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가 <오로라-황마마 러브라인 결말암시>라는 글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오로라 공주>의 러브라인은 오로라(전소민 분)-황마마(오창석 분)의 해피엔딩으로 결국 막을 내릴 것입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두 사람의 러브라인이 순탄하게 진행되면 솔직히 극의 내용이 단조로워 재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제작진은 중간에 여러 갈래의 갈등을 추가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높이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초반에 오로라가 자신의 집안을 속이고 은둔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황마마에게 접근하여 결혼을 제안하는 등 러브라인이 급격하게 진행된 것도 나중에 다각의 러브라인을 구축하기 위한 하나의 작전이었을 것입니다.
황마마 역의 오창석 오로라 역의 전소민 설설희 역의 서하준
그 후 오로라는 부친의 교통사고사망과 천왕식품의 부도로 졸지에 알거지가 되었고, 이를 모르는 마마는 연락을 끊어버린 오로라에게 당한 배신감에 치를 떨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왕여옥(임예진 분)의 딸 박지영(정주연 분)이 마마를 일방적으로 좋아하게 되었고, 마마도 호구지책으로 배우가 된 로라와 우여곡절 끝에 로라를 이해한 후 다시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로라의 매니저인 훈남 설설희(서하준 분)가 로라의 수호신으로 등장하는 등 오로라-황마마-박지영-설설희 간 4각의 러브라인이 불꽃튀는 경쟁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그런데 박지영은 황마마에게 진심을 고백하였지만 마마는 로라를 좋아하며 "로라로부터 차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지영은 로라가 뭔데 마마를 차느냐며 히스테리를 부리다가 제풀에 그만 물러서고 말았습니다.
4각의 러브라인에서 박지영이 빠졌으면 남아 있는 세 사람 즉 오로라를 사이에 두고 황마마와 설설희간 3각의 러브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어야 하는데, 애인이 있다고 거짓말한 설희는 드라마 알타이르 촬영이 끝나면 로라에게 고백하겠다며 기다리는 중이고, 설희의 부모도 로라를 "오드리 될 뻔"이라고 부를 정도로 일등 며느리 감으로 점을 찍었지만 아직 정식으로 만나보지도 못한 채 김칫국만 마시며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로라입니다. 오로라는 지난번 세 오빠가 마마의 세 누나들로부터 수모를 당했음을 알고는 다시는 마마를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마음을 단단히 먹는 듯 했지만 마마는 로라 대신 로라의 모친 사임당(서우림 분)에게 접근하여 입 속의 혀처럼 아양(?)을 떤 덕분에 사임당은 물론 오로라의 환심을 다시 사게 되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로라는 마마의 기습포옹 한방에 넘어가 마마와 결혼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쯤 되면 로라는 시간을 벌면서 마마에게 자신을 반대하는 누나들을 설득해 달라고 요구해야 하는데, 당돌한 로라는 마마에게는 한마디 상의하지도 않고 두 번씩이나 마마의 집을 찾아가 세 누나들에게 마마와 결혼하겠다고 어깃장을 놓았습니다.
마마의 세 누나 중 특히 큰누나 황시몽(김보연 분)은 자신이 경영하는 프랑스 음식점 베르사이유에 와서 남은 음식을 싸가겠다고 똥고집을 피운 싸가지 없는 로라를 절대로 올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에 코드가 맞지 않으니 결혼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런데 로라는 또 불쑥 세 누나들을 찾아갔습니다. 이번에는 얼굴에 철판을 깐 듯 결혼을 허락할 때까지 돌아가지 않겠다며 우스개 이야기도 하고 저녁도 얻어먹습니다. 그러자 시몽은 마마에게는 이미 결혼상대자가 정해졌다며 거짓말을 합니다.
귀가한 마마는 누나들에게 "로라와 정리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로라랑 결혼해 행복하게 살 것을 확신한다. 매일 그 집 찾아가 겨우 마음 돌렸다. 로라 보지 않고는 못산다"고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이대로 두어서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한 누나들은 로라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이들은 사임당에게 "로라 같은 애를 누가 며느리 삼겠나? 올케 감은 절대 아니다. 결혼도 안하고 동생 뒷바라지 해 왔는데 교양 없는 애와는 안 된다"고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기가 막힌 상황에 사임당은 눈물을 글썽이는데 마침 귀가한 로라가 "동생을 포기시켜야지 왜 어머니를 공격하느냐?"며 대듭니다. 이 때 마마가 들어오자 로라는 "지긋지긋해서 절대 결혼 안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현 상황에서 로라와 마마의 러브라인은 어차피 난관에 봉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야 지금까지 뜸만 들인 로라와 설희의 러브라인이 끼어 들게 되거든요. 그렇지만 지난 진행과정을 보면 솔직히 마마의 사임당 집중공략에 사임당-로라 모녀가 홀랑 넘어간 것은 어처구니가 없어 보입니다. 로라는 오빠들이 당한 것을 알고는 마마와 1차 결별을 선언했고, 이번에는 어머니가 당한 것을 알고는 2차로 결별을 선언했으니까요. 1차 결별은 이해가 되지만 2차 결별파동은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입니다. 로라는 자기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가족들이 당할 때마다 사랑을 포기하는 줏대 없는 아가씨로 전락하고 만 느낌입니다. 마마를 예비사위로 생각했던 사임당은 설희가 재벌아들임을 알게 될 경우 마마에게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는 설희에게 푹 빠지겠지요.
그런데 이번에야말로 로라의 결심은 확고한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 설희가 로라를 태우려 집 앞에 왔을 때 황마마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로라는 마마에게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상대하지 않았습니다. 자동차로 뒤따르는 마마를 따돌린 뒤 카페로 들어간 로라는 설희에게 마마와 사귄 경위를 설명하며 앞으로 마마를 막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잠시 후 설희는 마마에게 "로라는 이미 마음을 접었으니 마음을 돌리라"고 요청하네요. 귀가한 로라는 설희에게 "오빠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해 설희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군요. 이제부터 본격적인 삼각러브라인이 시작될 조짐이 보입니다. 한편, 사임당이 집안 일을 거들어 주면서 용돈이라도 벌어보려고 소개를 받아 찾아간 곳이 하필이면 설설희의 집이네요. 사임당의 엉뚱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무척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무리였던 로라의 세 오빠와 마마의 세 누나들간 이른바 4중 겹사돈 문제가 정리된 후 밋밋한 러브라인을 대체한 것은 박사공(김정도 분)과 나타샤(송원근 분) 간의 동성연애였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동성애 문제를 오래 지속시킬 수가 없어 나타샤를 하차시키고 박사공을 양성애자로 둔갑시켜 황미몽(박해미 분)의 숨겨둔 딸 노다지(백옥담 분)와 달달한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로라공주>의 러브라인 중에서는 그나마 박사공-노다지 커플의 등장이 제대로 된 듯 보여집니다. 물론 후일 노다지의 생모가 미혼모인 황미몽임이 밝혀진다면 왕여옥도 생각이 달라질지 모르겠지요.
이런 구도의 러브라인만으로는 부족했던지 제작진은 윤해기(김세민 분) 감독을 내세워 세 여자와의 4각 러브라인을 꾸밀 태세입니다. 박지영의 과부 어머니 왕여옥이 제일 먼저 흑심을 품었고, 방송국 분장실 노처녀 푸르메(김예령 분)도 윤 감독에게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황시몽이 윤 감독과 춤을 추며 기습 키스하는 장면을 상상하고는 가슴 설레고 있습니다. 아무튼 드라마 <오로라 공주>가 진행되면서 원칙과 줏대도 없는 러브라인이 난무하여 짜임새 있는 가족과 사랑이야기를 기대한 시청자들을 실망시키는 듯 하여 매우 안타깝습니다.
한편, 보통 드라마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악녀가 없는 것도 드라마를 밋밋하게 만드는 요인인 듯 합니다. 전작인 <오자룡이 간다>에서는 자룡의 고교동창인 김마리(유호인분)가, <백년의 유산>에서는 이세윤을 짝사랑하는 김주리(윤아정 분)가, <착한 남자>에서는 태산 서정규 회장의 후처인 한재희(박시연 분)가, 그리고 방영중인 <최고다 이순신>에서는 신준호의 연인이었던 최연아(김윤서 분)가 악녀의 중심에 서서 극의 긴장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이와 같은 악녀로 인해 욕을 하면서 본다는 말을 하지요. <오로라 공주>에서 이런 역할을 담당할 인물은 박지영으로 보여지지만 지금은 존재감 마저 사라져 앞으로 이런 악역을 기대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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