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대와 인수봉의 바로 밑에 자리잡고 있는 백운산장의 뜰에는 6.25때 조국을 지키려다가 장렬히 산화한 위인의 넋을 기리는 충혼비가 보입니다.
산장 옆에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물게 두레박을 이용하여 물을 깃는 우물이 있습니다. 고도가 높은 데도 불구하고 사시사철 물이 마르는 법이 없어 목마른 길손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산장에는 국수와 라면, 손 두부와 막걸리 등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음식을 판매합니다. 건물의 출입문 위에는 백운산장(白雲山莊)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필자는 산장을 통과한 시각을 확인하려고 무심코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귀가한 후 산행후기를 작성하면서 사진을 확인해 보니 현판에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마라토너 손기정 옹(1912-2002)의 서명이 있습니다. 바로 손 옹이 직접 쓴 자필현판입니다.
일제시대부터 이 산장을 즐겨 찾던 손 옹은 지난 90년대 중반 직접 현판을 써 제자들에게 전달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이제 손 옹이 타계한 뒤라 이 현판은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있을 것 같습니다.
일제의 압제기에 망국의 한을 품은 채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뛰었던 제36회 베를린올림픽 (1936) 마라톤에서 영광스러운 금메달을 따고도 시상식장에서 일장기 때문에 당당하게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피력한 애국자는 떠나갔습니다.
그러나 그의 필체는 백운산장에 남아 이 산장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손 옹을 기억하게 합니다. 이 기회를 빌어 손 옹의 명복을 비는 바입니다. (2007.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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