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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20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MBC의 파업사태로 방영이 1주일 늦춰지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 드라마는 순간시청률이 40%를 넘기도 하여 그야말로 큰 인기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동시간 대 방영된 KBS의 <난폭한 로맨스>와 SBS의 <부탁해요 캡틴>이 부진을 면치 못한 원인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아역스타의 열연으로 화려하게(?) 문을 열었고 뒤이은 배역들의 명품연기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마지막 2회를 남겨두고 양명군(정일우 분)을 앞세운 윤대형(김응수 분) 일당의 반정에서 극적인 반전을 숨겨두어 통쾌한 결말을 맞이한 것도 막판 시청률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보여집니다. 양명이 윤대형을 베어버린 것도 가장 후련한 장면이었습니다. 반정실패로 반란도당은 살생부에 의해 일망타진되었고, 중전인 윤보경(김민서 분)은 자결을 선택했으며, 허연우(아역 김유정 분)의 죽음에 관여한 민화공주(남보라 분)는 출산 후 관노가 되었다가 나중에 사면복권되었고, 의빈 허염(송재희 분)은 모든 재산을 환수당하고 평민의 신분으로 되돌아갔으며, 국무 장녹영(전미선 분)은 억울하게 죽은 영혼을 위한 위령제를 지내는 도중 혼절하여 모든 악업을 안고 친구였던 아리(장영남 분)의 곁으로 떠나갔습니다.

이훤(김수현 분)은 반정이 일어나자 허연우(한가인 분)를 모친 정경부인 신씨(양미경 분)에게로 보내 극적인 모녀상봉이 이루어 졌으며, 국혼을 치른 첫날밤 연우를 자빠뜨린 이훤은 "넌 정체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연우는 "소첩은 전하의 여인이자 이 나라의 국모"라고 대답하면서 사랑 놀음에 빠졌습니다. 이훤은 가야금 연주를 배워 중전의 탄신일날 가야금을 깜짝 연주해 연우를 즐겁게 해주려고 했지만 그만 가야금의 줄이 끊어지고 맙니다. 그렇지만 가야금 소리는 계속해서 울려 펴졌는데 이는 상선내관 형선(정은표 분)이 전각 옆에서 가야금을 연주했기 때문입니다. 형선의 가야금 연주를 들으며 하나의 해와 달로 남은 이훤-허연우는 짜릿하고도 달달한 키스로 시청자와 작별했습니다. 종영에 즈음하여 드라마의 성공요인과 옥의 티를 지적해 보겠습니다.

 

 

▲ 성공 요인

△ 가상 역사이야기로 역사왜곡의 논란 배제    

흔히 역사 드라마는 역사 왜곡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광개토태왕>의 경우 고국양왕의 아들로 담망과 담덕이 있는 것처럼 전개했지만 실제로는 독자(獨子)인 담덕뿐이었으며, 무능한 왕으로 묘사된 고국양왕도 실제 왕권을 강화하여 이들인 광개토태왕이 중원제패의 꿈을 이루도록 기틀을 잡았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해를 품은 달>은 가상의 왕인 성조대왕과 그의 후계자가 된 이훤도 보위에 오른 후 왕의 이름도 아닌 "금상, 주상 또는 전하(폐하)"라고만 불려졌고, 흑주술이라는 미신적인 사건을 세 번이나 저질렀음에도 아무런 비판을 받지 않은 것입니다.

 

△ 드라마초반 흥행보증수표가 된 아역스타의 열연

아역 스타인 이훤 역의 여진구, 허연우 역의 김유정, 양명 역의 이민호, 윤보경 역의 김소현, 민화공주 역의 진지희, 허염 역의 임시완 등 아역배우들은 드라마가 시작되면서부터 자신의 배역에 알맞은 명품연기를 펼쳐 교체된 성인연기자들에게 큰 부담을 안겨 주었습니다. 특히 여진구는 KBS 개그콘서트에 특별 출연하여 인기를 독차지할 정도의 대 스타가 되었으며, 김유정의 뒤를 이은 한가인은 내내 연기혹평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 실력 있는 배우들의 명품연기

모든 악의 근원이었던 대왕대비 윤씨 역의 김영애의 연기에 대해 토를 다는 것은 사족입니다. 이훤이 허연우를 죽인 대왕대비를 찾아가서 정치에서 손을 떼고 온양행궁행을 권유(지시)했을 때 주상이 나에게 그럴 수는 없다고 발악을 하다가 까무라치는 장면은 아마도 해품달 최고의 명 장면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대왕대비 윤씨의 친족인 영의정 윤대형 역의 김응수도 그 차가운 연기는 정평이 나 있습니다. 김응수는 <추노>에서도 도망노비인 장혁을 잡는데 혈안이 된 대감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한 인물입니다.

도무녀 장녹영 역의 전미선은 출연하는 작품마다 대박을 몰고 다니는 배우이며, 궁궐의 상선내관인 형선 역의 정은표는 타고난 내관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이훤 역의 김수현은 "수현앓이"를 양산할 정도로 인기몰이에 성공하였고, 윤보경 역의 김민서는 <성균관스캔들>에서 차가운 검객으로 등장했지만 여기서는 임금과 아버지로부터 버림받는 고독하면서도 복수심에 불타는 중전의 역할을 잘 연기했습니다. 비록 많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성조대왕 역의 안내상, 전경부인 신씨 역의 양미경, 그리고 장녹영의 친구로 신력을 소유한 아리 역의 장영남도 연기에 일가견을 가진 배우입니다. 천방지축인 민화공주 역 남보라의 눈물 연기도 매우 짠했습니다.




△ 역도들을 일망타진한 양명의 장렬한 죽음

양명군은 이훤의 이복형입니다. 부왕인 성조대왕은 일부러 이훤 대신 양명을 부추기는 무리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궁궐출입을 제한하였는데 이는 양명을 위한 배려였습니다. 양명은 허연우의 오빠인 허염과 이훤의 호위무사인 운(송재림 분)과도 친구였습니다. 양명으로서는 허연우를 보고 한눈에 반한 것은 불행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세자빈이 된 허연우는 어느 날 죽고 말았고 8년이 지난 후 도무녀 장씨의 신딸인 월로 다시 나타났습니다. 양명은 연우에게 함께 도망치자고 권할 정도로 그녀에게 빠졌지만 연우의 마음은 오로지 이훤 뿐입니다.

그러다가 윤대형으로부터 거사유혹을 받았습니다. 한 무리의 선비들이 양명을 찾아가서는 현재 임금이 후사가 없으니 만일 임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양명군이 차기 보위를 이어 받는다고 은근히 유혹합니다. 이에 양명은 "건재한 주상을 두고 차기 보위를 논하는 자들을 어찌해야 하느냐"고 일갈하며 칼을 빼어들고는 "다시 하번 망언을 입에 담을 시 죽여버리겠다"고 호통을 쳐 쫓아버렸습니다.

보고를 받은 윤대형이 이번엔 직접 양명군을 찾아갑니다. 그는 "태양 되고 싶지 않느냐? 평생 주상의 그늘 밑에서만 살 것이냐? 지금 임금은 후사를 볼 책임을 기피한 죄, 무녀 월과 방탕하게 놀아난 죄, 대왕대비를 내쳐 효를 망각한 패륜을 저지른 죄를 조목조목 언급하며 이 정도면 유생들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양명군은 "부왕(선왕)을 원망하지도 금상(임금)을 질투하지도 않으나 지금 원하는 것은 "종묘제례의 제주가 되고 허연우를 내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양명은 윤대형 일파의 반정에 참여하기로 결심하고는 참여자들의 수결을 받았습니다. 양명은 이를 보위에 오른 후 반정공신의 공신록으로 삼겠다고 했으나, 양명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고는 이를 임금에게 알려 살생부로 사용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임금이 사냥을 나가는 강무일, 궁궐의 문이 열리자 역도들이 들이 닥쳤고 뒤따르던 양명과 이훤은 감추어둔 칼을 꺼내 서로 겨눈 것입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양명은 가서는 안 되는 길을 가는 듯 보였지만 곧 뒤이어 깜짝 놀란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양명은 이 모든 사태를 이훤과의 밀약아래 진행시켰던 것입니다. 역도들이 들이닥치자 궁궐수비대는 일제히 화살을 날렸고 양명은 운과 함께 역도의 무리가 된 대신들을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훤의 화살을 맞은 윤대형이 비틀거리자 양명은 그를 단칼에 베고 말았습니다.

이제 모든 사태는 끝났습니다. 그런데 반란군 하나가 긴 창을 들고 양명에게 던졌습니다. 양명은 이 창을 피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하늘에 태양은 오직 하나"라며 칼을 던져 버리고 스스로 죽음을 택했습니다. 운의 품에 안긴 양명은 죽기 전 품에서 반역자 명단을 꺼내 이훤에게 건네주자 이훤은 "명단을 가져오라고 했지 죽으라고 명한 적이 없다. 왜 어명을 거역하느냐"고 오열하지만 이미 양명은 사랑을 얻지 못한 채 하나의 해로 합쳐지고 말았습니다. 


 

 

▲ 옥의 티

△ 대왕대비의 어이없는 죽음

이미 지적한 것처럼 대왕대비 윤씨는 악의 축의 제일 위에 있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외척인 윤대형의 딸 윤보경을 세자빈으로 책봉하려 하였지만 성조대왕이 자신의 뜻과는 달리 충신인 홍문관 대제학 허영재(선우재덕 분)의 딸 허연우를 세자빈으로 책봉하자 도무녀 장녹역을 위협해 흑주술로 허연우를 죽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따라서 이훤이 모든 상황을 알게 된 이후 대왕대비의 죽음은 필연적입니다.

그런데 그 대왕대비가 온양행궁에 머물다 다른 사람도 아닌 윤대형이 보낸 독약을 마시고 사살되었습니다. 윤대형은 이미 양명군과 모의하여 반정을 도모하고 있었으므로 눈에 보이는 게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대왕대비를 사살한 것은 정말 예상 밖입니다. 이 보다는 오히려 도무녀 작녹영이 허연우의 주변인물과 자신에게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대왕대비를 죽이거나 아니면 대왕대비 스스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자결하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 설의 죽음을 우두커니 지켜보기만 한 한심한 허염

허염의 하인은 염에게 8년 전 연우를 죽게 만든 게 외척들이며, 연우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저자거리의 소문도 있고, 또 실제로 아가씨 장례 다음날 무덤이 파 헤쳐져 있었다고 보고합니다. 이 순간 의문의 쪽지가 날아듭니다. 이는 바로 윤대형이 보낸 것입니다. 반정에 장애가 될 인물들을 처리하려는 윤대형의 음모는 참으로 치밀했습니다. 그는 민화공주의 남편인 의빈 허염에게 여동생인 허연우를 죽인 음모에 공주가 가담했음을 폭로했습니다. "누이의 죽음은 병사가 아니다. 의빈을 갖고자 한 민화공주가 흑주술에 참여해 누이를 죽였다. 누이의 죽음을 덮은 이는 선왕전하이다." 이 사실을 안 허염은 방으로 들어가 공주를 쌀쌀맞게 대하고는 밖으로 나왔는데 인기척을 느꼈지요. 바로 허염이 비몽사몽간에 정신이 없는 틈을 노려 자객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 때 설(윤승아 분)이 나타나 자객과 맞섭니다. 너무나 졸지에 당한 일이고 또 허염으로서는 아내의 배신으로 정신이 없는 상태임을 인정하지만 여자검객인 설을 도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지켜보기만 한 것은 아무래도 문무(文武)에 능한 군자의 도리가 아니었다고 보여집니다. 잠시 후 운이 나타나 자객들을 제압하기는 하였지만 설은 자객의 칼을 맞았습니다. 그래도 허염의 품에서 설은 "연우는 살아 있다. 끝까지 아가씨를 지켜드리지 못해 송구하다"고 하면서 "저에게 설이란 이름지어 준 도련님을 마음에 담았다. 송구하다. 용서해 달라"고 하고는 숨을 거둡니다. "도련님 덕분에 사람이 되었고, 여인이 되었고, 설이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허염의 품에서 숨져간 설은 과연 행복했을까요? 설의 죽음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바라본 허염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 배우 한가인의 연기력에 대한 과도한 비판

이는 제작진의 문제가 아니라 시청자들의 문제입니다. 아역인 김유정의 연기에 반했던 시청자들은 한가인으로 교체되자 연일 한가인의 연기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한 두 번 비판하다가 그래도 개선이 안 되어 몰입이 곤란하다면 사실 안보면 그만입니다. 누가 드라마를 보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인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되었습니다.

글쓴이는 "과도한 한가인 죽이기 이젠 식상해(2012. 2. 11)"라는 글을 통해 앞으로 자제할 것을 피력했습니다. 연기자가 연기력으로 비판받은 것은 당연하지만 이제는 충분히 지적했으니 종영까지 지켜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독자는 드라마의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보다는 한가인 연기의 약점을 찾는데 골몰한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그 도(道)가 지나쳤습니다. 연기자에 대한 비판도 일정한 선을 지키는 정도(正道)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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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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