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민재에게 알려주지 않는 백인기의 정체
대서양그룹 김태진(이순재 분) 명예회장으로부터 내쳐진 셋째 며느리 윤나영(신은경 분)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일까요? 당장 호적상 아들인 김민재(유승호 분)와 친딸 백인기(서우 분)의 결혼을 막는 일입니다. 그런데 백인기가 윤나영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지만 하나 같이 입이 무거워(?) 이를 김민재에게 알려주지 않습니다. 윤나영은 말 할 것도 없고 남편 김영민(조민기 분)도, 시아버지 김태진도, 친딸 백인기도, 시동생 김영식(김승현 분)도 변죽만 울리고는 진실을 말해주지 않습니다. 주변에서 결혼할 수 없는 사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민재는 인기와 의붓 남매라는 사실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채 오로지 백인기가 고아출신으로서 정숙하지 못한 여자이기 때문에 재벌 며느리로 자격이 없어 반대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으니까요.
윤나영은 인기와 민재를 함께 불러 두 아이를 설득했지만 인기는 민재와 헤어지지 못 한다며 염장을 지르고, 민재는 미국 가기 전에 결혼하기로 약속했다며 부모님이 참석하지 않아도 꼭 식을 올리겠다고 고집합니다. 이들과 헤어진 후 나영은 인기를 별도로 만나 설득하지만 마음의 상처만 깊어질 뿐입니다. 인기는 낳아준 엄마한테 사랑 받고 싶다고 말했다가 옛날 한번 나를 죽였는데 두 번은 용서할 수 없다고 횡설수설했기 때문입니다.
인기는 민재와 결혼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기에 민재에게 미안하다고 합니다. 한편, 윤나영은 인기의 생부인 박덕성(이세창 분)에게 인기를 달래보라고 요청합니다. 박덕성은 인기를 만나 어렵게 말을 꺼내지만 들려온 대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금 아버지 행세를 하려고 그래요? 윤나영 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으니 제발 내 인생에 끼어 들지 마세요!" 겸연쩍어하는 박덕성의 표정연기가 일품이네요.
어머니를 설득할 수 없는 민재는 아버지 김영민에게 인기와의 결혼을 수락해 달라고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싸늘합니다. "백인기를 다시는 만나지 마! 결혼하고 싶으면 아버지와 인연을 끊은 다음에 해! 내 앞에서 인기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 김영민으로서는 아내가 결혼 전 낳은 아이에 대해 기분이 좋을 수가 없지요.
시아버지 김태진이 대서양그룹 총수로 복귀한 날 축하파티에서 당초 민재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로 했는데, 민재는 다른 약속으로 나가야 한답니다. 나영은 민재의 방으로 가서 아들을 설득하지만 그는 바이올린을 방바닥에 내동댕이치며 불같이 화를 냅니다. 나영은 무릎을 꿇고 애원하지만 민재는 "다시는 날 보지 못할 테니 기억 속에서 나를 지워 버려라"고 내뱉고는 사라집니다. 이 정도의 사태가 발생했으면 나영은 인기가 딸이라고 말해야 하는데도 또 타이밍을 놓치고 맙니다. 물론 이번에는 김태진이 나영의 집을 찾아와 "백인기가 네 딸임을 영원히 비밀로 해주면 너를 용서할 수 있다"고 한 이후라서 그랬겠지요.
나영은 백인기의 집으로 달려갑니다. 인기는 거실에 촛불을 켜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놓았습니다. 나영은 인기에게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주겠다며 말하라고 하자 인기는 당돌하게도 "난 아줌마가 죽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대꾸합니다. 한동안 입씨름이 계속되다가 인기가 축 늘어집니다. 그녀는 음독자살을 기도한 것입니다. 이게 바로 제1회에서 선보인 장면이군요. 소스라치게 놀란 나영이 인기를 토하게 하고 안전한 곳으로 옮겨 윤박사의 진료를 받게 해 생명은 구합니다.
인기가 자랐던 고아원에서 결혼식을 하기로 했던 민재는 인기가 나타나지 않자 전화를 계속했습니다. 자살소동을 일으킨 인기가 전화를 받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응급처지를 받은 인기 옆에서 나영이 한숨을 돌리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 옵니다. 나영이 인기의 전화기를 집어들자 민재는 인기를 바꾸라고 악을 씁니다. 나영은 앞으로 백인기는 너를 더 이상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습니다. 민재가 다시 인기와 나영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자 차례로 전화기 바테리를 분리시켜 버립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건만 윤나영도 분명 제정신이 아닌 듯 합니다.
▲ 김영식, 드디어 판도라 상자의 뚜껑을 열다
민재가 급히 나영을 찾아가려는데 주차장에 삼촌 김영식이 나타납니다. 싸늘한 눈빛을 보내는 민재에게 영식은 비웃는 듯한 얼굴로 말합니다. "넌 백인기과 결혼 못해! 백인기는 윤나영 씨 딸이야!" 자, 드디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습니다. 판도라의 상자(Pandora's box)는 판도라가 열지 말라는 뚜껑을 열었더니 그 속에서 온갖 재앙과 재악이 뛰쳐나와 세상에 퍼지고, 상자 속에는 희망만이 남았다는 그리스 신화의 상자입니다. 후세 사람들은 이를 "뜻밖의 재앙의 근원"이라고 해석합니다.
사실 백인기가 윤나영의 딸이란 사실은 아킬레스의 건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글쓴이는 백인기와 김민재를 벼랑끝으로 내몰지 않도록 누군가 빨리 이 사실을 민재에게 알려주기를 바랐습니다. 윤나영은 자신이 코너에 몰리자 이를 시아버지 김태진과 남편 김영민에게 알렸습니다. 김태진으로서는 대서양 가의 세 째 며느리가 혼전에 낳은 딸이 있음이 밝혀지는 게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김태진은 윤나영에게 앞으로 민재에게 대서양그룹을 물려줄 계획이므로 이를 발설하지 말도록 입단속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김영식이 이 비밀을 민재에게 말해 버린 것입니다. 김영식이 또 변죽만 울리면 어쩌나 했는데 이를 알려 준 것은 참 잘한 일입니다.
이번에 김영식이 연 것이 정말 재앙을 불러오는 판도라의 상자인지 아니면 민재로 하여금 인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명약이었는지는 민재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히 민재는 윤나영에게 왜 진작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느냐고 악을 쓰겠지요. 인기의 표현을 빌리면 천사처럼 고운 마음을 가진 민재가 충격을 받아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죽음을 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김태진의 회장복귀와 김영대의 난동
한편 대서양그룹의 정기주주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김태진이 그룹총수로 복귀합니다. 이는 남애리(성현아 분)가 주식지분에 대한 주주권행사를 홍 변호사에게 위임한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자 회장에 정식으로 추대될 것으로 믿고 취임사까지 준비했던 장남 김영대(김병기 분)는 낙동강 오리알신세가 되었습니다. 김영대는 아버지 김 회장을 감옥에 보내려는 나쁜 아들이기에 그의 낙마는 사필귀정입니다. 그는 김 회장 취임축하연에 만취상태로 나타나 난동을 부립니다. 이제 김영대는 완전히 끝장났습니다. 지난 1년 간 막장 소릴 들으면서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욕망의 불꽃>도 앞으로 단 3회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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