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연주암(戀主庵)은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에 위치하고 있는 천년고찰이다. <연주암중건기>에 의하면 신라 문무왕 17년(677) 의상스님이 관악산 정상에 의상대(지금의 연주대)를 세우고, 그 아래에 관악사(지금의 연주암)를 창건했다고 한다.
관악사는 고려 말 조선 초에 이르러 <연주암>으로 이름이 바뀌게 되는데, 그 동기와 관련해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한다.
하나는 고려가 망하자 강득룡(康得龍), 서견(徐甄), 남을진(南乙珍) 등 유신들이 관악산에 은신하며 의상대에서 고려 왕조를 그리워 한데서 유래한다는 것으로 이들이 고려의 임금을 그리워했으므로 임금을 뜻하는 "주(主)"를 써서 "임금을 그리워한다"는 뜻의 "연주(戀主)"를 관악사의 새로운 이름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다른 이야기는 조선 태종의 맏아들인 양녕대군 및 둘째 아들인 효령대군과 관련된 것으로 태종이 왕위를 셋째인 충녕대군(세종)에게 물려주려고 하자 유랑길에 나선 이들은 관악사에 머물며 왕위에 대한 미련을 떨쳐 버리고자 했다고 한다. 이 때 지은 건물이 40여 칸에 이르렀는데, 후대 사람들이 이들 대군의 심정을 기리기 위해 의상대를 연주대로, 관악사를 연주암으로 이름을 고쳐 불렀다는 것이다.
과천시청 옆 과천항교에서 관악산을 오를 경우 제일 먼저 만나는 쉼터가 연주암이다. 여름철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른 후 약수터에서 시원한 생수를 한잔 마시면 피로가 풀린다.
축대에는 샛노란 루드베키아가 무리를 지어 피어 있다. 만개한 시기가 지나 꽃이 다소 시들었지만 그래도 화사한 꽃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화사하게 피어 있는 루드베키아
대웅전 앞에는 삼층석탑이 있는데, 전형적인 고려시대 석탑 양식을 계승하고 있어 학계에서는 고려 후기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각 부분의 비례가 균형 잡혀 있고, 그 수법이 매우 정교한 우수한 석탑이다. 석탑의 기단 위에 장난감 같은 소형 불상이 앙증맞다.
삼층석탑
대웅전 앞은 공사용처럼 보이는 천막이 드리워져 있어 사찰의 조망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게 흠이다. 도착한 시각이 정오가 다 되어 가는 데 스님이 설법을 강의하고 있다.
석탑과 대웅전
좌측에는 통일을 기원하는 종각이 있다. 우측의 큰 전각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연주암"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 그 옆의 현판은 무식한 필자로서는 읽을 수가 없다. 아마도 이런 현판은 읽으라고 만든 것이 아니라 그냥 보라고 붙여둔 듯 하다.
범종각
연주암
이 전각의 처마 밑에는 언제나 등산객이 마루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한다. 일반적으로 거의 모든 사찰에서는 사찰의 마루에 방문객이 걸터앉는 것을 허용하지 않지만 여기는 예외이다.
마루에 걸터 앉은 등산객들
이 전각의 맞은 편 건물은 관음전이다. 법당의 내부는 매우 큰데 실제로 부처님에게 소원을 비는 사람은 몇 명되지 않는다. 이 건물의 아래층은 공양간이다. 12시가 되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관음전
연주암 뒤로 가면 영산전이 있고, 그 뒤에는 정상인 연주대로 연결된다. 연주대는 연주암에서 4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영험 있는 나한기도처이다. 기도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듯 간절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깎아지른 절벽에 자리잡고 있다. 연주대에 가면 나한을 모셨음을 나타내는 응진전(應眞殿)이란 현판이 걸려 있다. 응진전 바로 옆에는 약사여래불이 있다. 조선시대 말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부처님 또한 영험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고 한다.
영심전
불꽃바위와 연주대
그러나 산과 자연을 사랑하는 글쓴이의 입장에서 볼 때 불꽃바위 위에 조성된 연주대는 자연의 경관을 망쳐 놓았다. 위의 장애물만 없었더라면 훨훨 타오르는 불꽃바위의 장관을 더욱 생생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니 하는 말이다.
효령대군의 불교에 대한 관심은 각종 법회 개최나 사찰 중건, 경전 간행 등 여러 방면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연주암에는 효령대군의 영정을 모신 효령각이 있다고 하는데 글쓴이는 미처 답사하지 못했다.(2009.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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