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역의 김주혁 최송이 역의 김규리
▲ 피바람 속에 목숨 건진 만전과 만종 형제
월아(홍아름 분)의 자결은 도방내에 엄청난 피 바람을 몰고 왔습니다. 사건의 보고를 받은 최고통치자 최우(정보석 분)는 범행을 모의하여 월아를 만종(김혁 분)에게 넘긴 춘심(김하은 분)과 견가(백원길 분), 월아를 겁탈한 만전(백도빈 분)과 만종, 저자거리에서 이들을 도운 기생들과 왈패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라고 추상같은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들이 모두 잡혀오자 국문장으로 끌고 가서는 송길유(정호빈 분)가 직접 국문을 시작합니다. 춘심과 견가를 형틀에 매달아 매질과 숯불화로로 고문을 하니 진실을 토설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지요. 견가는 김준과 월아가 싫었으며 만종공자가 월아를 원했다고 했습니다. 춘심은 김준이 아씨를 우습게 봐서 송이(김규리 분) 아씨를 위해 한 일이라고 실토했는데, 이 말 한마디가 큰 파장을 몰고 오게 됩니다.
국문장을 지켜본 최우는 "만종과 만전은 내 자식이 아니라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다. 형장으로 끌고 가서 당장 목을 베라. 춘심과 견가도 처형하라. 왈자패는 참형에 차하고, 기생들은 교형에 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자 박송비(김영필 분)가 나서 두 공자의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최우가 거절하고 집무실로 들어가자 박송비는 따라 들어가 또 간절하게 청합니다. 정방의 대신들도 몰려와 아비가 핏줄을 죽이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간청하였고, 최우의 처남인 정안과 부인 정씨(김서라 분)도 일찍 어미를 잃은 불쌍한 아이들이라며 목숨구명을 합니다.
이 시각 죄인들을 처형장으로 끌고 간 집행관 송길유는 죄인들의 형을 차례로 집행합니다. 춘심은 최양백(박상민 분)에게 다음 세상에서도 날 사랑해 달라며 죽어갔고, 견가는 최양백에게 김준이 형의 앞길을 막을 테니 조심하라며 형의 칼에 죽고 싶다는 마지막 소원을 말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두 공자에 대한 형집행입니다. 기다리던 송길유가 이들을 집행하라고 명령한 순간 "멈춰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최우가 두 공자의 목숨은 살리되 수선사로 삭발시켜 출가하라고 했답니다. 두 아들은 중이 되라는 말에 망연자실했지만 그래도 살아난 것에 고마워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건의 주범은 만종입니다. 최우의 말을 빌리면 이들은 여색을 탐하다가 죽인 노비가 몇 명된다고 했습니다. 특히 만전은 만종에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월아는 안 된다고 말렸음에도 만종 때문에 도매금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그런데 고려 최씨 무신정권시대의 역사를 알면 만전은 죽어서는 안됩니다. 최씨 무신정권은 최충헌-최우-최항(만전)-최의로 이어졌는데 최우의 후계자가 바로 만전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최우가 만종-만전 형제를 죽이라고 명령할 때에도 만전은 반드시 살아날 것을 예상했기에 긴장감은 그리 없었습니다.
▲ 김준을 좋아한다는 송이의 폭탄선언과 그 후폭풍
한바탕 피바람이 자나가자 최우는 국문장에서 춘심이 내뱉은 말이 마음이 걸렸습니다. "송이 아씨를 위해 월아를 만종에게 넘겼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춘심이 송이의 사주를 받고 일을 꾸민 것으로 보여질 수 있습니다. 최우는 송이를 불러 "김준이 널 서운하게 했기로 그런 일을 꾸몄나? 넌 김약선(이주현 분)의 아내로서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자 송이는 그 혼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대답합니다. 최우는 마음에 둔 사내가 있는지 물었는데 송이의 대답에 그만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김준을 달라. 김준을 면천시켜 달라, 그와 혼인하고 싶다." 깜짝 놀란 최우는 "누가 들을까 두렵다. 네가 실성하여 제 정신이 아니구나. 그는 벌레보다 못한 노예니라. 네가 집안을 망칠 생각이냐?"고 다그칩니다. 그래도 송이는 물러서지 않고 "소녀를 딸로 생각하지 말고 김준과 소녀를 멀리 보내달라"고 당돌하게 대꾸합니다. 대노한 최우는 "안들은 것으로 하겠다. 만일 김준 이야기를 내 앞에서 다시 꺼낸다면 그놈은 죽은목숨이다"라고 경고 겸 협박까지 했습니다.
김준은 이미 월아의 시신을 다비(불교식 화장)로 보냈으면서도 아직 죽은 넋을 붙잡고 놓아주지 못하고 있을 때입니다. 수법스님(강신일 분)이 떠나며 마음의 집착을 내려놓고 네 갈 길을 가라고 했지만 김준으로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 최양백은 흥왕사로 김준을 찾아가 사과했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의 단초 제공자는 최양백입니다. 그가 혼인을 앞둔 김준에게 축하한다며 사실 자기도 월아를 좋아했었다고 무심코 한 말을 춘심이 엿들은 것입니다. 월아는 오로지 김준 뿐이어서 최양백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는데, 최양백이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 바람에 춘심은 "최약백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월아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는 일을 꾸민 것입니다. 최약백의 사과에 김준은 이 모든 게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라며 쿨(cool)하게 받아넘깁니다. 이런 김준에게 최양백은 고려무사로서 사람답게 살아가자고 격려합니다.
몸과 마음을 추스린 김준은 다시 도방으로 출근했지만 최우는 김준에게 위로의 말 한 마디 눈길 한번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집무실 앞에서 박송비에게 "김준이 놈이 내 눈에 뜨이지 않게 하라! 천한 것들이 눈에 자주 뜨이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박송비는 김준을 주군(최우)을 모시는 자리에서 교정도감에서 일하도록 보직을 변경했습니다. 박송비는 김준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는 심지어 지난날 최우와 최향 형제가 권력다툼을 벌릴 때 김준에게 무릎을 꿇고 대책을 알려달라고 스스로 몸을 숙인 큰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김준을 향한 박송비의 마음은 비록 하급자이지만 존경하는 처지입니다. 박송비는 김준에게 "송이가 호의를 베풀어도 사양하라"고 충고합니다. 최우의 김준에 대한 매정한 조처가 송이 때문임을 알고 있거든요.
박송비는 교정도감에서 일하게 될 김준을 도감의 우두머리인 교정별감 김약선에게 데리고 가서 인사를 시킵니다. 김약선은 김준에게 "신분이야기는 하지 말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신분이 아니라 열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 송이는 시녀 연심에게 김준의 퇴청시각을 알아오라고 지시합니다. 연심은 송이에게 안 좋은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김준을 만나지 말도록 간청하지만 송이는 퇴청하는 김준에 접근합니다. "난 감추었던 속내를 부모님께 털어놓았다. 너를 면천시켜 혼인하게 해 달라고 했다. 멀리 떠나겠다고 했다. 나와 함께 떠나자! 모든 걸 너에게 걸었다. 내가 가진 것을 전부 버리기로 했다. 지금 당장 같이 떠나자!" 어안이 벙벙한 김준이 놀라며 17회가 끝났습니다. 송이가 김준을 만나 대화하는 장면은 대부인 김씨의 지시를 받은 찬모와 박송비가 지켜보았기에 이들이 어찌 나올지도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송이의 이런 제안은 김준을 점점 힘들게 할 뿐 실현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이미 MBC 홈페이지의 등장인물에 김약선을 친절하게도 "최우의 사위"라고 소개하고 있거든요. 차라리 "최우의 심복"이라고 소개했더라면 훨씬 긴장감이 있었을 텐데 이런 것은 참 아쉬운 대목입니다. 기획의도를 보면 "노예출신인 김준은 후일 소원하던 주군의 여인을 취하였다"고 되어 있는데, 이 말은 송이가 김약선과 혼인한 후 나중에 헤어지자 김준이 송이를 취하였다는 말인지 아니면 최우의 후계자로 주군이 된 만전(최향) 또는 최의의 여인을 취했다는 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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