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 뒤바뀐 강지녕 역의 이요원, 백광현 역의 조승우
<마의>에서 가장 악랄한 인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수의 이명환(손창민 분)입니다. 이명환을 따르는 조 판관과 몇몇 의녀들, 그의 수하 강정두(서범식 분)는 이명환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므로 이들은 이명환의 신변에 무슨 일이 있으면 한방에 정리될 떨거지들입니다. 이명환의 뒷배였던 좌상 정성조(김창완 분)는 이제 이명환 때문에 자신의 정치생명이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백광현(조승우 분)을 찾아가 어의(御醫)와 수의(首醫)를 시켜주겠다고 달콤한 유혹을 하기도 했습니다. 스승 사암도인(주진모 분)과 수제자 백광현에게 복수하고 싶어 이명환에게 접근했던 삿갓남 최형욱(윤진호 분)도 이명환이 자신을 죽이려했고, 사암이 자신을 화마(火魔)에서 구해주자 드디어 두 사람에 대한 적대감을 버린 듯 합니다.
이제 이명환의 유일한 뒷배는 대비마마(김혜선 분)입니다. 대비는 처음부터 백광현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일개 무지랭이로 천한 마의출신이 궁에 들어와 의관이 되고 현종(한상진 분)과 숙휘공주(김소은 분)의 총애를 받은 게 가당치 않다고 생각한 때문입니다. 치사율이 높은 질병인 발제창(목 부위의 악성종기)으로 대비가 위독해지자 혜민서 신 제조는 환부를 절개하는 게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했지만 대비는 자신의 몸에 칼을 대고 싶지 않다며 버텼습니다. 결국 대비의 고집에 현종도 이명환에게 시료를 맡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현종도 참으로 딱한 사람입니다. 아무리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다고 해도 우상으로부터 이명환이 저지른 죄를 보고 받은 후 의금부에 추국청을 설치하여 정성조와 이명환 그리고 백광현을 추국하라고 추상같은 어명을 내린 상황에서 대비의 고집을 꺽지 못하고 이명환에게 시간을 벌게 해준 것입니다. 이명환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대비에게 시침과 탕약을 처방했지만 전혀 차도가 없이 오히려 종기가 더욱 악화되어 탕약을 먹을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이명환은 해서는 안될 처방을 했습니다. 바로 통증완화용 앵속(마약인 양귀비)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입니다.
그 후 대비전을 방문한 현종에게 통증이 완화된 대비는 수의가 애를 많이 써 나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현종은 이 말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지요. 신 제조는 이명환이 어떻게 시료하는지 알고 싶었지만 이명환 심복들은 수의가 시료일지와 약제출납장부의 노출을 금지했다며 보여주지 않습니다. 앵속처방으로 대비의 통증은 일시적으로 완화되었지만 환부는 더욱 악화되어 혈수(핏물)가 많이 나옵니다. 수의는 피 묻은 수건을 감추도록 지시하는군요. 그렇지만 세상 비밀은 없는 법입니다. 소가영(엄현경 분)으로부터 수의가 무슨 처방을 하는지 알라봐 달라는 부탁을 받은 의학교수 권석철(인교진 분)이 이를 발견했고, 신 제조도 알게 되었습니다. 백광현은 많은 핏물을 보고는 병이 악화되어 위험하게 되었으며, 대비가 통증이 완화되어 병이 나아진다고 느낀 것은 수의가 환각성 진통제인 앵속을 사용해 모두를 속인 것이라고 단박에 알아차렸습니다.
백광현이 신이 아닌데 어찌 이를 한방에 알았을까요? 바로 최형욱이 광현에게 한 말 때문입니다. 광현은 강지녕이 출생의 비밀을 알고는 멘붕상태에 빠지자 심기가 매우 불편했습니다. 그런 광현을 본 최형욱은 관상을 보니 일이 잘 안 되는 모양이라고 삐딱하게 말한 뒤, 대비가 차도를 보인다는 소문은 거짓이며, 발제창은 원래 시침이나 탕약으로는 듣지 않는 병이기에 수의가 도술을 부려 시간을 벌려는 수작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신 제조는 혈수가 묻은 수건을 현종에게 보여주며 지금 대비의 병세가 더욱 악화되었다고 했지만 이명환은 나아지고 있다고 항변했습니다. 대비의 환부를 확인한 신 제조는 오히려 병세가 악화되었다고 보고했고 드디어 현종은 대비에 대한 시료를 광현에게 맡기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비입니다. 대비는 짐승을 만지던 손으로는 안 된다며 완강하게 거절하며 수의를 다시 부르라고 소리친 것입니다. 광현은 직접 대비전으로 들어가 더 늦기 전에 시료를 받지 않으면 물조차 넘기지 못하고 생명이 위험해 진다고 간청했지만 대비는 광현의 얼굴에 탕약을 확 끼얹으며 "네 놈의 손에 놀아날 수 없다. 어서 끌어내라!"고 발악을 합니다.
하는 수 없이 광현이 밖으로 나오자 이번에는 강지녕(이요원 분)이 대비전으로 들어가 "백 의관이 마의출신이라서 시료를 거부하나? 만일 백 의관이 천인이 아니라 명문 양반가의 후사(적자)라면 어찌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놀라는 대비의 모습을 보여주며 제45회가 끝났는데, 지녕은 백광현을 위해 자신을 버리기로 결심한 듯 합니다. 강지녕은 백광현과 이성하(이상우 분)가 자신을 아주 먼 곳으로 보내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는 양주의 숙소를 탈출해 도성으로 돌아왔습니다. 서두식(윤희석 분)에게 부탁해 포청의 검시일지에서 백석구의 시신인수자로 장인주(유선 분)가 기록된 것을 확인하고는 인주를 찾았는데, 인주는 결국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고 말았습니다. 인주로서도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지요.
강지녕은 지나간 세월을 되새기며 자신이 겪어야 할 고통과 고난을 광현이 치렀다고 자책하면서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결심했습니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기록한 서찰을 의금부 서두식에게 전달했고, 놀란 서두식은 사헌부 장령인 이성하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강지녕은 출생의 비밀을 밝히며 백광현이 양반가 강도준의 자식임을 폭로한 것입니다.
사실 이번에 대비가 강하게 저항하지만 않았더라면 이번 사태는 광현의 싱거운 승리로 끝났을 것입니다. 이명환이 지난번 숙휘공주에게 사향을 사용하여 두창을 악화시켰고, 이번에 대비에게 앵속을 사용하여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고 위장한 사실을 현종이 알았더라면 그냥 두지 않았을 테지요. 아무튼 제작진은 처음부터 이런 갈등관계를 예상하고 대비를 이명환의 뒷배로 자리 매김했을 테지요. 이제 강지녕의 고백을 들은 대비가 광현에게 시료를 허용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명환의 악행도 거의 막판에 다다른 듯 보여집니다. 물론 <마의>가 끝나려면 아직 5회를 더 방영해야하기에 이명환에게 또 어떤 비겁한 수가 남아있는지는 시청자로서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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