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혁 역의 이필모
<빛과 그림자> 등장인물 중 악인은 조폭도 건달도 아닌 말끔한 신사복을 입고 한 때 청와대와 영화계를 주름잡았던 장철환(전광렬 분)과 조명국(이종원 분) 그리고 현재의 실세인 차수혁(이필모 분)입니다. 글쓴이는 이들을 악의 축 3인방이라고 부릅니다. 이 중에서도 등장하기만 하면 짜증나는 캐릭터는 바로 차수혁입니다. MBC 홈페이지의 등장인물을 보면 차수혁은 "태생적 열등감으로 가득 찬 그에게 야망의 손길이 뻗쳐 권력을 향한 질주를 시작하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런 캐릭터이다 보니 그가 지금까지 강기태(안재욱 분)에게 저지른 온갖 악행을 새삼스럽게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차수혁이 강기태의 애인인 이정혜(남상미 분)를 빼앗으려는 그릇된 집착은 결국 그를 나락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편모슬하에서 자란 차수혁은 어머니 김금례(김미경 분)가 기태의 아버지 집으로 식모살이를 하게 되자 함께 따라왔습니다. 기태의 아버지 강민식(전국환 분) 사장은 영특하고 공부 잘하는 수혁을 친아들처럼 돌봐주었고, 공부에는 뒷전인 아들 기태가 바른 길을 가도록 수혁에게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기리고 강기태와 차수혁은 친구이자 형제처럼 지냈습니다. 그런데 군대를 제대한 수혁은 진로를 고민하던 중 현직 국회의원인 장철환의 보좌관으로 들어가 그 후부터 강기태 죽이기에 앞장섭니다.
시실 그가 어렸을 때 기태의 집에 기거하면서 본 것은 기태 어머니 박경자(박원숙 분)가 수혁의 어머니 김금례를 식모라고 무자비하게 구박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강만식-박경자 부부는 수혁이에게는 매우 잘 대해 준 것으로 보여집니다. 어린 수혁의 가슴에 구박 당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은인인 강만식과 그의 아들 강기태 집안을 몰락시키려는 그 동기가 그리 명확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이정혜를 강기태로부터 빼앗으려는 그 집착은 차라리 병적입니다. 사실 강기태-이정혜는 서로를 좋아하고 사랑할 만한 충분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이정혜가 무명이었던 시절, 강기태는 빛나라 쇼단의 신정구(성지루 분) 단장에게 부탁해 이정혜를 쇼단의 오프닝 무대가수로 추천한 것입니다. 그 후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고 상대방이 없으면 못살 정도의 애인사이가 되었습니다.
반면 차수혁은 이정혜를 일방적으로 좋아했습니다. 수혁이 순양에서 장철환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시절, 그곳 요정에서 이정혜를 처음 보았고, 그 후 수혁이 장철환을 따라 청와대 경호실에서 근무하면서 채홍사 역할을 할 때 단지 노래를 부르기 위해 궁정동출입을 자청한 이정혜를 발견하고는 인물이 처진다는 핑계로 정혜를 술좌석에 들여보내지 않고 그냥 귀가시켜 호의를 베푼 게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후 수혁은 집요하게 정혜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지만, 이미 강기태와 깊은 사랑에 빠진 그녀의 마음을 얻기는 불가능하였지요.
결국 수혁은 강기태를 미끼로 정혜를 반강제적으로 협박하여 정혜와 사귀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기태가 조폭수괴(살해)혐의로 투옥된 후 조태수(김뢰하 분)와 함께 탈주하였을 때 그에게 사살 명령이 내려 졌었지요. 정혜는 기태를 살리려고 수혁을 찾아갔는데 수혁은 기태를 살려 줄 테니 "나에게도 네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그 후 기태는 김재욱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배려로 밀항을 하게 되었고, 수혁은 이 사실을 자신의 공(功)으로 돌려 정혜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강기태는 일본제일교포 김풍길(백일섭 분) 회장의 양아들이 되어 귀국하였고, 조명국이 강탈해간 순양극장을 되찾고 영화제작에도 진출하는 등 왕성한 사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태의 성공을 눈엣가시로 보는 두 사람이 있었으니 차수혁과 조명국입니다. 이들은 강기태와 조태수를 삼청교육대로 보내버린 것입니다. 한편 4년 후 차수혁은 최고의 톱스타가 된 이정혜의 집을 제집 드나들 듯 하면서 말을 하대하는 등 완전히 애인으로 만든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정혜는 이런 어정쩡한 만남을 계속하느니 수혁에게 빨리 결혼하자고 두 번이나 재촉했습니다. 수혁이 기태를 삼청교육대로 보낸 것을 알고는 이제 그만 악행을 멈추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수혁의 생각은 다릅니다. 기태가 나타나기 전에 청혼을 받았다면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겠지만 이제는 그 청혼마저 기태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두고 보자고 말한 것입니다.
사실 이정혜의 청혼도 정말 엉뚱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을 희망한 것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이즈음 새서울 나이트클럽 건달들이 강기태를 공격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정혜가 몸으로 막다가 상처를 입고 입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혁이 병원을 찾은 것은 당연하지요.
기태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경숙(이아이 분)에게 수혁과 정혜의 사이를 물었는데요. 경숙은 그동안 정혜의 행동을 요약해서 알려줍니다. "강 사장이 탈옥해 도망다닐 때 정혜도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사살 될 것이라는 협박도 받았다. 당시 정혜는 차수혁을 찾아가 사장님 살려 달라고 사정했는데, 수혁은 사장님을 살려주는 대가로 정혜에게 사장님과 절교하고 자신의 마음을 받아 달라고 요구했다. 정혜는 수혁이가 강 사장을 살려 준 것으로 믿고 수혁이 말을 따랐다. 최근에는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사장님을 보호하려고 정혜가 수혁에게 결혼하자고 제의했다."
이정혜의 알게된 강기태는 절대로 이정혜를 차수혁의 여자가 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정혜도 수혁에게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정혜는 수혁이 <사건과 실화> 기자를 협박해 "전과자 출신 기획사대표의 빛과 그림자, 연예계에 뻗친 검은 마수 이대로 좋은가?"라는 글을 게재해 강기태를 궁지에 몰았음을 다시금 알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는 수혁은 순양극장에서 실시하는 영화 <숙향전>의 시사회에 참석하러 가는 이정혜의 자동차를 가로막고 그녀를 반강제적으로 호텔로 데리고 갔습니다. 수혁은 "내가 갖지 못한 것은 아무도 갖지 못한다. 내가 어떤 놈인지 앞으로 잘 알게 될 것"이라고 자꾸만 정 떨어지는 말만 골라서 했습니다. 정혜가 수혁의 진심을 모르겠다고 하자 수혁은 "정혜를 사랑해 가지고 싶은 것, 그리고 강기태에게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이 진심이라고 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엇나가면 당신과 기태를 내가 어찌 할지 모르겠다"는 협박도 덧붙입니다. 수혁은 "난 수재였지만 아버지는 똥장군을 지는 사람의 아들이었다. 엄마는 식모살이를 했다. 기태의 아버지도 나를 불쌍하고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지겹다. 당신은 그 눈빛으로 날 보지 말라!"고 했습니다.
정말 수혁의 세상을 보는 눈이 너무나도 삐뚤어 져 있군요. 아버지가 똥장군을 졌다면 농부이면서 머슴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농부와 머슴이 어때서 그 자식이 이다지도 반항적이 되는지요. 물론 사춘기에는 이게 자존심의 상처가 될 수 있었겠지만 성장한 후 은인들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는 그 심사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정혜도 이제는 작심한 듯 "나한테 남아 있는 유일한 감정은 연민뿐인데 어떻게 다른 눈으로 당신을 볼 수 있겠느냐"고 응수했는데, 수혁은 "내 모든 것을 다 잃어도 너만큼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악을 씁니다. 차수혁 같은 캐릭터는 정말 싫습니다. 한편, 이는 차수혁 역의 배우 이필모의 연기가 빼어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요.
어찌되었던 정혜는 기태를 만나 시사회불참을 사과합니다. 기태는 담담하게 "그냥 정해진 일정을 따라라. 지난번 인터뷰에서 나를 배려한 것은 고맙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 사람들의 시선도 있으니 괜히 구설수에 올라 곤욕을 치를까 두렵다"고 했습니다. 정혜는 기태에게 "순양극장을 되찾으면 내가 주연한 영화를 단둘이서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옛일을 상기시키지만 기태는 잊혀진 약속이라며 가볍게 넘어 갑니다. 이에 정혜는 "행복했던 순간의 약속을 어찌 잊나"며 강한 집착을 보입니다. 글쓴이가 <빛과그림자, 강기태·이정혜의 러브라인 재가동?> (2012. 4. 24)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이제는 두 사람의 애정전선에 파란 불이 켜질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정혜가 강기태와 함께 나오는 현장을 목격한 수혁은 기태의 얼굴을 한 대 내리쳤는데, 기태는 "네 놈이 나에게 한 짓을 생각하면 당장 죽이고 싶지만 지금 참고 있다. 나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제46부가 끝났습니다. 이정혜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두 남자의 대결은 어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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