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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순 역의 윤유선


일부에서는 드라마 <짝패>에서는 현재 악인이 없다고 합니다. 드라마 초기에 온갖 악행을 저질렀던 고을현감(이명수 분)이 몰락하여 이제는 투전판을 기웃거리는 거지꼴로 변한 이후 뚜렷한 악인이 나타나지 않은 것을 그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김 진사(최종환 분)도 가렴주구의 앞잡이였으나 그 후 현실과 타협하면서 백성들의 과도한 원성을 듣는 일을 자제하는 편이라 지금은 오히려 현자에 가까울 정도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순진하고 불쌍한 도망노비에서 이제는 드라마의 악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막순(윤유선 분)입니다. 막순은 만석꾼인 이 참봉 댁 노비였으나 주인의 총애(?)를 받은 후 쇠돌(정인기 분)과 함께 도망쳐 나온 여자입니다. 그런데 이 막순이 점점 악녀로 변해 가는데 그 죄를 살펴보렵니다.



▲ 천둥와 귀동을 바꿔치기하여 천륜을 저버린 죄

이 드라마는 당초부터 양반집 김 진사의 아들인 귀동과 천한 아이인 천둥의 뒤바뀐 운명을 전제로 구성되었으므로 이를 실행에 옮긴 막순에게 악녀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다소 억울할 수도 있겠지요. 사실상 그 당시 막순으로서는 자기가 낳은 아들은 젖을 못 먹어 굶어죽을 판인데 남의 자식은 자기의 젖을 먹고 잘 살아가니 어미로서 친자식을 살리고 싶은 모성애가 작용한 것은 인정합니다. 그녀는 쇠돌과 의기투합하여 결국 두 아이를 바꾸고 말았지요.

이렇게 했으면 막순은 당연히 천둥(천정명 분)을 자기의 아들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녀는 이를 부인하여 천둥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쇠돌은 운명이 뒤바뀐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죄책감에 몸부림쳤지만, 막순은 전혀 반성의 기색도 없이 오로지 친자인 귀동(이상윤 분)을 감싸는 데만 혈안이 되었습니다.





▲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진 쇠돌을 배신한 죄

흔히 천사는 여성에 비유됩니다. 그런데 남자인 쇠돌은 정말 날개가 없는 천사입니다. 쇠돌은 막순과 같은 도망노비로서 막순을 도와 귀동과 천둥을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후 보니 술에 찌든 막순은 쇠돌의 은혜를 저버리고 조 선달과 바람이 나서 쇠돌은 찬밥신세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쇠돌은 큰년이(서이숙 분)의 유혹도 뿌리치고 일편단심 막순이 마음을 돌리기를 기다리네요.

어느 날 쇠돌은 주막 앞에서 조 선달을 만나자 주먹으로 때려눕힙니다. 순진한 사람이 화가 나니 무섭군요. 선달은 기겁을 하고는 36계 줄 행랑을 놓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막순은 쇠돌에게 어찌 사람을 그리 때리느냐며, 조 선달이 없으니 허전해서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합니다. 보통 사내 같으면 이 장면에서 막순을 와락 끌어안거나 아니면 한 대 때리기라도 해야 정상이지요. 그런데 이 착한 사내는 오히려 선달을 수소문해 막순에게 가라고 합니다. 자기가 연모하는 여인이 다른 사내를 기리며 가슴아파하는 모습을 보기가 딱했던 것이지요. 세상에 쇠돌 같은 사내는 없을 것입니다. 오죽했으면 황 노인(임현식 분)이 쇠돌을 머저리 같은 놈이라고 혼냈을까요.


 


▲ 한 밑천 잡기 위해 천둥의 어미를 자처한 죄

어느 날 이참봉 댁의 하인 춘보가 막순 앞에 나타나 놀라운 사실을 알려줍니다. 막순을 죽이려고 했던 마님이 3년 전 숨지고, 이 참봉도 병석이 누워 생명이 경각에 달렸답니다. 그리고 후사가 없어 막순과 아들을 찾는답니다. 들어가기만 하면 그 재산을 고스란히 물려 받을 수 있다고 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지요. 쇠돌도 천둥에 대한 빚을 갚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막순을 설득합니다.

춘보와 함께 이 참봉을 찾아간 막순은 보고 싶었지만 마님 때문에 오지 못했다고 둘러댑니다. 쇠돌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천둥은 망연자실합니다. 달이도 천둥에게 이는 하늘이 내린 복이라며, "네 부모를 찾지 말고, 네 몫을 찾으라"고 충고합니다. 결국 천둥은 막순을 찾아가 큰절을 올린 후 어머니라고 부르며 "왜 소자를 버리곤 모른 척 했느냐"고 눈물짓습니다. 막순으로서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네요. 천둥으로서는 정말 기가 막힌 노릇입니다. 그토록 어미를 그리워 할 때는 냉정하게 뿌리치다가 이제 와서 미안하다니 믿을 수가 없는 일이지요. 막순으로서도 아들을 데리고 가야 유산을 물려받은 수 있기에 천둥을 아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입니다. 이토록 냉정한 막순은 진정 이 드라마의 악녀 종결자로군요. 

업득으로부터 천둥의 아버지가 나타났다는 말을 들은 귀동은 천둥을 보자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합니다. "내가 유모의 사랑을 빼앗아 자네가 고생했어. 유모를 용서해주게. 그동안 유모가 자네에게 몹쓸 짓을 했지? 자네가 먹어야 할 어머니 젖을 내가 빨아먹었으니 말일세!" 둘은 짝패임을 다시금 확인하고는 우정을 돈독히 합니다. 이번 일로 귀동은 자기의 목덜미에 반점이 없어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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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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