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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남한지역을 일주하는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휴전선의 DMZ 평화누리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서쪽바다와 함께 걷는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의 송호리 땅끝탑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북쪽 인천 강화도 평화전망대에 이르는 103개 코스 1,804km에 달하는 장대한 트레일 코스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드넓은 갯벌과 황홀한 일몰, 그리고 종교와 문물교류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서해랑길 김제 51코스는 죽산면 소포리 동진강 석천휴게소에서 출발해 진봉면 심포리 심포항에 이르는 23.4km의 도보길로, 동진강에서 출발해 만경강에 이르는 김제평야의 중심인 길을 걸으며 지방도를 따라 형성된 3km구간의 메타세콰이어길과 한때 조개잡이로 번성했던 심포항을 만납니다.
51코스의 출발지는 죽산면 소포리 동진강 석천휴게소입니다. 동진강은 정읍시 산외면의 상두산(象頭山, 575m)에서 발원하여 김제평야를 지나 황해로 흘러드는 길이 약 45km의 강입니다. 동진강은 북측과 동측은 만경강 유역에 접하고, 남측으로는 섬진강 및 영산강 유역과 접하고 있으며, 서측으로는 변산반도 국립공원과 접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코스의 거리가 23.4km에 달해 이를 완주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초반 6km정도를 단축해 신평천을 가로지르는 수교삼거리(죽산면 종신리 소재, 새만금농산 인근)에서 출발합니다. 711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이곳은 바로 두루누비(서해랑길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메타세콰이어길을 볼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새만금농산 앞에는 서해랑길 이정표와 한국기독교 역사 및 순교사적지 안내문이 있는데, 여기서 좌측의 남서쪽 1km 거리에 있는 대창교회는 구한말인 1903년 세워졌는데 이는 전북지역의 첫 번째 자생교회였으며 6.25전쟁 중 4명의 교인(목사와 신도)이 신앙을 지키다 순교한 곳입니다.
신평천에 걸린 수교를 건너 좌측으로 갑니다. 수문이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작은 수로를 따라 걷습니다. 길섶에는 폐허로 변한 건축물이 인상적인데 무엇보다도 이제부터는 황금들판으로 변해 가는 드넓은 김제평야의 곡창지대를 지겹도록(?) 누빌 계획입니다.
김제평야는 전북 김제시를 중심으로 정읍시·부안군·완주군 일부를 포함한 지역에 펼쳐진 평야로 김제만경평야라고도 합니다. 남쪽의 동진강과 북쪽의 만경강 유역에 발달된 평야와 그 주변의 넓은 야산지대 중심의 평야로 한국 최대의 곡창지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곳 밭작물은 초기에 보리, 밀, 호밀, 고구마 등이 재배되다가 고구마, 감자, 수박, 고추, 땅콩, 인삼, 무, 배추 등 구릉지 토양에 적합하고 농가소득을 올리는 경제성 작물로 바뀌었으며, 구릉지 개간지는 논과 밭 이외에 과수원, 목장, 공장 등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수로를 따라 일직선으로 다가가 우측으로 몸을 돌려세운 다음 잠시 후 들녘요양원 앞에서 지평선로를 이용해 좌측으로 갑니다. 남포2구 버스정류장, 국공립 남포어린이집, 김제성덕우체국, 남포교회, 남포떡방앗간, 남포들녘정보화마을을 차례로 지나 남포들녘관에서 좌측으로 진입해 지평선로를 빠져 나갑니다. 남호경노당을 지나 수로를 다시 만났는데 수염이 엄청 긴 보리밭이 눈길을 끄는군요.
지평선로의 남포5구 버스정류장을 뒤로하고 큰 도로를 벗어나 남포교와 선광정미소를 뒤로하고는 대파를 보면서 발걸음을 옮기면 규모가 큰 배수갑문과 양수장이 있는데 현지 안내문에도 양수장의 이름이 없어 매우 아쉽더군요. 길목의 버스정류장에는 지평선축제를 알리는 홍보물이 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김제평야의 중심지인 김제는 “지평선의 고장”이라고 하는군요. 서해랑길 51코스 시작점에 “지평선 김제”라는 대형 입간판이 있었는데 그 연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우뚝 선 거목을 보면서 시멘트포장길을 걸어갑니다. 그런데 들판에는 비닐하우스 설치용 반원형 철근이 군락을 이루어 놓여 있습니다. 처음 이를 보았을 때는 새로 비닐하우스 설치용 자재(철근)를 쌓아놓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감자를 수확하느라 이를 철거하고 후일 다시 설치하기 위해 적치해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눈을 평야로 돌리면 하늘과 땅 사이에 보이는 곳이라고는 지평선뿐입니다. 군평노인정을 지나자 실제로 비닐하우스의 비닐을 걷어내고 감자를 수확하는 인부들이 보입니다. 길섶에는 클로버 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네요. 비닐하우스 감자는 이미 수확을 하지만 야외 밭 감자는 아직 수확철은 아닌 모양입니다.
진흥경노당과 축사(畜舍)를 지나면 상당히 규모가 커진 수로를 만났는데 이름 모를 마을을 지나자 정말 광활한 김제평야의 진면목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이곳의 행정구역도 김제시 광활면이로군요. 길목에 공사를 하고 있어 현지 안내문을 보니 “금강지구 영농편의 증진사업”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창제교 옆에는 서해랑길 공식 이정표가 있는데 목직지인 심포항까지는 5km를 더 가야합니다.
계란반숙 같은 모습의 화사한 샤스타데이지 꽃의 인사를 받으며 수로를 따라 갑니다. 진행방향으로 가야할 봉화산(85m)의 능선이 바라보입니다. 길목에서 만난 수염이 하나도 없는 깔끔한 열매는 호밀인지 다른 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봉화산 남쪽 거전버스종점에는 새만금바람길 안내도가 있군요.
여기서 좌측으로 구부러져 우측으로 진입하면 봉화산 숲길이 시작됩니다. 정상인 봉수대까지는 1km를 더 가야하네요. 지금까지 딱딱한 포장도로만 걷다가 폭신폭신한 숲길을 걸으니 발다닥으로 전해지는 촉감이 매우 좋습니다. 소나무 숲을 지나면 봉화산 봉수대입니다. 봉수대는 횃불(밤)과 연기(낮)로 소식을 전하던 옛날 통신방법이지요.
정상에서 안하마을 방면으로 하산합니다. 당산나무쉼터에서 우측으로 조금 가면 민가에 옹기로 도자기공예작품을 만들어 놓은 게 매우 인상적입니다. 안하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들어서면 도로공사가 한창인데 바로 포항에서 새만금을 이어주는 고속도로공사(새만금-전주 고속도로) 공사구간입니다.
굴다리를 통과하면 목적지인 심포항입니다.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 소재 심포항은 만경강이 서해와 만나는 지점에 조성된 포구입니다. 예전에는 그 규모가 꽤 컸었으나 현재는 새만금간척지조성사업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심포항은 조개의 집산지로 이 일대 갯벌에서 잡은 조개들이 전국 각지로 팔려나갔으나 현재 새만금방조제 공사가 끝나면서 바다가 아니라 거대한 호수로 변했으며, 어민들의 생존공간이었던 갯벌은 요즘 체험학습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심포항은 이름은 그대로 남아있지만 새만금조성으로 인해 항구로서의 기능은 상실된 상태입니다. 선착장에 정박된 배들도 운항이 가능한지 의문이며, 포구에 올려진 선박들은 거의 폐선수준입니다. 또 어구들이 지저분하게 늘려 있어 이의 정리가 필요하지만 새만금개발청과 김제시 간에 누가 치워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심포항이 있는 이곳은 만경강하류입니다. 만경강은 전북 완주군 동상면과 소양면의 경계인 원등산(遠登山, 713m)에서 발원하여 호남평야의 중심부를 지나 서해로 흘러드는 길이 74km의 강으로 군산시 옥서면과 김제시 진봉면 사이를 지나 새만금간척지로 흘러듭니다. 심포항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조성된 해상교량이 보이며, 북동쪽으로는 만경강 상류로 이어집니다.
오늘 17.5km를 걷는데 4시간 남짓 걸렸습니다. 원래 거리는 23.4km이지만 초반 약 6km거리를 단축한 탓에 무사히 걸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마지막 봉화산 숲길을 제외하고는 딱딱한 포장도로에서 발바닥이 좀 불편했고 드넓은 김제평야의 지평선을 보는 것도 나중에는 참 지루했습니다. 그래도 서해랑길 코스 덕분에 평생 경험하기 어려운 김제평야에서 한 나절을 보낼 수 있게 되었음은 큰 보람입니다. 이날 바람은 다소 강하게 불었지만 트레킹을 마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서해랑길 김제 51코스 개요》
▲ 일자 : 2024년 5월 11일 (토)
▲ 코스 : 동진강석천휴게소-(버스이동)-수교삼거리-수교-남포어린이집-남포교-군평노인정-거전버스종점-봉화산(봉수대)-안하삼거리-심포항
▲ 거리 : 17.5km
▲ 시간 : 4시간 1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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