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마마 역의 고주연 부원군 김광희 역의 정호빈
좌상 오용(김병세 분)의 계략과 강림(이희준 분)의 도술로 역모죄로 몰린 부원군 김광희(정호빈 분)는 그를 살리려는 이치(차태현 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처형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런 절제절명의 순간 왜 이치는 전우치로 변신하여 처형을 막지 못하고 처형이 끝난 다음 그냥 이치로 형장에 나타났는가 하는 점입니다. 아무튼 부원군은 사위인 임금 이거(안용준 분)와 딸인 중전마마(고주연 분)가 보는 앞에서 처형을 당했습니다. 세상에 <전우치>가 이토록 잔인한 드라마인줄 미처 몰랐습니다. 그냥 필부필부(匹夫匹婦)도 아닌 임금과 중전이 장인과 친부의 허망한 죽음을 지켜보아야 하는 그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이럴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대역죄인 처형장에 임금과 중전이 임석하는 게 조선의 법도라 해도 부원군은 대역죄인이 아니라 충신이었고 좌상의 모함에 의해 이리되었음에도 법도운운하면서 딸자식과 사위를 불러 낸 좌상을 능지처참해도 분이 풀리지 않을 지경입니다. 그래도 충신 부원군이 죽음의 순간 "전하, 부디 세우신 큰 뜻을 잊지 마시고 만백성을 지켜라"는 유언은 자그마한 위안입니다.
부원군의 시신은 효수되어 궐밖에 내 걸렸는데 역적의 시신이라 누구도 수습해서는 안됩니다. 보다 못한 내금위 부사관 서찬휘(홍종현 분)가 시신을 수습하려 했지만 상선인 소칠(이재용 분)이 말렸습니다. 그러면 임금과 중전에게 화가 미친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이치가 나섰습니다. 그는 도술을 부려 수급(首級)대신 호박을 걸어놓고는 시신을 산으로 가져가 봉구(성동일 분)가 판 땅에 묻었습니다. 그런 다음 호접랑으로 변신한 무연(유이 분)이 중전을 산으로 모시고 가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게 했습니다. 전우치는 비록 봉분과 비석은 세우지 못해 비통하지만 잘 견뎌내라고 중전을 위로합니다. 전우치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부원군의 넋을 위로한다"는 쪽지를 전우치의 이름으로 효수대에 걸어 놓았지만 보고를 받은 좌상은 이를 불태우며 "이런 날이 오기를 기다렸다"고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내금위 부사관이 된 강림은 좌상의 지시에 따라 중궁전의 나인들을 잡아들이고 중전의 출입을 막아 연금상태로 만듭니다. 좌상은 결국 중전을 따르는 무리들이 부원군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술수를 부리고는 대신들을 동원해 대역죄인의 딸인 중전을 폐위시켜야 한다는 상소를 올리게 만든 것입니다. 전우치와 호접랑은 상소를 올린 대신들을 개별적으로 협박해 상소를 취하라하고 했지만 좌상의 힘이 더 강하니 이 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이치와 이혜령(백진희 분)은 명기(김광규 분)와 철견(조재윤 분) 등으로 하여금 중전구명운동용 가짜 상소를 적게 하였고, 이치는 봉구를 데리고 도승지 장사두(김승욱 분)의 집무실로 들어가 이를 폐위상소와 바꿔치기 합니다. 그런데 그만 이치는 도승지와 오규(박주형 분)에게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곤장을 맞은 이치는 옥사에 감금됩니다.
극악무도한 좌상은 임금에게 "역적의 자식인 중전을 왜 그대로 두나? 대역죄인의 여식은 공신가의 종으로 보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합니다. 전우치는 서찬휘 부사관에게 "좌상이 중전을 궐 밖으로 내 보내 죽이려 한다"고 귀띔하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중전이 위험합니다. 무연과 혜령은 생각시로 변복하여 중전을 지키는 제조상궁 맵지(장정희 분)에게 좌상이 부른다는 거짓 편지를 전해 그녀가 밖으로 나가자 중전에게 생각시 옷을 입혀 주상의 침전인 강녕전으로 모시고 갑니다. 오랜만에 중전을 본 임금과 중전은 반가운 해후를 하는군요.
전우치는 강녕전으로 들어가 중전을 궐 밖으로 안전하게 모시겠다고 했지만 중전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겠다며 반대합니다. 이즈음 좌상을 포함한 대신의 무리들은 강녕전 앞까지 몰려와 "역적의 자식인 중전을 감싸지 말라"며 이는 백성들도 원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참다못한 중전이 임금에게 "부원군께서 전하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했다"며, "이제 그만 중전을 버려라"고 합니다. 임금은 "저들은 과인을 허수아비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이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중전의 귀를 막아보지만 모두 부질없는 일입니다. 임금은 좌상을 단독으로 만나 공신의 숫자를 줄이려던 것을 그만두겠으니 중전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군요. 일국의 군왕이 신하인 좌상에게 하는 이런 애원이 가당치나 한 것인가요?
또 임금은 좌상의 뜻에 따라 이번 부원군 역모사건을 해결한 자를 새로운 공신으로 지정하기로 약조합니다. 혹을 때려다 혹을 붙인 형국이로군요. 나약한 임금은 좌상의 의도대로 움직입니다. 임금은 좌상의 강요로 결국 중전을 폐위해 궐 밖으로 내보내는군요. 중전은 옷고름을 잘라 임금에게 건네주고 임금도 이에 상당한 증표를 주며 "내 여인도 지키지 못한 못난 임금"이라고 자책하지만 이게 무슨 소용 있으리까! 세상에 이토록 답답한 일이 있을까요? 결국 하인의 흰색 옷으로 갈아입은 중전은 궐 밖으로 쫓겨납니다. 좌상의 무리들은 후환을 없애기 위해 폐위된 중전을 죽이려 할 텐데 이번에는 전우치가 나섰습니다. 전우치는 중전을 호송하는 강림의 군사들을 가볍게 제압한 후 장풍을 날려 좌상과 도승지 그리고 제조상궁을 쓰러뜨린 다음 중전을 구한 것입니다. 오랜만에 전우치가 제대로 일을 처리한 듯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서찬위 부사관이나 전우치가 좌상을 그대로 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좌상이 충신인 부원군을 역모로 몰아 죽이고, 임금의 수족을 묶은 후 중전을 폐위까지 하게 만드는 일연의 과정을 지켜보며 조정에서의 악의 축은 죄상 오용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비록 오용 곁에는 강림이 있지만 좌상이 홀로 있는 경우도 많은데 부사관과 전우치는 왜 좌상을 죽이지 않는지 참으로 답답합니다. 지금 조정은 좌상이 좌지우지(左之右之)하고 있지만 괴수인 좌상만 제거되면 그 수하들은 지리멸렬(支離滅裂)하고 말 것이거든요. 아무튼 이제 전우치의 장풍 맛을 본 좌상이 또 어떤 꼼수를 부릴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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