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왕광박 역의 이윤지

왕가네 식구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정말 하루라도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가장인 왕봉(장용 분)의 장녀 왕수박(오현경 분)은 과거 첫사랑 허우대(이상훈 분)와 눈이 맞아 착한 남편 고민중(조성하 분)과 이혼을 선언한 상태이고, 차녀 왕호박(이태란 분)의 남편 허세달(오만석 분)은 은미란(김윤경 분)과 바람을 피우다가 버림받은 후 개과천선해 지금은 고분고분하게 가정주부로 변신해 집안살림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왕봉의 동생 왕돈(최대철 분)은 왕호박의 시누이인 허영달(강예빈 분)과 술김에 묻지마 동침을 하여 덜컥 임신하는 바람에 결혼을 서두르고 있어 겹사돈이 될지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 

왕가네 가족들 중 가장 애절한 사랑을 한 이는 셋째 딸 앙광박(이윤지 분)입니다. 학교선생이었다가 작가의 꿈을 실현시키기 사표를 내고 프리랜스로 처음 인터뷰한 인물이 중졸학력의 중장비 사장 최상남(한주완 분)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을 올리고 교외 스키장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는데, 광박은 시아버지 최대세(이병준 분)의 긴급호출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세는 광박에게 전화해 2시간 내로 집으로 오도록 명령했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상남은 신혼여행 후에는 처갓집에 먼저 들러 인사하는 게 예의라며 왕봉의 집으로 가서 식사까지 하고는 귀가했는데, 최대세는 거실로 들어서는 아들 상남에게 베개를 집어 던지며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식당에서 친인척만 초대해 조촐한 결혼식을 치른 후 광박은 대세의 처제 오순정(김희정 분)에게 포장지에 예쁘게 싼 조그마한 선물박스를 건네주면서 시아버지에게 주라고 부탁했습니다. 대세는 처제로부터 며느리의 선물을 전해 받고 박스를 열어본 후 넥타이와 핀을 보고는 기분이 매우 흡족해 했습니다. 그런데 동봉된 봉투를 열어본 순간 대세의 얼굴색이 확 변했습니다. 그 봉투 속에는 기념품 가게점원이 건네준 감사인사장의 샘플이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광박은 결혼하기 전날 밤 이 샘플을 참고하여 구구절절한 감사편지를 작성하였고, 꽃까지 붙여 다림질하는 등 정성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었습니다. 이 편지를 말린다고 소파 위에 놓아둔 걸 그냥 잊은 채 결혼식장으로 갔고, 여동생 왕해박(문가영 분)에게 부탁해 편지를 기념품 박스에 넣어 달라고 부탁했던 것입니다. 마침 광박이 정성을 들여 만든 편지는 수박의 딸 애지(이예선 분)가 발견하고는 꽃을 떼어버리며 훼손했고, 이런 사정을 모르는 해박은 광박의 책상 위에 있는 사각봉투를 언니가 말하는 봉투로 착각하고는 그냥 선물박스에 넣어 포장을 한 것입니다.


대세는 친정부터 먼저 다녀온 며느리 광박에게 편지를 집어 던지며 이는 시아버지를 무시한 처사라며 분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거품을 품었습니다. 광박은 진짜 편지가 따로 있다고 변명해 보지만 대세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옆에 있던 오만정(이상숙 분)도 신혼부부가 여행마치고 귀가하면서 한복도 안 입고 오느냐며 빈정거립니다. 대세는 광박에게 결혼 허락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하라고 소리치고는 안으로 들어갑니다. 광박은 시아버지 방으로 가서 절을 하려 했지만 대세는 그냥 나가버립니다. 다음날 대세는 광박의 아침 문안인사도 받지 않습니다. 대세로서는 며느리 광박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화가 단단히 날 만도 합니다. 차라리 선물 속에 편지를 넣지 않은 게 나았을 테니까요?

그런데 제작진은 왜 이런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순진하고 착한 왕광박을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결혼식 당일 바쁘다고 할지라도 시아버지에게 줄 선물을 챙기지 않은 것은 젊은 사람으로서 있을 수 없는 실수거든요. 왕광박-최대세 부부가 결혼을 너무 빨리 한 감이 있기에 앞으로 좀더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광박과 시아버지와의 갈등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광박의 선물용 감사편지 실수는 너무 억지로 만든 느낌이 드는군요.

앞으로 광박에게 남은 숙제는 시아버지와 화해하는 문제와 시어머니 행세를 하려는 대세의 전 부인 오만정과의 관계정립입니다. 이미 만정은 광박의 결혼을 앞두고 혼수비 조로 돈을 요구해 500만원을 뜯어냈습니다. 만정은 광박이 건네주는 500만원을 확인하고는 "내가 우습냐? 거지냐? 인간적으로 성의를 보여야지 500만원이 뭐냐? 내가 마음먹으면 결혼 못하게 할 수 있다. 나 이래 보여도 왕년에 다방을 운영할 때 날렸던 여자다. 아들 상남이를 부르겠다"고 호통을 치며 광박을 협박을 합니다. 광박은 상남을 부르든 말든 마음대로 하라고 쏘아붙이고는 돈을 두고 나옵니다.

 

솔직히 만정이 결혼식에 참석했더라면 무슨 쇼가 벌어졌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결혼식에 가려고 집에 들린 만정을 동생 순정이 한옥을 입어야 한다며 지하창고로 유인해 감금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창고에 갇혀 지랄발광을 하는 만정에게 순정은 "결혼식 망치는 꼴을 보지 못한다"고 소리질렀는데, 이 장면은 정말 속이 시원하더군요. 만정은 결혼식을 마치고 귀가한 순정을 때리며 분을 삭이지 못합니다. 순정은 "사돈댁에서 보면 상남의 입장만 난처해진다"고 만정에게 경고합니다.

대세는 만정에게 신혼여행 다녀온 아들을 보고 떠나라면서 하루 여유를 주었는데, 광박이 집안에서 세탁하고 청소하며 정신이 없는 사이에 나타난 만정은 밥을 차려 달라고 요구합니다. 광박이 성의껏 밥을 차려주자 만정은 "이거 나 먹으라고 차렸나? 친정에서 요리도 안 배우고 뭐했나? 신혼여행 떠나서 왜 시어머니인 내게는 전화 안 했냐?"고 잔소리를 늘어놓습니다. 앞으로 광박이 시아버지 최대세의 노여움을 어찌 풀지, 그리고 느닷없이 등장한 시어머니(사실 대세와 이혼했으니 시어머니도 아니지만 상남의 생모이니 어쩔 수 없는 형편) 오만정의 간섭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관전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728x90
반응형
Posted by pennpen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