으로서도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봉상궁을 비롯한 동이파 나인들도 새로운 중전의 처사가 정말 못 마땅합니다. 여기서 봉상궁의 독백을 한번 들어볼까요? "취선당(장희빈 처소)을 치워 한 시름 놓았는가 했는데, 어디서 눈이 쫙 찢어진 중전이 들어와 가지고…"


  


▲ 동이가 선택한 깜짝 반전카드 

동이는 대신들이 추천해주는 모든 사람들의 처녀단자(왕실의 배우자감인 처녀를 둔 가문이 올리는 보고)를 검토한 후 가문이 마음에 차지 않는다면서 마다하고는 박동주 전 대제학 대감 댁으로 갑니다. 이 소식을 접한 숙종도 또 서인의 수장인 우상대감도 크게 놀랍니다. 소론 측으로서는 박동주 대감은 유림에서도 평판이 높은 명문대가이기에 이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한번 볼까요?

숙빈을 맞은 박동주는 여식이 변변치 않아 처녀단자를 넣지 못했는데 이렇게 찾아주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겸손해 했지만 동이는 대제학이 아니라 바로 이 집 아이의 훈육을 담당하는 서종제를 만나러 왔다고 합니다. 서종제는 힘없고 미천한 가문이라고 사양했지만 동이는 "군림하고 빼앗는 힘이 아니라 나누는 힘, 부끄러움과 염치를 아는 힘, 자기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아니란 것을 아는 힘"이 필요하다고 설득합니다.


서종제는 사마시에 합격한 일개 진사(進士)의 신분입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노론중신들은 기절초풍한 반면, 소론 중신들은 천비출신 후궁에게 딱 어울리는 혼처라며 안도의 숨을 쉽니다. 괜히 박동주 대제학과 사돈관계를 맺는 줄 알고 긴장했던 그들이 오히려 머쓱해합니다.

동이의 처사를 못마땅하게 생각한 박동주는 우상 대감을 찾아가서 서종제가 살고 있는 집의 터에는 왕기(王氣)가 흐르는 곳이라고 일러줍니다. 소위 왕이 될 기운이 흐르는 집터랍니다. 성종과 선조도 이곳에서 수학하다 왕이 되었는데, 두 분은 원래 임금이 될 수 없었던 왕자에서 왕이 되었답니다. 250년 된 나무는 대군이 직접 심었다고요. 그러니 우상대감으로서는 자신들은 숙빈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고 자탄할 만 하지요.


소론중신들의 대책회의에서 장무열은 그런 미신에 왜 흔들리느냐고 큰소리치지만 우상은 민심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이미 저자거리의 일반백성들까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앞으로 연잉군도 군왕이 되어 환궁할 것이라고 믿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연잉궁이 결혼한 후 출궁을 시키기가 어렵겠지요. 이게 바로 동이가 택한 두 번째 반전입니다.   



▲ 장무열의 약점을 잡은 동이의 수호천사 차천수
 
장무열은 그 나무는 베어버리면 그만이라고 결의를 다지며 집을 나서는 데, 자객이 나타나 호위무사와 측근을 단숨에 처리합니다. 바로 차천수입니다. 그는 품속에서 서책 하나를 꺼냅니다. 그곳에는 장무열이 강직한 청백리라는 소문과 달리 경상(한강 이남의 상인) 및 송상(개성상인)들과 결탁해 교묘하게 부정을 저지른 증거가 들어 있습니다. 차천수는 장무열에게 앞으로 자신의 경고를 듣지 않으면 그의 비리를 까발리고 목숨을 거두겠다고 다시 한번 엄중 경고합니다.

이제 중신들이 대전에 모여 영잉군의 출합(왕자가 자란 뒤에 궐 밖에서 따로 사는 일)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동이지지세력을 제외한 모든 중신들이 가례를 올린 연잉군의 출합을 주장하였지만, 놀랍게도 장무열이 나서 중종대왕의 차자인 복성군 마마도 가례를 치른 후 2년 후에 출합을 한 선례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법도에 어긋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중신들이 깜짝 놀라는 가운데 장무열은 말을 계속합니다. "전하, 사가는 아무래도 군 마마에게 위험할 듯 싶습니다. 하니 군 마마의 안위를 위해서도 궐에 머무시게 하는 것이 옳다고 사료되옵니다." 이에 우상대감도 동조합니다. 


이제 모든 일은 동이의 의도대로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동이도 장무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장무열과 차천수는 서로 지나치며 뼈 있는 말을 주고받습니다. 차천수가 장무열에게 "역시 목숨과 명예만큼 소중한 것은 없나 보다"고 비꼬자, 장무열은 차천수에게 "나도 꽤 솜씨가 좋으므로 나를 치려면 빨리 처라"고 맞받습니다. 지금까지 임금의 총애를 받은 장무열도 결국 탐관오리였다니 이는 정말 충격입니다. 오늘날 현실정치를 봐도 현재 매일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큰소리 뻥뻥치는 사람들 가운데 인사청문회를 하게 되면 몰락할 인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숙종과 동이의 의기투합-연잉군을 세제로!

연잉군의 출합문제가 이렇게 마무리되자 이 소식을 들은 연잉군도, 세자도 기쁜 표정입니다. 동이를 맞은 숙종은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연인군의 혼례를 성대하게 치르고 난 다음 숙종과 동이는 의기투합하여 연잉군을 보위에 올리기로 화답합니다. 이번 일은 잘 무마가 되었지만 앞으로도 소론 중신들은 연잉군을 가만두려 하지 않을 테니까요. 소론은 세자를, 노론은 연잉군을 지지하니 이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랍니다. 이게 궐에서 연잉군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 4회가 남은 <동이>에서는 연잉군을 세자의 세제(世第)로 책봉하는 문제가 다루어 질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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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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