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종묘에 해당하는 고려왕조 숭의전
조선시대 왕의 위패를 모신 사당인 종묘(宗廟)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고려시대 왕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있음을 아는 이는 별로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글쓴이도 경기도 연천의 한 모임에 참석하여 숭의전(崇義殿)으로 이동할 때만 해도 이런 사당이 있는 줄을 몰랐었다.
숭의전은 연천군 미산면 임진강변의 아미산자락 정상부 못 미쳐 조성된 아늑한 평지에 자리잡고 있다. 사당 입구에는 현지 농산물을 판매하는 가게가 늘어서 있고, 그 곁의 이름도 좋은 어수정(御水井)엔 맑은 물이 가득하다.
숭의전 입구 저자거리
숭의전 안내도와 하마비(下馬碑)를 지나 숲 속 같은 아늑한 길을 걸어가니 사당이다. 이 곳에서는 굽이쳐 흐르는 임진강의 모습이 한눈에 조망된다. 경기도 소속 문화재 해설사가 현지에 상주하면서 설명을 해 준다. 매우 알기 쉽게 풀어 해설하는 게 전문가답다.
해설사를 따라 첫 번째로 맞이한 건물이 앙암재(仰巖齋)인데 이는 봄·가을 제례 때 입는 옷과 왕건의 유품 보관 장소이다. 다음 건물인 전사청(典祀廳)은 제례를 지낼 때 제기를 보관하는 장소이다.
앙암재
이 묘전(廟殿)의 정전은 숭의전이다. 사당 건립이후 1399년 (정종 1년)에는 왕명에 의해 고려 혜종, 성종, 현종, 문종, 원종, 충열왕, 공민왕 등 고려 8왕의 위패를 봉안하였다.
그 후 1425년 (세종 7년) 태조, 현종, 문종, 원종 4왕만을 봉향토록 하였다. 1451년 (문종 1년)에는 지금까지의 사당을 숭의전이라 이름짓고, 이웃 배신청(陪臣廳)에는 신숭겸, 복지겸, 서희, 정몽주 등 고려조의 충신 16명을 배향하였다.
배신청
정전이나 배신청을 수리할 때 위패를 잠시 보관해 두는 이안청(移安廳)의 벽면에는 임진강 벼랑바위에 새겨진 글자의 사진과 글이 붙어 있고, 해설사가 유창하게 해설을 해 주었지만 여행후기를 쓰려니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안청
밖으로 나오니 수령이 약 600여 년 되었다는 보호수 느티나무 두 그루가 세월의 무게를 말해 주고 있다.
느티나무
오른쪽 돌층계를 오르니 전망대이다. 녹음이 우거져 임진강의 조망을 할 수 없지만 아래는 바로 천길 낭떠러지이다. 아까 이안청에서 보았던 암벽의 사진도 이 아래에 있던 것이다.
전망대 오름길의 돌계단
고려 왕조를 멸망시킨 조선왕조에서 이 곳에 고려왕조의 위패를 모신 사당을 세웠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이다. 그 배후에는 고려조의 충신들을 아우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조선 태종(이방원)이 죽인 고려의 충신 정몽주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는 사실이 더욱 그러하다. 매년 음력 3월3일과 9월9일 숭의대제를 지낸다.
《참고 자료》 숭의전과 썩은 소의 전설 (자료 : 다음 블로그 "반석포구")
썩은소는 미산면 아미리(峨嵋里) 임진강변에 있는 소인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하고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건국하여 왕위에 등극하면서 고려왕족인 왕씨(王氏)를 멸족시키려 하였다. 왕씨들은 살아남기 위하여 갖가지 인연에 따라 변성(變姓)이라도 하여 생명을 보존하고자, 전씨(田氏, 全氏)·김씨(金氏)·옥씨(玉氏)·금씨(琴氏)·박씨(朴氏) 등으로 변성을 하고 피신을 하였다. 그 중에 뜻 있는 왕씨 몇사람이 모여 의논하기를,
“우리들이 모두 이렇게 변성을 하더라도 우리 조상님은 한 분이니, 왕건 태조(王建太祖) 할아버지의 신주는 우리들이 안전한 곳에 편안히 머무시도록 해 드립시다.”
하여, 돌로 배를 만들어 송도에 안치된 왕건의 신위를 그 돌배에 모신 후 송도 앞 예성강에 띄우며 신위를 향하여 말하기를,
“이곳 송도 땅에서 모진 고난을 당하시느니 차라리 이 돌배를 타시고 안전한 곳을 찾아 피신하소서.”
하였다. 그 돌배는 임진강과 합류 지점에 도달하여 임진강을 역류하여 강원도 철원과 경계인 황해도 안악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강을 따라 내려오기 시작하여, 지금의 미산면 동이리 임진강 어느 벼랑 밑에 멈추어 움직이지 아니하였다. 신위를 모신 돌배를 차마 홀로 떠나 보낼 수 없어 이 돌배에 같이 타고 있던 왕씨 몇 사람들은,
“이 곳을 피신 장소로 태조 할아버지께서 정하신 듯하니, 이 곳에 모시도록 합시다.”
하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배에서 내리면서 쇠로 만든 닷줄을 매어 놓고, 근처에 사당을 지을 명소를 물색하여 정한 후 강가에 나가 보니, 하룻밤 사이에 쇠닷줄이 썩어 끊어지고 돌배는 어디로 갔는지 흔적이 없었다. 급히 하류 쪽으로 가서 찾아보니 그 곳에서 4㎞쯤 떨어진 곳의 ‘누에머리[蠶頭]’라는 절벽에 붙어서 움직이지 아니하였다. 이에 그곳 절벽 위에다 사당을 지어 태조 왕건의 신위를 모시고 ‘숭의전(崇義殿)’이라고 이름하기로 하였다. 그 곳이 지금의 미산면 아미리에 있는 숭의전 자리라고 한다.
지금도 청명한 날에는 누에머리 절벽 밑에 가라앉은 돌배가 보인다고 전하여지고 있으며, 썩은소의 유래는 하룻밤 사이에 쇠닷줄이 썩었다고 하여 ‘썩은쇠’라고 불리던 것이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말소리가 변하여, 오늘날에는 ‘썩은소‘로 불리어지고 있다고 한다.
☞ 여행안내 : 숭의전은 연천군 전곡읍에서 37번 국도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375번 지방도로 북진해 임진강의 삼화교를 건너 좌측으로 들어가면 된다. 끝.
☞ 스크랩 안내 :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penn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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