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혁 역의 이필모
<빛과 그림자>에는 나쁜 남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나쁜 남자의 원조격은 청와대 장철환 (전광렬 분)입니다. 그가 순양지역 국회의원이었을 때 정치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지역재력가들에게 손을 내밀었고 협조할 경우 반대급부를 주어 보상한 반면 거부할 경우 무자비하게 복수한 냉혈 인간입니다. 정치적으로 출세에 눈먼 그에게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다음은 조명국(이종원 분)입니다. 강기태(안재욱 분)의 아버지 강만식(전국환 분) 사장의 비서실장이었지만 원래 자기집안의 재산이었던 순양극장을 강만식이 빼앗았다고 했으므로 그의 배신은 명분이 있습니다.
세븐스타즈 쇼단의 노상택(안길강 분)단장은 강기태를 만난 이후 자기의 사업에 타격을 받았으므로 그가 강기태를 복수하려는 것도 일리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이해 할 수 없는 인물은 바로 차수혁(이필모 분)입니다. 차수혁은 어렸을 때부터 편모슬하에 오갈 데 없어지자 강만식-박경자(박원숙 분) 부부가 집으로 들여 함께 살며 수혁의 학비를 대주며 머리 좋은 그가 최고학부를 나오게 지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수혁의 어머니 김금례(김미경 분)는 자연히 식모생활을 하며 친구인 강기태를 도련님으로, 박경자를 사모님으로 불렀습니다. 무엇보다도 박경자는 김금례를 많이 구박했습니다. 그렇지만 강만식은 수혁을 아들처럼 생각하였고, 기태의 여동생 강명희(신다은 분)는 차수혁을 좋아했습니다. 차수혁이 군에서 제대하자 강명희는 노골적으로 차수혁을 그냥 오빠가 아닌 이성으로 교제하려고 까지 했습니다.
나쁜 남자 4인방
그런데 차수혁은 장철환의 보좌관으로 들어가 강만식-강기태 부자를 골탕먹이는데 동참했습니다. 수혁이 장철환과 인연을 맺은 것은 그가 학생운동으로 유치장으로 끌려갔을 때 장철환이 빼내 주었고 그에게 장학금을 알선해 준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권력지향적인 차수혁이 장철환 편에 선 것을 탓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가 강만식 사장의 재산을 빼앗고 강 사장이 중앙정보부(남산)로 끌려가 용공이적혐의로 고문을 받다 개죽음을 당하는 음모에 가담하고 그 후 청와대로 들어가서도 친형제 같았던 친구 강기태 죽이기에 앞장선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행동입니다.
차수혁은 사장님의 아들인 강기태를 어머니가 도련님이라고 부르는데 열등감과 수치심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사업가든 정치가든 또 누구의 줄을 잡든 성공하여 남보란 듯이 떳떳하게 살면 됩니다. 그런데 그 열등감과 출세욕이 자신의 은인에 대한 복수심으로 변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할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따라서 극중 그가 등장하기만 하면 구역질이 날 정도로 가증스럽고 역겹기까지 한 것입니다.
차수혁의 치밀한 계획에 따라 강기태는 대마초공급과 조폭두목 한지평(권태원 분)에 대한 살인교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다가 검찰로 송치되어 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 강기태 주변 사람들은 그의 구명을 위해 모두가 발벗고 나섭니다. 그렇지만 강기태 주변인물들로서는 이 위기를 해결해 줄 인물로 차수혁을 꼽습니다. 차수혁의 어머니 김금례 만이 아들이 한 일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을 뿐 다른 사람들은 차수혁이 자신들의 뒤통수를 친걸 전혀 모르기 때문입니다.
박경자의 부탁을 받은 수혁의 어머니 김금례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들은 모르는 척 하라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번에는 강기태의 애인 이정혜(남상미 분)가 차수혁을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차수혁으로는 이정혜를 좋아하고 있으니 만나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이정혜는 "지금 내가 방법이 없어서 고심 끝에 연락을 했다"고 어렵사리 말을 꺼내자 차수혁은 "기태는 내 오랜 친구다. 나도 기태 문제를 걱정하고 있는 중이니까, 나에게 기태 문제 꺼내는 거 미안해 할 필요 없다"고 일단 안심시킵니다. 그러자 정혜는 "어떻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현실이 되냐. 입에 담기도 끔찍하지만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말이 안 나왔다. 어떻게 하면 기태 씨의 억울한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지 도와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이에 수혁은 "터무니없이 법이 집행되지 않을 거다. 우리가 모르는 일이 있거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밝혀질 진실이 반드시 있을 거다. 기태는 내 친구다. 나도 기태가 처한 상황 염려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봐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정혜를 위로하여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런 뻔뻔한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사나이답게 "난 힘이 없어 강기태를 도와 줄 수가 없다"고 말하는 편이 훨씬 덜 역겨웠을 것입니다. 강기태의 여동생 강명희도 청와대 차수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회의가 있어 바쁘다며 전화를 끊고는 비서에게 강명희 전화는 바꾸지 말라고 지시하는군요.
제30회에서도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유채영(손담비 분)은 장철환을 만나 강기태 구명을 요청했지만 별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강기태가 몰락하고 노상택 마저 구속되자 조명국은 유채영과 최성원(이세창 분) 등을 찾아다니며 함께 일하자고 회유하고 있습니다. 조명국은 영화뿐만 아니라 방송과 밤무대까지 장악할 흑심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장철환은 각하로부터 두 가지 기쁜 소식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대마초관련사범단속과 조직폭력배 소탕사건에 대해 칭찬을 들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빛회 관련 김재욱(김병기 분) 중정부장이 대통령의 질책을 받을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장철환은 차수혁과 안도성 검사와 함께 여자들을 불러 질펀하게 술판을 벌입니다. 나중에 차수혁은 "내가 왜 언제부터 이런 괴물이 된 건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는데, 이런 말조차도 자기합리화로 보여집니다. 차수혁이 언제 자신이 지른 죄를 통렬하게 뉘우칠지 모르겠습니다.
강기태가 구치소로 입감되어 방을 배정 받자 감방장은 신입인 강기태에서 신고를 받으려 했습니다. 강기태가 자신의 죄명이 "범죄단체수괴혐의"라고 말하는 순간 감방장은 "한지평과 호형호제(呼兄呼弟)하고 조태수(김뢰하 분)와 맞짱뜬 강기태"냐고 묻고는 넙쭉 엎드리는 모습에 모처럼 한번 웃었습니다. 그런데 조태수도 같은 감방으로 배정되었습니다. 감방장은 신입이 조태수라는 말에 그만 고양이 앞의 쥐가 되고 맙니다.
조태수는 교도관에게 뇌물을 주고 수하들로 하여금 강기태를 집단 구타토록 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노상택도 있군요. 조태수가 이토록 비열하게 나온 것은 경찰수사관이 "강기태가 조태수 당신을 한지평 살인범으로 자백했다"고 거짓말한 때문입니다. 강기태는 한지평의 죽음과 자신들의 구속이 장철환과 차수혁 및 조명국의 함정이며 계략이라고 말하자 이에 영향을 받은 듯 몰래 들여온 닭고기를 나누어주는군요. 첫 공판이 있는 날 법정에 도착한 조태수 일행은 창문을 부수고 탈옥을 시도하였고 강기태도 이에 합세했는데 성공할지 여부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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