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이명환 역의 손창민
명색이 의관인 수의 이명환의 악행의 끝은 어디일까요? 이번에는 숙휘공주의 두창(천연두)을 악화시키기 위해 사향을 사용했음이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이를 제안한 삿갓남 최형욱을 불에 태워 죽이려 하였습니다. 이렇게 나가면 이명환은 자신이 지금까지 저지른 끔직한 범죄행위에 대해 한번도 반성 없이 끝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백광현이 며칠동안 행방이 묘연하다가 다시 나타나 제일 처음 만난 사람은 이명환의 아들 이성하였습니다. 이성하는 사헌부 장령으로 일하고 있는데, 광현은 친부 강도준과 양부 백석구 및 스승 고주만의 죽음에 이명환이 관련되어 있다며 도움을 요청합니다. 놀란 이성하는 광현에게 제정신이냐고 반문하더군요. 아들보고 부친의 범행을 밝혀내라고 하였으니 그럴 만도 하지요. 성하는 내 손으로 아버지를 쓰러뜨려야 하느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광현은 그 길만이 부친의 목숨을 구명할 길이며 죽음만은 면할 길이라고 하면서, 강지녕에게 출생의 비밀을 알려주거나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습니다.
이성하는 아버지와는 달리 사리판단과 공사(公私)가 분명한 인물입니다. 고민하던 성하는 광현에게 어찌 도우면 되는지 물었는데, 광현은 사헌부가 살인사건을 조사하는데 필요한 투서라며 서찰을 건네줍니다. 과거 정성조 대감의 비호를 받은 이명환이 동료의원이었던 이형익을 침으로 죽였는데, 이형익은 소현세자의 마지막 시료담당의원이었고, 후일 정성조가 이 사건을 무마시켰답니다. 정성조는 백석구를 이형익의 살인범으로 몰아 잡으려고 했답니다. 광현은 침으로 이명환이 이형익을 죽이는 걸 직접 목격하였고, 이를 알게 된 강정두 군관이 끝까지 자신을 추적했다면서 이 문제를 공론화시켜 이명환과 좌상 정성조를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광현은 이형익의 처가 보관해 오던 시료일지를 증거로 확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자 이성하는 소현세자와 숙휘공주관련 아버지의 일은 함구해 달라고 요청하더군요. 사실 왕실과 관련된 범죄가 밝혀지면 이명환은 죽은목숨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 사헌부 지평이 이명환을 이형익 의원의 죽음과 관련 투서가 접수되었다면 연행해 갔습니다. 이명환은 아들에게 이는 모함이고 날조라고 오리발을 내밀더군요. 좌상도 이명환에게 아들로 하여금 조사를 중단하도록, 이명환은 증거가 없으므로 잘 버티면 된다고 합니다. 이즈음 의금부 서두식은 군사들을 풀어 좌상과 이명환을 보호하는 것처럼 위장하고는 실제로 이들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좌상은 이명환이 화근이라며 진작 싹을 잘라 버리지 못했음을 한탄하더군요.
백광현은 이명환을 보자마자 여기서 멈추고 스스로 물러난다면 목숨만은 부지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아직까지는 살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남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은 그만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요. 이대로 있다가는 이명환과 함께 골로 간다고 생각한 좌상 정성조가 이명환의 심복 조 판관에게 "수의를 처리해야 하겠으니 최형욱을 데려 오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명환과 최형욱이 공주의 처소에 사향을 뿌려 두창을 악화시킨 일을 알고 있었거든요. 예로부터 낮말은 새가 듣는다고 했지요. 정성조의 말을 이명환의 또 다른 심복인 수의녀(?)가 듣고는 이를 이명환에게 고자질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 최형욱이 머무르는 초가에 복면의 사내들이 나타나 밖에서 문을 걸어 잠군 후 불을 질렀습니다. 놀란 최형욱이 탈출을 시도하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위기에도 주인공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입니다. 지금은 비록 망나니로 변했지만 그래도 한 때는 제자였던 최형욱을 바르게 인도하려는 사암도인이 최형욱을 찾아왔다가 화재현장을 목격하고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 중화상을 입은 그를 구해낸 것입니다. 이는 바로 귀양을 갔다가 돌아온 이명환의 심복 강정두 군관일행이 저지른 살인미수사건입니다. 조 판관은 좌상에게 최형욱의 은신처가 불탔다고 보고하네요. 이명환은 이번에도 범행의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끔찍한 살인을 자행하러 했더군요. 이명환이 하는 짓을 보면 요즈음 흉악범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명환은 좌상에게 지금까지 거래내역이 적힌 서책을 던져주며 말년에 팽 당한 사냥개가 되면 곤란할 테니 마음을 고쳐 먹고 나를 지켜달라고 협박합니다. 이명환의 말에 좌상도 속수무책입니다. 구린데가 있으니 당연하겠지만 결국 함께 몰락의 길을 걷겠지요. 이명환과 정성조는 사헌부 지평앞에 나아가 대질심문을 받습니다. 왜 이형익 사망사건에 관련된 이명환을 도와주었느냐는 질문에 좌상이 머뭇거리자 이명환은 동료의원의 죽음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발뺌합니다. 잠시 후 당시사건의 목격자로 나타난 인물은 모함으로 죽은 백석구의 양자인 백광현입니다.
이명환은 광현에게 네놈이 어찌 살아있었느냐고 악을 썼는데, 광현은 친부와 양부의 생명을 앗아갔으니 사죄하라고 요구합니다. 이명환은 물증이 있는지 묻고는 강지녕의 과거가 밝혀지면 관비로 떨어질 것이라고 거꾸로 협박하지만 광현은 자신있게 지녕은 아주 멀리 떠날 것이기에 그녀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광현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광현은 이미 이성하와 장인주의 도움을 얻어 지녕을 안전한 곳으로 빼돌렸기 때문입니다. 숙휘공주가 광현의 시술로 두창(천연두)과 현옹(인후의 종기)에서 회복되자 왕실에서는 공주를 양주로 휴양 보냈는데 이 때 강지녕을 수행원으로 딸려 보낸 것입니다. 그리고 이성하도 급히 말을 달려 어디론가 갔는데 아마도 지녕을 보호하려 함일 것입니다.
이명환은 강지녕을 미끼로 백광현과 맞서려 하고 있습니다. 강정두 군관을 양주관아로 보내 강지녕의 과거기록을 찾았거든요. 문서보관소 직원의 말에 의하면 며칠 전 광현도 이곳을 다녀갔다고 합니다. 우상은 현종에게 이번 투서 건에 대해 보고했는데, 이제 현종도 이명환과 정성조가 이리의 탈을 쓴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인간임을 알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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