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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길(이화 역)                박유천(송유현 역)          이다해(장미리 역)                 김승우(장명훈 역)


▲ 미스 리플리 결말, 각자의 행복을 찾아 

MBC 월화드라마 <미스리플리>가 16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주인공들은 각자 자신의 행복을 찾는 것으로 그려졌습니다. 물에 빠진 장미리((이다해 분)가 의식불명이 되어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송유현(박유천 분)은 "왜 날 속였고, 왜 하필 이화(최명길 분)의 딸이며, 팝콘을 먹으며 영화도보고 싶고, 길을 걸으며 다른 남자를 쳐다보면 화도 나야 한다"며 애틋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히라야마(김정태 분)는 병상을 찾아와 "넌 내게 담배를 팔러 오지 말았어야 했다"며 미리가 불던 호른을 분 다음 "이제 놓아줄 테니 그만 일어나라"는 말을 남기고는 병실을 나갑니다. 장미리를 지겹게도 고통스럽게 했던 사내가 마음을 내려놓은 것입니다. 현관까지 달려간 송유현에게 히라야미는 "당신이 부럽다"며 호른을 건네주고는 사라집니다.

퇴원한 이화가 장미리의 병실을 찾았을 때 미리는 의식을 회복합니다. 이화는 딸 앞에 무릎을 꿇고 지난날의 과로를 눈물로 사죄하지만 미리는 지난 세월을 되새기며 용서할 수 없다고 몸부림칩니다. 검찰에 소환된 장미리는 자신이 저지른 모든 죄를 그대로 자백하였고, 구치소로 수감됩니다.

어느새 1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장미리의 죄를 자처했던 장명훈(김승우 분)은 미리가 자백하는 바람에 풀려나 낙향하여 노인을 돌보는 의사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송유현의 부친 송인수 회장(장용 분)은 부인인 이화에게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장미리를 데리고 미국에서 함께 살기를 권했고, 이화는 공항에서 미리를 기다렸지만 미리는 어머니에게 편지 한 통을 남기고는 수녀원으로 갑니다. 어머니가 아니라고 펄펄 뛰던 장미리는 편지에서 "엄마라고 부르는데 20년이 걸렸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이렇게 엄마를 아무 때든 부를 수 있다는 게. 그리고 부르면 엄마가 금방이라도 와 준다는 게"라며 화해하고 모녀관계를 회복합니다.

송유현은 일에 충실하면서 아동복지센터를 세워 부를 사회에 환원하려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이화도 귀국하여 송 회장과 함께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살아갑니다. 최대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문희주(강혜정 분)도 건축가로서 새 출발을 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길을 가던 송유현과 장미리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위대한 사랑"이라는 전광판의 글씨에 발걸음을 멈춥니다. 둘은 가로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알아보지 못한 채 제 갈 길을 갑니다. 송유현으로서는 계모의 딸인 장미리와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알았기에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 장미리가 우리 사회에 던진 중요한 화두
 
<미스 리프리>는 경쟁작인 <동안미녀>에 살짝 밀리기는 하였지만 신작인 SBS의 <무사 백동수>와 KBS의 <스파이 명월>이 초반 지지부진한 출발을 보이는 사이에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출연진도 매우 화려했습니다. 김승우, 최명길, 장용, 강혜정 등은 이미 검정된 배우이고, 박유천은 <성균관스캔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습니다. 문제는 이다해인데요. 그녀는 <추노>에서 발 연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미스 리플리>에서 보여준 그녀의 눈빛과 눈물연기는 그녀에 대한 비판론을 잠재운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바로 이다해의 포주였던 김정태입니다. 그는 순정 마초남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여주인공 장미리는 어렸을 때 고아로 입양되어 일본으로 갔다가 양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술집접대부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포주인 히라야마의 마수로부터 벗어나가 위해 술집에 불을 지르고 탈출하여 한국으로 입국하였습니다. 그녀는 며칠 내로 취업이 안되면 강제로 출국 당할 위기의 순간, 동경대 출신이라는 거짓말로 호텔A의 장명훈 본부장의 눈에 띠어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리게 되는데요. 장미리는 고아원동료였던 동경대출신의 친구 문희주의 졸업증명서를 입수하여 이를 위조합니다. 또 그녀는 문희주의 건축설계 포토폴리오를 복사하여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켜 한국대학에 제출해 강사 자리까지 얻습니다.

장미리의 배신으로 친구인 문희주는 경찰서 유치장신세까지 졌지만 미리는 전혀 미안해하는 기색이 아닙니다. 그녀는 과거 유치원시절 문희주가 갑자기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갇히는 바람에 자신이 대타로 일본으로 입양을 가게 되었고, 이로 인해 자기의 인생이 꼬였다는 것입니다. 결국 미리가 밑바닥 인생을 헤매게 된 것은 문희주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어찌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힌 자기합리화입니다. 문제는 장미리의 거짓말로 인해 그녀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큰 고통을 당한다는 데 있습니다. 문희주는 외국유학을 떠나려했고, 장명국은 검찰조사를 받으며 죄를 자청합니다. 언론은 몬도그룹의 후계자이며 본부장인 송유현(박유천 분)이 학력을 위조하고 과거 일본에서 접대부 출신인 장미리를 약혼녀로 삼았다는 사실을 대서특필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이 드라마의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준 인물은 바로 최대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송유현입니다. 그는 계모인 이화 부회장이 장미리를 몬도그룹 후계자 며느리가 되기에는 격이 맞지 않는다고 반대했습니다. 이에 대해 송유현은 어머니도 아버지와 결혼 전에는 비행기에서 무릎을 꿇고 서비스를 하던 사람이었다고 아픈 곳을 콕 찔렀습니다. 송유현은 사랑하는 장미리의 부모를 찾아보기로 마음먹고 추적한 결과 놀랍게도 장미리가 계모인 이화의 친딸임을 밝혀냈습니다.

송유현은 아버지와 노신사(이사)를 통해 자신들의 행복을 위하여 장미리를 버렸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송유현 자신 때문에 미리가 버림을 받았음을 알았습니다. 송인수 회장은 일본인 부인(유현의 생모)을 잃고 슬픔에 잠겨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승무원인 김정숙(이화의 본명)이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넨 게 인연의 시작이었답니다. 그렇지만 김정숙은 미리라는 딸이 있는 유부녀였습니다. 송 회장에게는 상처한 부인과의 사이에 아들 송유현을 두었습니다. 송 회장의 모친은 손자 유현의 장래를 위해 아들이 재혼하더라도 새 며느리가 아이를 낳아서는 안 된다고 고집했답니다. 따라서 김정숙은 딸과 헤어지는 조건으로 송 회장과 재혼한 것입니다. 결국 어른들이 자기네의 행복을 위해 장미리를 버렸고, 그 중심에는 송유현 자신이 있었음을 자각한 것입니다.

이 드라마는 어쩌면 어른들의 행복을 위해 아이들을 학대하고 버리는 현 세태를 장미리라는 고아출신을 통해 우리사회에 고발하고 있는 듯 합니다. 미혼모가 늘어나고 있는 오늘날 이 드라마는 책임감도 없으면서 한 때의 쾌락을 좇는 불나방 같은 젊은 세대에 대한 경종입니다. 또한 어른들이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자식을 함부로 버려서도 안되겠지만, 젊은 세대도 노인을 부담스러운 짐으로 생각하고 학대하는 사고방식도 조속히 불식시켜야 할 과제입니다.

한편으로는 거짓말이 통하는 우리 사회에 또 다른 경종을 울립니다. 장미리는 검사 앞에서 말했습니다. 거짓말을 하기 전에는 고아출신이라고 멸시를 받으며 살아왔으나, 거짓말을 한 후에는 고아출신이면서도 훌륭하다는 칭찬을 받았고, 사랑도 따라 왔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진실하게 사는 사람도 대접을 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글쓴이는 극의 초반 장미리가 친구인 문희주의 졸업증명서와 건축설계포트폴리오를 훔치고도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아니하였고, 자신의 은인인 장명훈을 버리고 더 굵은 동아줄인 송유현에게 꼬리를 쳐 꽃뱀 같은 행보를 보여주었기에 그녀가 하루 빨리 파멸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극의 종반으로 갈수록 결국 그녀도 어른들의 행복을 위한 희생자였음이 드러나 장미리를 동정하게 된 것입니다. 수고한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다음 메인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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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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