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루어질 수 없는 송이의 외길사랑에 가슴뭉클
이른 아침 김준(김주혁 분)은 흥왕사로 출행을 나가는 송이(김규리 분)를 따라 나섰습니다. 송이는 아침도 먹지 않고 몸종 연심만을 데리고 갔습니다. 세 사람은 말을 타고 달렸습니다. 그렇지만 송이가 가는 길은 흥왕사가 아니라 다른 방향입니다. 말 없이 따르기만 하던 김준은 송이에게 어디로 가는지 물었습니다. 송이는 조금 만 더 가면 임진나루가 나오는데 거기서 거룻배를 타고 강화로 가서 큰배를 타고 조용하고 평온한 곳으로 간다고 합니다.
포구에 도착한 김준은 송이에게 "아씨의 은혜는 크나 난 함부로 행동을 못한다. 더 이상 아씨를 가까이 모실 수 없는 내 입장을 전하기 위해 왔다. 아씨는 너무 높은 곳에 계신다. 과잉친절은 낭패를 볼 수 있으니 더 이상 찾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송이는 김준을 데리고 나온 이유를 "첫째는 너의 목숨을 구하고, 둘째는 너와 함께 살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습니다. 목숨을 구한다는 말은 송이가 아버지 최우(정보석 분)에게 김약선(이주현 분)과는 혼인할 생각이 없으니 김준을 달라는 폭탄선언을 하자 최우가 김준을 친위무사대에서 제외시킨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실제로 최우는 박송비(김영필 분)에게 "그 노예놈이 다시는 내 눈에 보이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를 내린 상태입니다.
이제부터 송이의 구구절절한 구애작전이 시작됩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간단히 살펴볼까요?
[송이] "우리가 가는 길은 다시 돌아오기 힘든 길이다. 개경을 영원히 떠나 도망치는 길이다. 내가 너 좋아한다는 사실을
나조차도 믿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감출 수가 없다. 이틀 후 김약선에게 시집을 가야 하지만 연모하는
남정네는 너 김준이다. 난 자존심과 수치심을 버리기로 했다. 내가 부탁한다. 나에게 빚진 목숨을 지금 갚아 되돌려
다오!"
[김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천지개벽에 되어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송이] "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부모님에게 모두 말씀 드렸다. 지금 네 목숨이 위험하다. 빨리 여기를 떠나야 한다."
[김준] "감사하지만 월아를 결코 버릴 수 없다."
김준은 결국 가슴속에 감추었던 마지막 말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송이로서는 무척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기도 하지요. 송이는 그 아이는 죽었다고 단호하게 말했지만 김준은 내가 두 눈을 감기 전까지는 영원히 가슴속에 간직할 내 누이라고 답변합니다. 이 말은 들은 송이도 죄책감을 느낀 듯 하군요.
[송이] "춘심이 년이 일을 꾸미는 것을 알면서도 말리지 못하고 보고만 있었다. 내가 잘못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 일이다.
나를 지켜다오. 난 네가 필요하다."
[김준] "송구하다. 그럴 수 없다. 난 오로지 주군의 무사다."
[송이] "왜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이냐?"
[김준] "죽음을 명하면 따르겠으나 주군을 배신할 수 없다. 용서해 달라."
송이는 그냥 내 곁에만 있어 달라고 애원하는데 박송비가 보낸 최양백(박상민 분)이 도착해 송이에게 오늘은 배가 뜨지 않는다며 개경으로 돌아갈 마차를 준비해 두었다고 보고합니다. 송이로서는 이제 더 이상 고집을 피울 수가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송이는 김준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는 발길을 돌립니다. "넌 내 마음을 알게 되었고, 난 내 가슴을 다 드러내 너에게 주었다. 다음 기회에는 나를 슬프게 하지 말아라.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늘은 그만 돌아가자. 넌 어디든 빨리 피하라! 아버지가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사랑한다, 김준! 내 약속을 잊지 말라!" 세상에서 이런 사랑의 고백이 있을까요? 송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고백에 시청자로서 코끝이 찡했습니다.
▲ 위험을 무릅쓰고 김준을 도피시키는 박송비의 사내다움
송이의 지시를 받은 김준은 떠나기에 앞서 박송비에게 사실을 알리는 서찰을 남겨두었습니다. 동시에 송이의 모습을 보지 못한 찬모는 그녀가 출행했음을 알고는 대부인 정씨(김서라 분)에게 보고했고 박송비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박송비는 즉시 최양백을 불러 송이를 데려오라고 지시했습니다.
최우는 박송비에게 교정도감의 김약선을 보러가자고 했습니다. 이틀후면 사위가 될 테니 차라도 한잔 마시며 송이를 데려와 인사라고 시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송이가 사찰로 출행했다는 박송비의 말에 최우는 당장 사람을 보내 송이를 데려오라고 지시합니다. 박송비는 좌불안석(坐不安席)입니다. 송이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최우는 느긋하게 기다리며 저녁을 함께 하자고 말했는데 김약선은 이미 박송비 및 김준과 저녁약속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최우는 그 노예놈과 저녁자리까지 마련했느냐며 매우 못마땅한 표정입니다. 안절부절하던 박송비는 찻잔을 떨어뜨리기까지 합니다.
밖으로 나온 최우는 박송비에에 송이가 김준과 함께 갔느냐고 묻습니다. 박송비로서는 더 이상 변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최우는 박송비에게 진심을 내보입니다. "지난날 김준에게 여러 번 신세를 많이 졌다. 송이가 탐을 낼 만한 그릇이다. 그러나 이 땅의 질서가 그를 사위로 들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막부의 권력과 고려의 운명이 노예에게 가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는 말이다. 김준이 돌아오면 오늘 밤 안으로 잘 판단해 처리하라!" 최우에게는 서출의 아들이 둘 있지만 월아의 겁탈사건으로 멀리 사찰로 보내버렸고, 다른 아들이 없으므로 사위를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김준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박송비는 개경으로 돌아온 김준에게 "일이 곤혹스럽게 되었다. 오늘밤 자네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당장 개경을 떠나라. 서북방병마사로 있는 박서 장군에게 가서 국경지역과 몽골에 대해 잘 살피고 오라. 몸조심하라!"고 당부합니다. 김준은 "살려주어서 고맙다. 후일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인사하고는 측근 3명을 데리고 개경을 떠납니다. 박송비는 정말 대인답습니다. 한 때 김준에게 무릎을 꿇고 최우와 권력다툼을 하던 최향(정성모 분)을 이길 비책을 강구한 박송비였습니다. 결국 김준의 계책에 따라 최우는 당당히 최충헌의 후계자가 되었습니다. 김준의 인물됨을 알아본 박송비는 나중에 김준으로부터 큰 보답을 받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 송이가 김준에 대한 마음을 접은 결정적 이유
송이가 돌아오지 어머니 정씨는 노기 띤 얼굴로 송이를 나무랍니다. "노예놈과 함께 다녀오느냐? 이 어미 죽는 꼴을 보고 싶으냐?"고. 그러자 송이도 물러서지 않습니다. "소녀의 마음은 이미 정해졌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딸에 대한 미련을 버려라!" 그렇지만 어머니도 이제는 이판사판입니다. 정씨는 "신랑측으로부터 사주단자도 받았다. 네 신랑이 아들노릇을 해야 하는데 노예를 받아들일 수 없다. 네가 고집 피우면 김준은 목숨을 잃는다. 두렵지 않나? 춘심이도 너 때문에 죽었다. 월아의 죽음도 너와 관련이 있다. 죄 없는 김준마저 죽일 작정이냐?"
어머니의 말은 구구절절이 옳습니다. 송이는 결국 백기를 들고 투항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다짐 속에는 또 다른 불행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집안에서 하라는 대로하겠다. 김준의 목숨은 살려야 하니까. 집안 망신을 시키지도 않겠다. 그러나 언젠가는 김준을 꼭 데리고 오겠다. 꼭 그렇게 되고 말 것이다." 이틀 후 송이는 김약선과 혼례식을 올려 첫날밤을 보냅니다. 그렇지만 평생 다른 사내를 그리며 살 아내를 맞은 김약선도 참으로 불행한 존재로군요. 어찌되었든 후일 김약선이 최우의 후계자가 되지 못하고 그의 후계자는 망나니였던 서출출신 만전(최항/백도빈 분)이 되는 것을 보면 앞으로 우여곡절이 매우 많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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