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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도희 역의 전인화


누군가 <신들의 만찬>을 <바보들의 만찬>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는 주인공들이 20년 이상을 함께 살면서도 서로가 핏줄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전개를 두고 한 말일 것입니다. 글쓴이도 답답한 심경에 [핏줄도 몰라보는 한심한 바보들(2012. 4. 7)]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제23회에서 전혀 예상치 못하게 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던 성도희(전인화 분)-하영범(정동환 분) 부부의 아들이자 고준영(성우리 분)의 친오빠인 하인우(진태현 분)가 귀국하여 이처럼 한심한 가족관계를 바로 잡겠다고 나섰습니다. 그의 결심이 워낙 확고하여 이번에는 뭔가 보여주리라고 기대했는데 돌연 하영범이 아들을 제지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이번에 하인우가 진실을 밝히리라고 기대는 했지만 100% 확신하지는 않았습니다. 32부작인 이 드라마에서 지금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시기상조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 이게 밝혀지면 성도희-고준영 모녀간 요리대결도 물 건너가고 32부까지 스토리를 이어 갈 수 없게되거든요. 그렇지만 하인주(서현진 분)가 나타난 게 아니라 하영범이 아들을 제지한 것은 뜬금 없었습니다.

하인우는 친구인 최재하(주상욱 분)에게 그가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갔다가 20년 이상 귀국하지 않은 것은 하인주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버지는 모르는 여자 애 데리고 와서 이 순간부터 얘가 네 동생 인주라고 선언하고, 엄마는 처음 본 애한테 인주라고 정성을 쏟고, 착한 인주라고 연기하는 그 애나 모두 다 미친 사람들 같은데, 우리 식구들 모두 미쳤다고 광고할까? 그래서 내가 도망친 거야! 지금 이 순간부터 인주 이야기하지마!"라며 진심을 토로했습니다. 이에 재하는 "살아있어! 네 동생 진짜 인주가 살아있다면 어떻게 할래?"라며 인우를 놀라게 했고 재하는 결국 인우에게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으며, 이 말을 들은 인우는 귀가하여 부모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드릴 말씀이 있다. 어머니도 정신 차리고 똑 바로 들어라. 아버지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며 노려보았습니다. 그러자 하영범이 아들의 멱살을 잡으며 말렸습니다. 인우는 내가 한국에 안 들어오는 이유를 엄마가 알아야 한다고 했지만 이때 최재하가 나타나서는 인우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러자 성도희는 남편에게 왜 아들이 집에 올 때마다 내쫓느냐고 힐난하면서 남편과 아들이 뭔가를 자신에게 속이고 있음을 비로소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잠시 후 인주를 만난 하영범은 인우를 빨리 내 보내겠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이기까지 했습니다.

 

고준영이 아리랑으로 와서는 친모인 성도희가 요리경합을 앞두고 요리를 실습하는 장면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는데, 준영을 본 성도희가 "훔쳐보는 못된 버릇은 여전하다"고 까칠하게 쏘아붙입니다. 이 때 인우가 들어와 성도희에게 고준영을 가리키며 "고준영이 누구 많이 닮지 않았나?"고 슬쩍 떠보았습니다. 그런데 성도희는 "준영은 재하와 사귀는 사이"라며 엉뚱하게 대꾸하자 인우는 "고준영이라니?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도 못한다"며 한심하게 생각합니다. 어미가 딸인 하인주를 몰라보고 다른 이름인 고준영이라고 부른 것을 꼬집은 말입니다.

밖으로 나오던 준영은 아버지 하영범을 만났습니다. 영범은 준영에게 "평생 가슴에 묻고 사는 아이와 닮았다"고 말했습니다. 준영으로서는 방금 어머니 성도희로부터 서러운 말을 들었는데 아버지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집니다. 준영이 떠나가자 인우는 아버지에게 "준영이가 인주 많이 닮았지? 만약 진짜 인주라면 어쩌려고? 아리랑과 엄마를 죽이려는 저 아이가 진짜 인주라면 딸을 찾는 대신 엄마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러면 하영범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드러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하영범은 고준영의 양부인 고재철(엄효섭 분)을 수소문하여 찾습니다. 사실 하영범의 이런 행동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들인 하인우가 이 정도로 말했으면 그가 진실을 알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아들에게 사실관계를 물어야지 힘들게 고재철을 찾을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찾아온 하영범에게 고재철은 "고준영이 선생님 잃어버린 딸"이라고 했는데, 이 말을 직접 고재철로부터 들어야 했는지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사실 하영범보다 더욱 한심한 인물은 성도희입니다. 그녀는 요리계의 명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딸인 어린 인주에 대한 기억은 왜 이다지도 없는지 답답해서 미치겠습니다. 백설희(김보연 분)의 제안으로 성도희-고준영의 요리대결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고준영은 최재하의 말에 따라 평소 어머니 성도희가 좋아한다는 국수요리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맛있는 국물을 만들려고 노력하다가 아리랑 약초보관창고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준영이 안으로 들어가자 밖의 창고문이 저절로 닫히고 말아 나갈 수가 없습니다. 준영은 창고 바닥에 쪼그려 앉아 어렸을 적의 동일한 상황을 떠올리며 서러움에 울었습니다.

그러다가 성도희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고준영은 다짜고짜로 성도희에게 다가가 어머니를 껴안았습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던 것이지요. 그런데 왜 준영은 도희를 포옹하며 "엄마!"라고 한마디 불러보지 않았는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이번에는 준영이 엄마라고만 불렀어도, 아니면 성도희가 과거 어린 인주가 창고에 갇혔던 일만 떠올렸어도 감격적인 모녀상봉이 이루어졌을 텐데 그만 어정쩡한 포옹이 되고 말았습니다. 성도희는 주저하면서 겨우 준영의 등을 만진 게 전부였던 것입니다.

사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성도희로서는 준영의 이런 행동이 오히려 뜬금없었을 테지요. 성도희에게 준영은 금천장 비법을 전수해준 고마운 아이이기는 하지만, 아리랑 식재료보관 냉장고의 전원코드를 뽑고, 뜨거운 국물을 인주의 팔에 쏟아 부으며, 아리랑의 전통 육수비법을 사나래의 백설희에게 알려주고, 이제는 아리랑 공동대표로 나타나 아리랑과 자신을 죽이려 하며, 몇 차례 자신이 요리하는 모습을 훔쳐보는 못된 아이인 것입니다. 이 모두가 아리랑 명장 후계자가 되려는 하인주와 아리랑을 망하게 하여 성도희를 이기려는 백설희가 꾸민 일이지만 바보멍청이 성도희는 이 모두가 착한 고준영의 짓으로 알고 있으니 시청자로서 복장이 터지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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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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